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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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지난번 글에 이어서 곧바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다. 어쨌든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아폴로 11호 이야기를 마치고 그다음에는 전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아폴로 12호부터 17호까지 이야기와 기타 잡다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아폴로 11호의 루나 모듈의 달 착륙 과정은 처음부터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 루나 모듈은 계속해서 달 표면을 향해 하강하게 된다. 가장 큰 위기였던 '1202 알람'을 극복하고 나서 약 4분 후 루나 모듈은 마지막 랜딩 과정인 P64(*)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 루나 모듈은 달 표면에서 5000 ft (1,500 m)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100 ft/s (30 m/s)로 하강을 하고 있었다.

 

(*)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었던 P64 모드를 말함

 

 

이때까지는 루나 모듈이 달 표면에서 수평과 평행하게 누워있었기 때문에 정작 우주 비행사들은 조그마한 창문을 통하여 우주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P64에 돌입하면서 루나 모듈이 달 표면과 수직 방향을 이루게 되었다. 그에 따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착륙을 3분 정도 앞두고 처음으로 자신들이 착륙할 달 표면을 눈으로 보게 된다. 이때 우주 비행사들은 LPD (Landing Point Designator)라는 방법을 통해서 자신들이 착륙할 지점을 확인하였다.

 

이 LPD라는 방법은 지금 기술로 본다면 무척이나 원시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에서 숫자를 말해주면 우주 비행사들은 루나 모듈 창에 미리 그려진 숫자(각도)를 통하여 자신들이 착륙할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 사진 참조). 단순하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루나 모듈의 LPD (Landing Point Designator)

 

 

고도 2,000 ft (600 m)에서 50 ft/s (15m/s)로 하강하고 있을 때 닐 암스트롱은 LPD를 물었고 버즈 올드린은 47도라고 답한다. 이때부터 닐 암스트롱은 지속적으로 LPD를 묻는데 고도 700 ft (21m)를 앞두고 착륙 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Pretty Rocky Area (엄청 울퉁불퉁한 곳인데)'라고 말하게 된다. 이는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루나 모듈이 커맨드 모듈과 분리될 때 터널에 남아있던 공기로 인하여 계획했던 속도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평 이동 속도가 빨라져 최초 계획했던 착륙 지점을 몇 킬로미터나 지나쳐 버리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닐 암스트롱은 오토 파일럿을 해제하고 직접 착륙 지점을 찾아 비행을 하게 된다. 문제는 적당한 착륙 지점을 찾기 위하여 수평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연료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고도 120 ft (36 m) 지점에서 이미 연료가 부족하다는 경보 (Low Level)가 뜨고 만다. 달 착륙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는 연료 부족 경보가 뜨는 시점에는 이미 거의 달에 착륙을 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는 미션 컨트롤의 모든 사람들이 달에 착륙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연료에 달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많은 돈과 40만 명의 인력이 동원된 아폴로 프로그램의 최종 성공 여부는 이제 오직 루나 모듈의 연료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착륙 과정 내내 분주했던 미션 컨트롤과 아폴로 11호와의 통신은 오직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대화만 남게 된다. 

 

루나 모듈의 연료가 60초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아직도 루나 모듈이 75 ft (22 m) 상공에 있었으며 계속 적당한 착륙 지점을 찾아 수평으로 이동을 했다. 40 ft (12 m) 상공에 다다랐을 때는 달 표면에서 먼지가 일어나서 더욱더 착륙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연료는 이제 단지 30초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가 숨을 죽인 상태에서 연료가 15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때 버즈 올드린은 'Contact Light'라고 외친다.

 

이것은 루나 모듈의 랜딩 패드에 달려있던 3 ft (1m) 길이의 프로브(Probe)가 땅에 닿았을 때 들어오는 신호로 이 신호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엔진이 멈추면서 루나 모듈은 땅에 착륙을 하게 된다.

