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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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글을 통해서 아폴로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서 매우 중요했던 세 가지 사항들 중 두 가지를 이야기하였고 이번에는 그중 마지막인 루나 모듈(Lunar Module, LM)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루나 모듈을 설명하기에 아폴로 우주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NASA의 Artist's Concept Illustration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아폴로 우주선은 커맨드 모듈, 서비스 모듈, 루나 모듈 이렇게 세 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커맨드 모듈(Command Module)은 3명의 아폴로 우주 비행사가 지구에서 달까지 그리고 달에서 지구까지 타게 되는 우주선으로 지구 대기권 진입 시에는 오직 이 모듈만 남게 된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큰 기대를 품고 '실제 아폴로 우주선을 내 두 눈으로 봐야지'하고 미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폴로 우주선들을 찾아 나선다면 그 초라한 크기에 실망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저 거대한 새턴 V 로켓을 포함하여 나머지 모든 부분들은 지구, 우주, 또는 달에 버려졌기 때문에 정작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우주 비행사들이 마지막까지 지구에 타고 온 커맨드 모듈뿐인 것이다(물론 레플리카나 실제 미션에 사용되지 않았던 새턴 V 로켓이나 루나 모듈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긴 하다).

 

미국 워싱턴 DC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에 전시되어 있는 아폴로 11호 커맨드 모듈. (출처: https://airandspace.si.edu)

 

실제로 나도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아폴로 8호, 11호, 15호의 커맨드 모듈을 실제로 봤는데 당시에는 아폴로 프로그램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참으로 조금하구나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나 보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본 아폴로 15호는 내가 본지도 몰랐는데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내가 그것을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오하이오 데이튼(Dayton, OH)에 있는 National Museum of the United States Air Force.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노란색 삼각형이 아폴로 15호의 커맨드 모듈이다. 내가 저것을 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서비스 모듈(Service Module)은 커맨드 모듈 아래쪽에 위치해 있으며 지구와 달을 왕복하는 동안 전기, 산소 등을 공급하고 달 궤도 진입과 이탈 시 추진력을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나 모듈(Lunar Module)이 있다. 이 루나 모듈은 아폴로 우주선이 달 궤도에 진입하였을 때 아폴로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우고 커맨드-서비스 모듈과 분리되어 실제로 달에 착륙하게 된다. 미국 뉴욕주의 롱아일랜드에 위치해있던 그루먼(Grumman, 나중에 노스롭(Northrop)과 합병되어 노스롭 그루먼이 됨)에서 제작하였는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우주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제작 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루나 모듈 입찰 당시 그루먼 내부에서는 이것을 22,000 파운드 (약 10톤) 정도의 무게로 설계를 하였다. 그런데 NASA와 계약 체결 이후 본인들이 작성한 설계를 들고 가보니 NASA에서는 단번에 그들의 설계를 돌려보냈다. 그들의 디자인은 비록 NASA가 요구하는 무게 24,000 파운드 (약 11톤)는 만족시켰지만 신뢰성(Reliability)이 너무 낮았다. 우주 공간에서는 어떤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그것을 고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바로 지구로 돌아올 수도 없었다. 따라서 아폴로 우주선에는 모든 시스템들이 중복적으로 설치되어야 했다 (Redundancy). 

 

그런데 이렇게 중복적으로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NASA가 요구하는 무게를 맞출 수가 없었다. 루나 모듈의 무게가 중요했던 이유는 첫째로 지구에서 출발하는 새턴 V 로켓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루나 모듈의 무게가 달 착륙 시 하강 엔진(Descent Engine)의 연료 효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당시 약 17초 분량의 연료만 남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루나 모듈의 무게가 우주 비행사들의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루먼은 기본적으로 항공기를 만들던 업체였기 때문에 그들의 초기 설계는 다분히 일반적인 항공기 디자인을 따랐다. 예를 들어 전투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조종석이 둥그런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공기 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우주와 같은 진공에서는 공기역학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설계를 변경해 나갔다. 유리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조종석 위의 유리는 없애고 아주 조그마한 삼각형 유리만 남겼다. 그리고 비행사들이 앉을자리도 없애버렸다. 이 루나 모듈 외부를 둘러싼 금속의 두께는 겨우 0.002" (약 0.05mm) 였는데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였던 버즈 올드린은 회고록에서 볼펜으로 찌르면 구멍이 뚫릴 것처럼 보였다고 할 정도였다.

