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1. Conflict of Interest

영어권 국가에서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수능 이후 엄청 영어를 열심히 공부를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나의 영어 실력은 그저 공돌이가 영어를 하는 수준이다. 나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으면 젊어서 조금이라도 더 영어를 공부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캐나다에서 살게 된 이후 처음으로 알게 된 표현이나 단어가 무척이나 많다. 그중 하나가 'Conflict of Interest'이다.

 

이 'Conflict of Interest'는 한국에서도 최근에 '이해충돌'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쓰이는 듯하다. 말 그대로 이해가 충돌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매매한다던가 공무원이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미리 집을 사는 것 등등 무수히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내가 제일 처음으로 이 표현을 들은 것은 바로 Professional Engineer 윤리(Ethics) 교육 때였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면 'Conflict of Interest'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매우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전문직이나 공무원들의 경우 특히나 이러한 행위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2. Recuse oneself

Conflict of Interest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Recuse oneself'가 있다. 내가 처음 이 표현을 들은 것은 2017년으로 미국에서는 한창 러시아 선거 개입 수사로 시끄러울 때였다. 뉴스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Attorney General)이었던 제프 세션(Jeff Sessions)이 러시아 수사에서 'Recuse himeself' 했다는데 도대체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래서 영영사전을 찾아보니 영어로는 뜻을 알 것도 같으면서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다시 영한사전을 찾아보니 한국말로는 '기피하다'라고만 되어있고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나중에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이 표현의 뜻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이 Conflict of Interest 상황에 빠지게 되었을 경우 'Recuse'를 해서 그 상황에서 손을 뗀다는 뜻이었다. 앞서 예를 든 제프 세션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러시아 선거 개입 수사에서 그가 과거에 러시아와 접촉한 적이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특검을 통해 진행되는 러시아 수사는 법무부 장관인 그에게 보고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내가 이 보고를 받기에 부적절하니 Recuse himself를 하고 모든 수사에서 손을 뗀 것이다.

 

참고로 트럼프는 이 일로 무척이나 분노했으며 아직까지도 제프 세션을 욕하고 있다(이유는 아마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러시아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되었으니). 심지어 엊그제 벌어진 앨라배마 주 상원 경선에서도 트럼프는 그를 비난하며 다른 후보를 지지하였고,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었다.

 

 

3. 저스틴 트루도(쥐스탱 트뤼도 아님)

벌써 저스틴 트루도가 총리(Prime Minister)가 된 지 5년째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가 그저 젊고 잘생긴 총리로 알려져 있지만, 5년 동안 그를 지켜본 결과 생각보다 그렇게 뛰어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말을 잘 못한다. 처음 총리가 되었을 때 기자가 왜 내각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묻자 그는 'Because this is 2015'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그 대답이 신선하다고 느껴졌는지 그의 답이 크게 회자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드는 생각은 그저 말을 잘 못해서 그런 말이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지난 선거(2019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만 있으면 절대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계속 다른 소리만 하는 것을 보고는 약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팬데믹이 한창인 가운데 저스틴 트루도는 또다시 매우 큰 스캔들에 빠졌다. 이 스캔들로 그는 벌써 3번째 Ethics Committee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첫 번째는 총리가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인의 별장이 있는 섬에 놀러 갔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의 모든 가족이 전용 제트기를 타고 카리브의 한 섬으로 놀러 갔는데 그의 가족은 돈을 내지 않고 공짜로 다녀왔다. 비용만 수 만 달러에 달하는데 말이다.

 

두 번째는 2019년 법무부 장관에게 SNC-Lavalin이라는 캐나다 건설 회사의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이며 퀘벡에서 고용된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그러한 압력을 가했다. 법무부 장관이 그의 말을 듣지 않자 그는 장관을 교체했는데 교체당한 장관이 이를 증언하는 바람에 아주 큰 이슈가 되었다. 물론 트루도는 자신은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했다.

 

한편 이번에는 'WE'라는 자선단체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하였다. 문제는 대략 이렇다. 팬데믹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여름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캐나다 정부에서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대학생들이 자원봉사 시 일정 금액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100시간 자원봉사 시 1,000불, 200시간 자원봉사 시 2,000불...).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을 지급하는 것, 그리고 그 돈이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총 900억 원(CAD 900 million)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로 WE가 아무런 경쟁 없이 단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왜 문제이냐면 저스틴 트루도 가족과 WE가 매우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4년간 WE 행사에서 연설을 하며 25만 불을 받았고, 그의 동생은 32,000불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WE는 그동안 다른 유명인들에게 연설을 요청할 때 자기네들은 연설료를 절대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저스틴 트루도의 부인인 소피(Sophie Grégoire Trudeau)도 WE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그녀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도 WE 행사 참석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트루도 정부의 재무부 장관 딸도 WE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명백한 'Conflict of Interest'이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자체를 의아해하고 있다. 

 

사과를 하고 있는 저스틴 트루도. 팬데믹 이후 머리가 길어졌다.

 

이 때문에 저스틴 트루도의 이야기는 연일 헤드라인 뉴스로 나오고 있으며, 결국 엊그제 대학생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로 WE를 선정할 때 'Recuse himself'하지 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비록 사과는 했지만 Ethics Committee 조사는 계속 진행되며 야당에서는 계속 이것을 물고 늘어질 모양이다. 아마 트루도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요리조리 피해나갈 것이다. 다음번 선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장기적으로 볼 때 엄청난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단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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