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요즘은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미국 정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심지어 캐나다 뉴스에서도 국내 정치보다 미국 정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캐나다 정치보다 미국 정치가 할 말도 많고 재미도 있나 보다. 아무튼 요즘 계속해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나오는 뉴스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탄핵 이야기이다. 한국 뉴스에서는 많이 소개가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트럼프는 지난 2019년 7월 25일 새롭게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Volodymyr Zelensky)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젤렌스키에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중의 한 명인 조 바이든 전(前) 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를 요청한다 (트럼프 측은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의 이사로 일했을 때 문제가 있었으며 조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 시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를 막았다고 주장).  

 

이와 같은 요청을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금으로 배정된 4000만 달러(약 4,400억 원) 지급을 유보하게 된다. 

 

(누가 보아도 그렇지만) 이와 같은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내부 고발자가 이것을 고발하게 되나 초기에는 이 보고를 받은 미국 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에서 이것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게 막는다. 하지만 점점 이 내부 고발자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며 9월 24일 드디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일부터 지금까지 탄핵 이야기가 나왔는데 드디어!) 하원 의장(House Speaker)인 낸시 펠로시가 정식으로 탄핵 청문회를 개시하게 된다. 

 

지난주까지 비공개로 진행되던 이 탄핵 청문회가 11월 13일부터 공개 청문회로 바뀌었다. 처음 청문회에 등장한 증인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인 윌리엄 타일러와 미국 국무부에서 유럽을 담당하는 조지 켄트였다. 그래서 어제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이 청문회가 끊임없이 뉴스에서 소개되었다. 

 

어제 나온 증인들과 앞으로 나올 증인들은 대부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을 하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군사 지원금이 막혀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공화당 측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지난 9월 UN 총회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만났는데 이때 젤렌스키는 한결같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즉, 정작 본인은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증인들은 우크라이나가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정치인가 보다.

 

미국의 탄핵은 우리나라의 탄핵과는 절차가 좀 다른데 이를 또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하원에서 탄핵 청문회 후 탄핵 항목(Article)들을 선정하고 탄핵 찬반 투표를 한다.

 

2. 하원의 과반수가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탄핵이 되고 상원에서 탄핵 재판이 시작된다 (한국과 다른 점은 하원에서 탄핵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은 상원의 재판까지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3. 이때 재판 진행은 Chief Justice (우리나라로 치면 대법원장)가 주관하며 100명의 상원의원들은 배심원이 된다.

 

4. 재판 후 상원이 각 탄핵 항목들에 대해 투표를 하며 이 항목들 중 하나라도 2/3가 넘는 사람이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면 대통령은 물러나고 부통령이 대통령 역할을 맡는다.

 

5. 상원의 2/3가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남은 임기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탄핵이 된 대통령은 총 2명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빌 클린턴이 1998년에 탄핵을 당했고, 앤드류 존슨이라는 미국 17대 대통령이 1868년에 탄핵을 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탄핵하면 리처드 닉슨을 떠올리겠지만 그는 탄핵 투표 직전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탄핵을 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둘 다 상원의 재판 결과 임기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존슨은 1표 차이로 살아남았다). 

 

이번 도널드 트럼프의 탄핵 절차도 많은 사람들이 그가 미국에서 탄핵을 당한 3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투표에서는 쉽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수많은 스캔들 속에서도 여태껏 대통령 탄핵을 주저했을 것이다.

 

그래도 흥미로운 점은 탄핵 이후 벌어질 2020년 대통 선거이다. 앤드류 존슨은 탄핵 후 대통령직은 유지했지만 재선에는 나가 보지도 못했고 빌 클린턴은 탄핵을 당했을 당시 이미 두 번째 임기 중이었다. 따라서 아마도 트럼프가 탄핵 후 재선에 도전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 텐데 이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이야기이다.

 

끝으로 트럼프의 탄핵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두 가지 소스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물론 나의 지식의 근원이 되고 있는 뉴욕타임즈의 더 데일리 (The Daily)의 최근 에피소드인 '초등학교 3학년을 위한 대통력 탄핵 가이드' 이다.

 

A Third Grader’s Guide to the Impeachment Hearings

On the day public impeachment hearings begin, listen to a conversation with Leo, 8, who’s obsessed with the inquiry and not afraid to ask questions.

www.nytimes.com

 

다른 하나는 BBC에서 설명하는 대통령 탄핵의 심플 가이드이다.

 

Trump impeachment inquiry: A simple guide

President Donald Trump faces a two-stage political process that could see him removed from office.

www.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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