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평생 마르지 않을 것 같았던 팟캐스트에 대한 흥미가 최근 조금 줄어들고 말았다. 그 결과 계속 들어오던 것들은 꾸준히 듣고 있지만 새로운 팟캐스트 발굴에 힘을 덜 쓰고 있다. 사실 지난 5년 간 매일같이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새로운 팟캐스트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분명 애플 팟캐스트, 스티처(Sticher), 스파타파이(Spotify)에는 내가 들어보지는 않았어도 보석과도 같은 팟캐스트들이 숨어있기는 하겠지만...

 

이런 '팟캐스트 권태기'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오디오북이다(혹은 오디오북이 등장을 해서 팟캐스트 권태기가 온 것은 아닐까!!). 오디오북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책'이기 때문에 팟캐스트에 비해서 내용의 깊이가 매우 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팟캐스트는 빠른 전개를 위해서 한 개의 주제를 가지고 2~3시간씩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오디오북들은 한 책 당 보통 10~15시간 정도의 분량이다. 그만큼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야겠다. 

 

오디오북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읽고는 싶지만 영어 독해 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잘 나지 않아서 읽지 못하는 책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 쓰고, 유튜브 영상 제작하고, 남는 시간에 일도 해야 하니 책 한 권을 읽으려면 보통 몇 달씩 걸리기 일쑤이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운전을 하면서 들을 수 있으니 시간 활용을 알차게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독해 실력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이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점점 오디오북에 손이 가고 있는 가운데 2021년 상반기에는 프랑크 맥코트의 삼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아래의 책들을 들었다.

 

왼쪽부터 Angela's Ashes(1996년), 'Tis(1999년), Teacher Man(2005년)

 

이 책들을 알게 된 것은 다른 분의 블로그를 통해서였는데 처음에는 이 작가가 누군지도, 무슨 내용의 책들 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마침 동네 도서관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 앱에 Angela's Ashes라는 책이 있길래 한 번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시작될지 전혀 몰랐던 데다가 오랜만에 듣는 오디오북이라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두 시간 정도의 분량이 흐르자 너무 흥미진진하고 슬퍼서 계속 듣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으니 간단히만 언급을 하자면, 1930년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작가가 아일랜드 출신의 부모님을 따라 1934년 아일랜드로 돌아가서 겪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책의 첫 번째 문장부터 세 번째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My father and mother should have stayed in New York where they met and married and where I was born.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들이 만나고, 결혼하고, 내가 태어난 뉴욕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Instead, they returned to Ireland when I was four, my brother, Malachy, three, the twins, Oliver and Eugene, barely one, and my sister, Margaret, dead and gone.

그 대신, 그들은 내가 네 살, 내 동생 말라키가 세 살, 쌍둥이 동생 올리버와 유진이 겨우 한 살, 그리고 내 여동생 마가렛이 죽고 나서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When I look back on my childhood I wonder how I survived at all.

내가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과연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아일랜드에서의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회상한 책이 Angela's Ashes이고, 그다음 19살이 되어 미국으로 돌아온 작가의 이야기가 'Tis이다('Tis는 It is라는 뜻).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어서 육체노동을 하다가 군대에 가고, 어떻게 대학에 들어간 후 결혼을 하고 선생님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Teacher Man은 작가가 뉴욕 공립학교에서 30년간 선생님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첫 번째 책인 Angela's Ashes가 가장 좋았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숨김없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함께 슬프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나머지 책들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이니 왠지 작가가 잘못한 것들은 축소해서 말하지 않았나 싶어서 작기의 첫 번째 책만큼 좋지는 않았다(하지만 안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가도 본인의 아버지처럼 음주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자녀 양육에 약간 소홀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런 이야기는 간략하게만 언급한다. 40~50년 전의 사회 상황과 현재 상황은 분명 다를 테니 그런 것은 조금 감안을 하기는 해야겠지만. 

 

그렇다고는 하여도 작가의 책 세 권 모두 들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오디오북으로 듣다 보면 중간중간 놓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 이 책들은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가 직접 녹음을 했는데 단순히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풍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책에는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하는데 책이라면 가사만 적혀있겠지만 오디오북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 많은 노래들을 불러준다. 그리고 작가는 강한 아일랜드 억양으로 누구나 아일랜드 사람임을 알아챌 정도였다. 솔직히 나에게는 이게 아일랜드 액센트인지 그냥 말투가 그런 것인지 구분이 안되지만 그래도 오디오북에서는 작가 특유의 아일랜드 억양을 들을 수 있다. 

 

 

끝으로 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잠시 언급을 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마존의 어더블(Audible)에 가입하여 듣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고,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동네 도서관에 오디오북 CD가 있을 수도 있다. 혹시 없다면 동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ebook 서비스(Overdrive나 cloudLibrary 등)에 접속하여 책 제목을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분량을 편집한 Abridged 버전(4~6시간 분량)과 편집을 하지 않은 Unabridged 버전(10~13시간 분량)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왠지 편집본은 다 들어도 다 듣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왠지 찜찜하여 Unabridged 버전을 찾아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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