김검사의 하루

미국과 캐나다에 아무리 많은 스포츠 리그가 존재하여도 캐나다에서는 단연 아이스하키(이하 하키)가 가장 인기가 있다. 이것은 북미 4대 스포츠 리그(NFL, NBA, MLB, NHL)에 속해있는 팀만 봐도 알 수 있다. NFL에는 아예 캐나다 팀이 없고(단 CFL이라는 캐나다 풋볼 리그가 별도로 있음), 메이저리그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NBA에는 토론토 랩터스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NHL에는 총 31개(다음 시즌부터 32개) 팀 중에서 캐나다 팀이 무려 7개나 된다. 뭐 다른 리그들과 달리 NHL(National Hockey League) 자체가 캐나다에서 만들어졌으니 말을 다했다.

 

물론 블루제이스나 랩터스가 가끔 플레이오프에서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면 다들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면서 그 팀들을 응원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키팀들의 인기를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이 7개의 캐나다 팀들이 나머지 미국 팀들에 비해서 잘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키에 빠삭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돈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가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처럼 미국-캐나다 환율 및 캐나다의 높은 세금 때문에 캐나다 팀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 팀이 마지막으로 NHL에서 우승한 것이 1993년의 일로 까막득히 먼 옛날의 일이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캐나다 팀들이 이렇게까지 우승을 못할 것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90년대 초반까지는 캐나다 팀들(주로 몬트리얼과 에드먼튼)이 매우 자주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NHL의 리그 운영 방식은 동부, 서부 컨퍼런스로 나뉘고 그 아래 두 개의 디비전을 둔다. 플레이오프는 각 디비전의 상위 3개 팀 및 컨퍼런스 별로 2개의 와일드카드팀, 이렇게 총 16개의 팀으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2020-2021 시즌은 팬데믹 때문에 캐나다-미국 국경이 막혀 버려서 평소처럼 리그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4개의 지역으로 나눈 후(West, East, Central, North) 캐나다 7개 팀을 모두 North Division에 집어넣고 North Division은 계속 캐나다 팀들끼리만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는 지역별로 상위 4개 팀이 진출을 하게 되었는데 North Division에서는 몬트리얼 캐네디언스가 4위로 턱걸이를 하여 힘들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팀이 계속 계속 다른 캐나다 팀을 제치고 위로 올라가더니 결국 오늘 벌어진 준결승 6차전에서는 라스베이거스를 꺾고 결승전 진출을 확정하였다. 몬트리얼은 1993년 우승 이후 처음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도시 전체가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결승골을 성공하는 몬트리얼의 Artturi Lehkonen

 

이 몬트리얼 캐네디언스(Montreal Canadiens)는 흔히 'Habs(햅스)'로 불린다. 이 Habs는 'Les Habitants'의 줄임말로 17세기 퀘벡으로 이주해 간 프랑스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왜 Habs라고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으나 20세기 초반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몇 년 전 몬트리얼에 여행을 갔을 때 신문을 읽다가 이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 번 알게 되니 여기저기 참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는 뉴스에서도 당연히 Habs라고 말을 한다.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뉴스에서도 자연스럽게 'Habs'라고 말을 한다

 

 

끝으로 Habs의 영원한 라이벌은 Leafs(토론토 메이플립스)이다. Habs만큼이나 엄청난 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데 저 위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총 13번의 우승을 해서 역대 우승 횟수 2위인 '명문'팀이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마지막 우승이 1967년이다. 54세 이하의 Leafs 팬들은 단 한 번도 그들이 우승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롯데 자이언츠보다 더 한 팀이 아닐 수 없다. 

 

아주 가끔 Leafs를 조롱하는 셔츠를 실제로 볼 수 있다

반응형

'캐나다 이야기 > 캐나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단지 돌리기  (2) 2021.09.05
반딧불이  (0) 2021.07.11
약팀을 응원하는 것은  (0) 2021.06.19
빗물받이 (Rain Barrel) 설치하기  (2) 2021.05.31
이것은 꼭 먹어봐야겠다  (0) 2021.05.27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