 

 

아폴로 11호의 루나 모듈 Eagle. 각각의 랜딩 패드에 기다란 프로브가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아폴로 11호의 루나 모듈은 지구를 출발한 지 102시간 46분 02초 만인 1969년 7월 20일 오후 4시 17분 (Eastern Daylight Time) 달 표면에 착륙을 하게 되고 닐 암스트롱은 침작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휴스턴 - 여기는 트랜퀼리티 기지. 이글이 착륙했다.

Houston -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그리고 약 6시간 30분이 지난 1969년 7월 20일 오후 10시 50분경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서 그 유명한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라는 말을 남기게 된다.

 

2019.10.5 업데이트

(*) 최근 읽은 'Shoot for the Moon'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스트롱이 이 유명한 말을 했을 때 실제로는 'a man'이라고 하지 않고 'man'이라고 했단다. 부정관사가 없을 경우 'man'이나 'mankind'나 동일한 말이기 때문에 문장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긴장을 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그의 언어 생활이 그랬을까 모르겠지만 영어의 이 '관사'는 정말 어렵다. 

 

버즈 올드린이 루나 모듈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 아폴로 11호 사진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잘 보면 버즈 올드린의 두 다리가 모두 허공에 떠있다.
과학 실험 장비들(왼쪽 Passive Seismic Experiment Package, 오른쪽 Laser Ranging Retroreflector)을 들고가는 버즈 올드린. 지구상이었다면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들 수 없는 것들이었다.

 

과학 실험 장치들을 다 설치하고 나서. 우주에서 바라 본 하늘은 정말 암흑이다.

 

이후 2시간 30분 정도 달 표면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한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다시 루나 모듈에 탑승하여 잠을 잔 후 루나 모듈의 상승부 (Ascent Stage)의 엔진을 이용하여 달 표면을 떠나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커맨드 모듈과 만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루나 모듈의 상승은 지난 글에 링크한 동영상을 참조 바람).

 

이 사진은 잘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이클 콜린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세계의 모든 사람이 이 사진 속에 들어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이 글의 기본 자료가 된 BBC의 팟캐스트 '13 Minutes to the Moon'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 Available now

Available episodes of 13 Minutes to the Moon

www.bbc.co.uk

 

아폴로 11호의 교신 내용과 관련 동영상,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Apollo 11 in Real-time'

 

Apollo 11 in Real-time

A real-time interactive journey through the Apollo 11 mission. Relive every moment as it occurred in 1969.

apolloinrealtime.org

 

NASA의 사진 아카이브 (내가 쓴 글들의 사진 중 특별한 출처가 없는 경우 여기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https://images.nasa.gov/search-results?q=dsky&page=1&media=image,video,audio&yearStart=1920&yearEnd=2019

 

 

Flickr의 Project Apollo Archive

 

Project Apollo Archive

Project Apollo Archive의 15,816 photos on Flickr! 찾기

www.flickr.com

 

아폴로 11호 글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한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다 (사실은 더 많은데 얼핏 달 착륙 조작설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정말 달에 다녀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니(물론 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도록 하자).

 

왜 아폴로 이후에 아무도 달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답은 '아무도 달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이후로는 아무도 달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미국도 몇 년 안에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이유는 역시나 돈 때문이다. 60~70년대에 진행된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1973년 기준 25.4조 달러가 소요되었고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약 1500~2000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는 미국 일 년 예산의 약 5%에 해당하는 돈인데 60년대와 같이 소련과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 이상에야 누구도 이만한 돈을 달에 사람을 보내는 데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와서 이만큼의 돈(기술이 발달하여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더라도 몇십 조원은 필요할 것이다)을 들여 달에 사람을 보낸다고 하여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다시는) 달에 사람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아폴로 17호에서는 달 표면에서 활동한 시간이 총 22시간 정도로 늘었지만 아폴로 11호에는 겨우 2시간 30분 정도였다. 이제 와서 달 표면에서 몇 시간 보내자고 수 십 조원을 투자할 만한 나라는 많이 없을 것이다.

 

 

아폴로 달 착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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