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정도 앉아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마침 지난여름 와이프의 아이패드를 교체하느라 애플 TV 플러스 일 년 구독권이 생겼다. 몇 달 동안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For All Mankind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나로서는 드물게 이미 작년 애플 TV 플러스가 론칭될 때 이 드라마를 선전하는 것을 보고는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작년에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으로 아폴로 프로젝트에 완전히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폴로 프로젝트에 관한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폴로 프로젝트 이야기가 아니라 아폴로 11호 발사 직전 소련이 먼저 달 착륙에 성공한다는 것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가상 역사물(Alternate History)이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오히려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와 겹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점들이 눈에 띄어 약간 집중이 안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전개되어 오히려 매우 흥미진진했다.
2021년 2월에 나오는 2부 예고편을 보니 본격적으로 소련과 달에서 전쟁을 하는가 본데 과연 1부의 내용으로 만족해야 할지 아니면 갈 때까지 가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재미 삼아 드라마 리뷰보다는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와 이 드라마 내용을 비교해 보았다.
1. 아폴로 10호
드라마 초반에 등장하는 머큐리 세븐(7명의 미국 최초 우주비행사들) 및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이름은 실제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극 중에 등장하는 아폴로 10호 멤버는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참고로 실제 아폴로 10호 비행사들은 토마스 스태포드(Thomas Stafford, 커맨더), 존 영(John Young, 커맨드 모듈 파일럿, 후에 아폴로 16호를 통해 달에 착륙), 유진 써난(Eugene Cernan, 루나 모듈 파일럿, 후에 아폴로 17호를 통해 달에 착륙)이었다. 극 중에서는 아폴로 10호의 멤버가 주인공인 에드 발드윈(Ed Baldwin)과 고도 스티븐스(Gordon 'Gordo' Stevens, 머큐리 세븐의 Gordon 'Gordo' Cooper에서 이름을 따온 듯하다)로 등장한다.
아폴로 10호 미션은 달 착륙 직전 행해진 마지막 미션으로 루나 모듈(달 탐사선)이 달 표면 15km까지 하강했다가 지구로 돌아왔다. 극 중 설정과는 달리 아무리 위험을 감수한다 하여도 달 착륙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2. 우주비행사들의 삶
드라마 초반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삶은 현실과 비슷하게 그려졌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인기스타였던 우주비행사들은 동네 딜러사로부터 거의 무료로 쉐보레 콜벳을 받아서 타고 다녔다. 그들이 타고 다니는 콜벳은 고속도로에서 150km 이상으로 달려도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우주비행사들은 그 인기를 바탕으로 바람둥이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고 한다.
3. 미션 콘트롤(Mission Control)
휴스턴에서 아폴로 우주선의 비행을 도왔던 미션 콘트롤의 모습은 실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우선 미션 콘트롤 모습 자체는 매우 유사하다.
드라마에서 아폴로 11호 시뮬레이션 도중 '1202(트웰브 오 투)' 알람이 발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가이던스 오피서(Guidance Officer, 가이도(GUIDO)라 불림, 유도 담당)가 이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자 마고 매드슨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 준다. 실제 1202 알람은 아폴로 11호 달 착륙 직전에 발생하여 모두를 긴장시키게 만들었던 알람이다. 다행히 달 착륙 2주 전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1210(트웰브 텐) 알람이 발생한 적이 있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4. 베르너 폰 브라운
드라마 초반에 베르너 폰 브라운은 아폴로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낸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는 로켓 부분을 담당했을 뿐이다. 물론 이 로켓이 달 착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극 중에서 그가 달 착륙선인 루나 모듈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가상이다. 또한 이미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부터 베르너 폰 브라운에 대한 나치 전력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5. 진 크란츠
드라마에서는 일찍 사라지고 마는 진 크란츠는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폴로 11호는 물론이고 13호에서도 플라이트 디렉터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냈다. 놀라운 점은 아폴로 11호 미션 당시 진 크란츠 팀 평균 연령이 27세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6. 딕 슬레이튼
실제 딕 슬레이튼은 머큐리 세븐으로 우주비행을 준비하던 중 심장 문제로 우주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 후 드라마에서처럼 비행에 나갈 우주비행사들의 선발을 담당하게 된다. 나중에 심장 문제를 해결한 그는 다시 우주비행사로 복귀하며 1975년 아폴로-소유즈 프로젝트를 통해 결국 51세의 나이로 우주에 나가게 된다.
끝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아주 잠깐 지나가는 것이지만 언급할 만한 것이 하나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와는 달리 여성의 역할이 매우 크다. 1960년대 미국이었으니 백인 남성들의 시대였지만 그래도 일부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미션 콘트롤 최초 여성 엔지니어였던 파피 노스컷(Frances 'Poppy' Northcutt)이다. 그녀는 인류가 최초로 달 궤도까지 다녀왔던 아폴로 8호의 운전 경로를 계산하였다. 극 초반에 마고가 지나가면서 'Hi, Poppy'라고 말을 하는데 아마도 파피 노스컷을 기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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