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주유소에서 받은 한 장의 영수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기름을 넣고 영수증을 받아 보니 다른 주유소 영수증과는 달리 휘발유에 붙은 세금이 아주 자세하게 쓰여있었다. 보통은 연방 소비세(GST, Goods and Sales Tax)와 주 소비세(PST, Provincial Sales Tax) 정도만 나와있는 것이 전부였으나 유독 이곳 영수증만 세금이 자세히 분리되어 있었다. 전직 기름회사 직원으로서 이것은 나의 흥미를 불어 일으킬만하였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니 캐나다에서는 휘발유에 위 영수증에서 볼 수 있는 Federal Excise Tax, Provincial Fuel Tax, Carbon Tax, Goods and Sales Tax, Provincial Sales Tax 및 최근 도입된 Carbon Tax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역으로 주유소 판매 가격에서 온갖 세금을 제하고 나니 세전 가격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참고로 해야 할 것은 주유소 마진과 유통 비용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주유소 판매가 = 세전 + 세금'으로 계산하였다. 그래도 캐나다 휘발유 가격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휘발유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위의 표와 그래프에서 유추해 본다면 평상시 캐나다 온타리오의 휘발유 가격에서 약 30~40% 정도가 세금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나 2014년 말 유가 대하락 등으로 가격이 내려간다면 세금의 비중은 약 50~60%로 높아지게 된다.
한편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3월 넷째 주 기름값은 정말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내려가 버렸다. 내가 캐나다에서 본 가장 낮은 휘발유 가격은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사이이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알버타주의 에드먼튼에서는 (내 기억에) 리터당 60센트 후반까지 떨어졌었다.
내 평생 60센트 대의 기름값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온타리오에서 기름값이 60센트로 떨어질 줄이야(알버타는 주 소비세가 없고, 정유소도 많아서 캐나다에서 제일 기름값이 저렴함)! 그래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에드먼튼의 기름값도 확인해 보았는데 2020년 3월 말 에드먼튼의 휘발유 가격은 50센트 중반까지 떨어졌다! 캐나다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보다 보통 20~30%가 비싼 편이니 과연 미국은 얼마나 싸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실 한 번에 한국 휘발유 가격까지 들여다보면 좋겠으나 생각보다 일이 커진 관계로 우선은 캐나다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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