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80년대 초반 태생이라서 그런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는 주변에 논과 밭이 많았다. 매일 같이 동네 친구 및 형들과 집 뒷산(지금 보면 그냥 언덕이려나)에 올라가서 놀았는데 잠자리, 사마귀,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등등을 잡으면서 놀았다. 하지만 커가면서 아파트에 살게 된 이후로는 이렇게 자연을 벗 삼아서 놀 기회는 점점 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내 기억에 마지막으로 개구리를 잡았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3~4학년의 일로 그 이후에는 개구리를 볼 일도 흔치 않았다. 

 

인생은 돌고 돌아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다시 한번 자연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는데 작년 어느 날 집 뒷마당 잔디를 깎다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것이 있어서 보니까 개구리였다. 집 아주 가까이에 개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나타났나 신기했다.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잡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런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이후 또다시 개구리를 볼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이 녀석들을 볼 일이 늘고 말았다. 

 

구독자 수보다 업로드 된 동영상이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캡쳐

 

 

집 근처 공원에 그 공원을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실개천이 하나 있다. 작년까지는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실개천으로, 빗물과 지하수가 모여 흐르는 조그마한 개천이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개천이 올해부터 갑자기 동네 모든 아이들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부터 한 두 명의 아이가 여기에서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을 본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물고기 채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아이가 물고기를 잡으려고 물에 발을 담그는 명소가 되어버렸다. 

 

 

마침 둘째의 친한 친구가 이 개천 옆에 살고 있어서 매일같이 이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다(아무래도 최초로 물고기를 잡기 시작한 사람들 중 하나가 이 가족이 아닐까 싶다). 특히 그 집 아저씨가 완전히 프로다. 하루는 자기 아이들이 개천에서 놀고 있는데 집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물고기를 두세 마리 잡아주고는 홀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 번은 채를 가지고 물속에 들어가 쓱싹쓱싹 하더니 개구리도 잡았다.

 

그것을 본 우리 아이들도 물고기를 잡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래서 개천에 놀러 갈 때마다 채를 빌려 쓰는 것도 미안해서 우리 가족도 엊그제 드디어 물고기를 잡는 채를 구입하였다. 그것을 사자마자 개천으로 달려가서 나도 처음으로 낚시에 도전해 보았다.

 

하지만 물고기가 자주 나타나던 곳에서 기다려보니 물고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들을 괴롭혀서 그런지 다들 도망갔나 보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하류로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물가를 따라서 조금 내려가다 보니 갑자기 뭔가 팔짝하고 뛰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싶어서 멈추어서 살펴보니 또다시 무엇인가가 팔짝 뛰더니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개구리였는데 적어도 3~4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곧바로 우리 가족도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개구리 사냥에 나섰다. 개구리가 뛰어든 물속을 유심히 살펴보니 물속에 숨어있는 개구리가 보였다. 나도 친구네 아빠처럼 물속에 들어가 채를 이용해서 멋지게 녀석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이후 개구리를 잡아 본 적이 없는 나는 날쌘 그들을 잡기에는 너무 미숙했다.

 

게다가 이 긴박한 순간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는데 받아보니 코비드 백신을 맞으러 오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예약이 취소되었을 때 빈자리에 들어가려고 예약을 걸어놓았는데 평소에는 한 번도 전화가 오지 않더니 개구리와 대치 중인 이 긴박한 시점에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여기서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못 가겠다고 하고 다시 눈 앞에 보이는 개구리에 집중하였다. 

 

몇 번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천천히 기다리니 마침 한 녀석이 물가에 있는 풀 밑으로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비인기 유튜버인 나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재빨리 딸에게 고프로를 넘겨준 후 녀석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런 다음에 채 두 개를 위아래로 한 후 단숨에 낚아챘다. 나조차도 성공할 줄 몰랐는데 개구리가 채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나도 몰래 '잡았다'라고 외치고 말았다. 

 

솔직히 내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까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지만 나도 녀석들을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30년 만에 잡아 본 개구리라니!!!

 

채에 낚이는 개구리가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나 같은 초보에게 잡힌 개구리 녀석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후에 장인 어르신은 이 큰 개구리 사진을 보시면서, 옛날에는 개구리의 배를 밟은 다음 뒷다리를 뜯어서 연탄불에 구워 먹었다는 덕담을 해주셨다. 내가 봐도 이 녀석은 뒷다리에 살이 통통하게 많이 붙어있었다. 만약 녀석이 시대를 잘못 만나서 50~60년대 한국에서 잡혔다면 살아남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성인 주먹만한 크기의 개구리

 

 

개구리 잡기에 성공한 나는 이 기세를 몰아 몇 마리 더 잡으려고 여기저기를 살폈다. 하지만 곧 다른 경쟁자 친구들이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개천에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고기나 개구리가 보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여기에서 사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 아쉽게도 캐나다에는 연탄불이 없기 때문에 녀석들을 풀어주어야 했다.

 

 

 

풀려난 개구리는 유유히, 그러나 신속하게 물속을 헤엄쳐서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통에 갇혀있느라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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