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요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를 접어 두고 유튜브에 매진한 결과, 정말 본업인 회사 일에 소홀해지고 그다음 본업인 블로그에 소홀해지고 말았다. 게다가 반년 전에는 브런치까지 벌여 놓았기 때문에 그것은 왜 시작했을까 후회가 된다. 어쨌든 한 달 동안 공장처럼 동영상을 만들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 동영상 촬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나에게는 확실히 말하기보다 글 쓰는 것이 낫다)
  2. 동영상 편집은 역시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3. 인기 유튜버가 되는 길은 역시나 어렵다

 

어쨌든 조회수는 낮아도 이렇게라도 바쁘게 살다 보면 시간은 잘 갈 테니 앞으로도 열심히 제작을 해봐야겠다. 

 

 


 

이번에 촬영 중인 동영상은 바로 메이플 시럽에 관한 것이었다. 작년 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처음으로 락다운(봉쇄)이 되었을 때 집에서 우연한 기회로 뒷마당에 있는 메이플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다가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보았다(참조: 집에서 시간 보내기 - 메이플 시럽). 당시 봄을 맞이하여 나무에 잎이 무성해지기 전에 뒷마당에 심어진 나무들의 가지를 치다가, 가지를 자른 곳에서 수액이 떨어지길래 그것을 받아다가 조금 졸여서 시럽을 만들어 보았다. 이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일 이후 다음 봄에는 본격적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이와 관련된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메이플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영어로는 Spout라고 불리는 수액 채취용 꼭지이다. 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이 꼭지를 꽂아 놓으면 한 방울씩 수액이 떨어지는데 이 꼭지를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뭐 구하려면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적당한 가격'에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것이 메이플 수액 채취용 꼭지(Spout)

 

이 꼭지는 보통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지며 성인 중지 손가락 정도의 길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꼭지 하나에 2~3불 정도면 적당할 것 같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보통 10~20불이나 하였고 배송료도 따로 내야 했다. 심심해서 하는 일인 데다가, 겨우 이 꼭지 하나 사려고 20~30불 정도 내기가 무척 아까워 이런저런 사이트들을 검색해 보았지만 결국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존(캐나다)에서 판매 중인 Maple Tap. 5개에 33불 정도라서 개당 6.6불이다. 그런데 나는 오직 1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사기에는 돈이 무척 아깝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은 지난겨울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나에게는 3D 프린터, 즉 Prusa Mini+가 있기 때문이다(참조:

3D Printer - Original Prusa Mini+ (프루사 미니+)). 이 정도로 단순한 모양의 것들은 3D 모델링 초보인 나도 그냥 그럭저럭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꼭지 말고는 메이플 수액 채취와 시럽 만들기에 문제 될 것은 없었으니 이제 메이플 시럽 시즌이 시작되는 3월만 되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아직도 눈은 많이 쌓여있지만 어느새 추웠던 겨울도 끝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지난주 본격적으로 꼭지(Spout) 제작에 돌입하였다. 머릿속으로 대충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생각을 하고 손으로 대충 도면을 그려 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3D 모델링 파일이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꼭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호라!!! 엄청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구나!!!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3D 모델링 파일을 공유하는 Thigiverse라는 곳에서 보니 몇 가지 종류의 꼭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아래와 같이 병에 곧바로 꽂을 수 있는 꼭지가 가장 괜찮아 보였다. 공유된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내 상황에 맞게 약간 수정을 해서 출력을 했다. 

 

Thingiverse, 사람들이 무료로 3D 모델링 파일을 공유하는 곳. 참 소중한 곳이다

 

원본 파일을 다운 받은 후 내 필요에 맞게 약간 수정을 했다

 

도면 완성 이후 열심히 출력 중. 출력에 2.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완성 후 500ml 물병에 꽂아보니 맞지 않았다. 놀랐지만 마침 집에 있던 콜라병에 꽂아 보니 완벽했다!!!

 

 

꼭지를 만들었으니 그다음 할 일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이것을 꽂아 놓는 것이다. 동네에서 빌려온 책에 따르면 보통 나무에 7/16"(11.11mm)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듯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드릴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가 3/8"(9.5mm)였다. 그래서 그냥 3/8"로 약 2"(5cm) 깊이의 구멍을 뚫었다. 그런데 구멍을 뚫으면서 드는 의문은, 과연 이 구멍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였다. 나무가 자라면서 구멍이 자연스럽게 메꾸어지려나?

 

메이플 나무에 구멍 뚫기. 생각보다 단단해서 구멍을 뚫기가 어려웠다
구멍을 뚫은 후 병을 달아 놓았다

 

과연 잘 될까 싶었는데 새는 것 없이 그럭저럭 잘 모아졌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최근 날씨가 너무 춥다는 것이다. 메이플 수액을 채취하기에 좋은 날씨는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최고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것인데 최근 날씨가 너무 추워서 최고 기온이 영하 3~4도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수액이 조금밖에 모이지 않았고 오늘은 날씨까지 흐려서 전혀 채취가 불가능하였다. 참고로 우리 동네의 이맘때쯤 평년 기온은 최고 2~3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수액을 채취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삼 일 동안 수액을 모았지만 겨우 저 정도를 모을 수 있을 뿐이었다

 

처음 계획은 지난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열심히 수액을 모은 후 일요일에 시럽을 만들어서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수액이 꽤나 모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와이프에게 수액을 받아 놓고 끓일 큰 냄비가 없냐고 물을 정도였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결국 지난 한 달간 쉬지 않고 사흘에 두 개꼴로 동영상을 찍어냈지만 갑자기 찍어낼 동영상 주제가 없어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 덕분에 그동안 소홀히 했던 블로그에도 글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으니.

 

 

끝으로 이번에 메이플 시럽을 만들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선 이렇게 수액을 채취하고 시럽을 만드는 것을 영어로 'Sugaring'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메이플 나무도 종류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는 메이플 나무가 세 그루 심어져 있는데 유독 하나만 여름에도 잎의 색깔이 매우 짙은 보라색이었다. 그동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알고 보니 그 나무는 시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슈가 메이플(Sugar Maple)이 아니라 노르웨이 메이플(Norway Maple)이라고 한다. 이 나무의 수액은 슈가 메이플의 수액보다 설탕 함량이 적어서 시럽을 만들면 약간 덜 단가 보다. 

 

잎 모양과 색깔에 따라 메이플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 지역보다 미국에서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더 넓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와 퀘벡 남부 그리고 뉴브런스윅과 핼리팩스, PEI 정도에서만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데 미국은 서쪽으로는 미네소타, 남쪽으로는 미주리 그리고 동쪽으로는 메인까지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알버타나 사스카추완 살 때 슈가 메이플을 본 적이 없다. 정작 캐나다 국기에 메이플 잎이 그려져 있지만 면적으로만 따지만 캐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잎이 달린 메이플 나무를 보기는 힘들다. 

 

메이플 시럽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

 

 

 

정말 끝으로 지금까지의 여정은 아래 두 동영상에서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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