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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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린든 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했듯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을 달까지 보낼 로켓 개발이 무척이나 중요했다(지난 글 참고). 그런데 NASA는 로켓 개발에 앞서 우선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달까지 보낼지 결정을 하여야 했는데 그 방식에 따라 로켓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의 달 착륙 계획을 발표하고 1년이 지난 1962년까지도 NASA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달까지 보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에 논의되었던 방식은 크게 아래의 3가지였다.

 

1. Direct Ascent: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이 그대로 달에 갔다가 그 상태로 돌아오는 방식

2. Earth Orbit Rendezvous(EOR):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발사체가 지구 궤도에서 만나 도킹 후 달에 갔다가 돌아오는 방식

3. Lunar Orbit Rendezvous(LOR): 한 개의 발사체가 달까지 간 후 달에서 두 개로 분리되어 루나 모듈(Lunar Module)만 달에 착륙. 그 후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커맨드 모듈(Command Module)과 다시 만나 도킹 후 지구로 돌아오는 방식

 

초반에는 Direct Ascent('직접 발사'라고 번역을 하는 듯) 방법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간단하였고 당시 달 궤도에서의 랑데뷰와 도킹은 너무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지구 궤도에서의 랑데뷰와 도킹도 1965/1966년 제미나이 7 / 6-A / 8호를 통해서야 처음으로 성공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Direct Ascent 방식은 발사체의 중량이 매우 켜져야 하기 때문에 로켓의 성능도 덩달아 커져야 했다. 그에 반해 LOR 방식은 지구에서 발사되는 중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1960년대 말로 정해진 달 착륙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LOR 방식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점차 LOR 방식으로 기울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1962년 7월 LOR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Lunar Orbit Rendezvous 설명도. 아주 알기 쉽게 그려져 있다. 출처 www.longislandaerospacehistory.com

 

달에 어떻게 가는지 결정이 되었으니 이제 달에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해야 되었다. 아무리 지구에서 출발하는 무게를 줄일 수 있는 LOR 방식이라고 하여도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머큐리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있던 로켓보다 훨씬 큰 로켓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이 로켓 개발을 담당한 사람이 바로 베르너 폰 브라운이었다.

 

머큐리, 제미나이,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용된 로켓 및 우주선들의 크기 비교.

 

사실 베르너 폰 브라운은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유럽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V-2 탄도 미사일의 개발자였다. V-2 미사일은 이전까지의 미사일이나 폭탄들과는 달리 발사에서 도착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는 아무런 경보나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몇 가지 자료를 보면 당시 약 3,000여 발의 V-2 미사일이 발사되어 연합군 지역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영국에서만 2,724명이 사망하였다. 단순히 이 미사일 공격으로 발생한 사상자뿐 아니라 이 미사일을 만들기 위한 강제 노동소에서도 약 2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위키피디아BBC 참조).

 

이 정도면 정말 나치 전범으로 잡혀 들어가는 것이 맞겠지만 폰 브라운과 다른 엔지니어들은 나치가 망하기 직전에 미국으로 투항하여 곧 미군에서 미사일 개발을 이어나가게 되고 후에 NASA에서 로켓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결국 폰 브라운과 그의 팀은 머큐리 프로젝트에 사용된 로켓보다 100배나 강력한 출력을 내는 새턴 V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낼 수 있었다. 향후 이 새턴 V 로켓은 1964년 아폴로 4호부터 1973년 스카이랩 1(Skylab 1)까지 총 13번 발사되는데 아폴로 6호의 부분 실패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하게 된다. 

 

한편 당시 소련의 상황을 보면 이 새턴 V 로켓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소련에서도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하여 로켓을 개발하였는데 4번의 발사를 시도하여 모두 1단계에서 실패했다고 한다. 그 결과 소련은 애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수 있는 기술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공개되던 미국과는 달리 소련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오직 그들이 알리고 싶은 정보만 갑작스럽게 발표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당시 소련의 그러한 상황을 알 길이 없었다. 

 

새턴 V의 개발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과 새턴 V 로켓. 

 

놀랍도 여기까지의 글이 아직도 내가 소개하고 있는 팟캐스트의 에피소드 1편에 불과하다(심지어 이 글이 팟캐스트를 설명하고 있는 글인지조차 알 수 없긴 하다). 개인적으로 찾아본 내용을 추가하느라 분량이 많이 늘었긴 하지만 아무튼 아폴로 프로램에 대한 기본 배경은 충분히 설명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글을 빠르게 써나가야겠다.

 

에피소드 1. We choose to go to the Moon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Ep.01 ‘We choose to go’

With no idea how to get there, the race to the moon begins – "we intend to win"

www.bbc.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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