 

이런 많은 노력 끝에 최초 45,000 파운드 (약 20톤)에서 35,000 파운드 (약 16톤) 정도까지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당시 그루먼에서는 무게를 분석하는 일만 하는 엔지니어들이 있었고 1파운드 (약 450그램)의 무게를 줄이는데 60년대 돈으로 $10,000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아래와 같이 기괴한 모양의 루나 모듈이다. 처음 보면 기괴한 모양이지만 저 모든 것이 저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Form follows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의 궁극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아폴로 11호 미션 당시 찍힌 아폴로 11호 루나 모듈 이글(Eagle)

 

 

루나 모듈의 다이어그램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69-059C)

 

 

지구상에서의 테스트에만 사용되어진 LM-2의 내부 모습. 보는 바와 같이 우주 비행사들이 앉을 자리도 없고 유리창도 아주 조그마하다. 달 착륙 후 우주 비행사들은 여기서 해먹을 설치하여 잤다고 한다. (https://airandspace.si.edu/multimedia-gallery/si-99-15229hjpg)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이 루나 모듈은 사실 1968년 12월에 아폴로 8호에 실려 처음으로 우주에서 유인 테스트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한을 맞추지 못하여 아폴로 8호는 루나 모듈을 테스트하는 대신 커맨드-서비스 모듈로만 달 궤도에 다녀오게 된다. 이것은 약간 위험한 결정이었는데 커맨드-서비스 모듈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 루나 모듈이 우주 비행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폴로 13호의 산소 탱크가 폭발했을 때 우주 비행사 3명은 이 루나 모듈에 의지하여 지구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아폴로 8호 발사 일정은 놓쳤지만 그 후 1969년 3월에 진행된 아폴로 9호 미션과 5월에 진행된 아폴로 10호 미션에서는 무사히 기한을 맞추어 모든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미션을 통해 역사 최초로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다.

 

 

끝으로 보통은 달 착륙을 하는 것에서 모든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 달에 착륙했던 우주 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지난 글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3) - 13 Minutes to the Moon (BBC World Service)' 첫 번째 그림을 보면 대충 알 수가 있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달 착륙 미션을 마치고 우주 비행사들이 루나 모듈에 탑승을 하면 루나 모듈 상부의 상승 스테이지(Ascent Stage)에 달린 엔진으로 이 부분만 달을 떠나게 된다. 이때 하부의 하강 스테이지(Descent Stage)는 달 표면에 남겨지게 되며 아직도 그대로 남겨져 있다. 달 표면을 떠난 상승 스테이지는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커맨드-서비스 모듈과 만나게 되고 (Rendezvous) 도킹 후 우주 비행사들은 커맨드-서비스 모듈로 옮겨 온다. 

 

이후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루나 모듈을 분리 후 달 표면으로 떨어뜨려 버리고 우주 비행사들은 커맨드-서비스 모듈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지구 궤도에 도착하면 커맨드 모듈과 서비스 모듈은 다시 한번 분리되고 최종적으로 커맨드 모듈만 대기로 진입하게 된다.

 

아래의 동영상은 마지막 달 착륙 미션인 아폴로 17호 루나 모듈 상승 스테이지의 이륙 모습이다 (사실 달 착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화면은 누가 찍었느냐, 달에서 극한 온도를 어떻게 견뎠느냐 등의 이야기가 보이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이지 종교가 아니다. 믿는 것과 사실은 다를 수도 있다). 참고로 이 장면은 아폴로 17호 당시 달 표면에서 사용했던 루나 로버 (Lunar Rover)에 달려있는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이미 아폴로 15호부터 지구에 있는 미션 컨트롤에서 이 카메라를 조작하여 실시간으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아폴로 17호 루나 모듈 이륙

 

끝으로 오늘 소개된 루나 모듈의 이야기는 다음의 에피소드에서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Ep.03 Long Island Eagle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Ep.03 Long Island Eagle

Ugly, angry, with four legs and wrapped in gold: a spacecraft like nothing on Earth

www.bbc.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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