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본격적으로 민들레를 키우는 집들도 있지만 잔디도 푸르고 꽃들도 예쁜 집들도 있기 마련이다. 마당 일이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참 시간과 손이 많이 드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잘 관리가 되고 있는 집들을 보면 다시 한번 집주인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그런 집들을 보다 보면 종종 드럼통 크기의 빗물받이가 설치되어 있다. 한 200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크기의 통인데 나도 환경도 보호하고 수도세도 절약할 수 있으니 한 번 설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빗물받이 통을 검색해 보니 가격이 100불도 훨씬 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얼마 전 매주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전단지들 속에서 시(Utilities Kingston)에서 이 빗물받이 통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았다. 가격은 놀랍게도 56불!! 게다가 세금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니!!! 당장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주문을 하였다. 주문을 완료하니 몇 주 내로 집 앞으로 빗물받이 통이 배달될 것이라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벌써 한 달 전쯤의 일이라 언제 오나 싶었는데 며칠 전 뒷마당에서 일을 하다가 앞마당으로 가보니 어느새 거대한 빗물받이 통이 배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이것을 지붕에서 빗물을 내려 보내는 다운스파우트(Downspout)에 연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이 큰 통을 설치하려면 땅이 평평해야겠고, 다운스파우트도 중간을 잘라서 통에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빗물받이를 설치할 곳을 물색한 후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는 것이었다. 뒷마당에서 적당한 곳을 발견한 후 잔디(Sod)를 제거하였다. 

 

잔디를 제거한 후 낮은 쪽에 흙을 보태서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쉽게 물을 받으려면 빗물받이 높이가 높아야 하니 집 주변에 굴러다니는 벽돌과 정원용 콘크리트 판들을(모두 전 집주인이 놓고 간 것들) 이용하여 기초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할 일은 다운스파우트를 손 보는 것이었다. 다운스파우트 중간을 잘라내고 플라스틱 다운스파우트 익스텐션(Downspout Extension, 위 사진 왼쪽에서 땅에 굴러다니고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멀쩡히 잘 있는 다운스파우트를 잘라내기는 그래서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다운스파우트 중간에 껴서 물의 방향을 바꾸어 주는 디버터(Diverter)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가격이 $40이나 하는 것이었다. 빗물받이 통이 $56인데 디버터를 그 돈 주고 살 수는 없어서 손수 제작에 들어갔다. 손으로 대충 그림을 그린 후 Fusion 360을 이용해서 도면을 그렸다. 아직까지도 나의 Fusion 360 실력은 초보 수준에 불과하여 이 간단한 도면을 그리는데도 꽤나 고생을 했다. 

 

 

 

 

디버터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이것을 다운스파우트에 설치를 하여야 했다. 우선 홀 쏘(Hole Saw)를 이용해서 다운스파우트에 구멍을 뚫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구멍이 크게 뚫려서 실리콘을 이용해서 디버터를 고정해 주어야 했다.

 

니의 홈메이드 디버터!!!

 

 

나는 손이 정교하지 못해서 실리콘 쏘는 것은 정말 못한다

 

실리콘을 이용해서 디버터를 설치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과연 이것이 잘 작동을 할지 궁금하였다. 최근 너무 건조하여 비가 올 기미가 없기 때문에 비 올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아 직접 지붕에 올라가서 물을 쏘아보기로 하였다. 

 

가끔씩 지붕에 올라갈 일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밑에서 보는 것보다 매우 높아서 꽤나 무섭다

 

지붕 올라가 가든 호스를 이용해서 지붕에 물을 쏘아봤더니 유정에서 기름이 터지듯 수제 디버터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에헤라디야~ 성공이다!

 

사진에서는 물의 양이 많지 않으나, 실제로는 생각보다 잘 나와서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나의 첫 빗물받이 설치가 완료되었다. 다만 문제는 최근에 비가 오지 않아서 언제 이 큰 통(210L)을 다 채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써보고 괜찮으면 내년에도 하나 사서 설치해야겠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올해는 성황리에 매진이 되었으니 내년을 기다리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 

 

설치가 완료된 나의 빗물 받이. 어서 열심히 물을 저장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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