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루나 모듈(Lunar Module, 줄여서 LM, '렘'이라고 발음)이 달에 착륙하였기 때문에 올해가 바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나 전시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캐나다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와 관련해서 BBC에서 '13 Minutes to the Moon' 이라는 제목으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관련된 팟캐스트가 매주 릴리즈 되고 있다. 현재(2019년 7월 9일)까지 총 12편 중 9편까지 릴리즈가 되었는데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 아폴로 달 착륙 장면을 TV 중계 화면을 통해 봤을 것이기 때문에 꽤나 생생한 기억이겠지만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내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달 착륙 이야기가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싶을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에는 음모론도 많이 퍼지고 있어서 실제로 달에 가지 않았다느니 지구가 평평하다느니 하는 소리도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여서 그동안 아폴로 프로그램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은 들어서 알고, 톰 행크스가 나왔던 영화를 통해서 13호는 가다가 문제가 생겨서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긴 한데 그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려니 50년 전에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관련 책도 빌려보고, 팟캐스트도 처음부터 다시 들어보고 있는 중이다. 비록 나도 많이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여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이 팟캐스트의 에피소드들을 따라 아폴로 11호와 아폴로 프로젝트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에피소드 1. We choose to go to the Moon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Ep.01 ‘We choose to go’

With no idea how to get there, the race to the moon begins – "we intend to win"

www.bbc.co.uk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내게 된 계기는 소련과의 군사적인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은 미사일 로켓 개발로 경쟁 중이었는데 소련이 지난 1957년 10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Sputnik 1)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소련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소련이 미국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1958년 1월 미국 최초의 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 (Explorer 1) 발사에 성공하지만 당시 이미 소련은 Laika라는 개를 우주에 보낸 상태였다. 또한 소련은 1959년 10월에 최초로 달 뒷면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하기까지 한다.

 

한편 1961년 미국은 머큐리 프로젝트(Project Mercury, 인간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를 통해서 소련보다 먼저 사람을 우주에 실어 보내고자 노력을 하지만 또다시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이 미국인보다 먼저 우주에 가게 된다. 이를 지켜본 미국의 존 F 케네디 (John F Kennedy) 대통령은 당시 미국 우주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린든 존슨 (Lyndon Johnson) 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소련을 이길 수 있을지 긴급하게 질문을 하였다.

 

'우리가 우주에 연구실 (Laboratory)를 올려 놓거나, 달까지 다녀오거나, 로켓이 달에 착륙하거나, 로켓이 달에 착륙한 후 지구에 돌아 온다고 한다면 소련을 이길 수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소련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이에 당시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Marshall Space Flight Center)의 디렉터였던 베르너 폰 브라운 (Wernher von Braun)은 다음과 같이 답을 하였다.

 

1. 우주에 연구실을 올려 놓는 것으로는 소련을 이길 수 없다.

 

2. 달에 라디오 송신 설비를 착륙 시키는 것은 소련보다 약간 앞설 수 있다.

 

3. 3명의 우주인을 달 주변에 보내는 것은 소련보다 약간 앞설 수 있다 (1964/1965년 예상). 하지만 소련이 안전 설비를 일부 제외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1명의 우주인만 달에 보낸다면 소련을 이길 수 없다 (1962/1963년 예상)

 

4. 우주인을 달에 내려놓고 지구로 귀환 시킨다면 우리가 소련을 반드시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이 미션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큰 로켓이 필요하나 우리도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고 소련도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련에게 유리한 다른 계획들보다 이 계획에 집중한다면 1967/1968년 정도에 가능할 것이다.

 

1961년 4월 29일 베르너 폰 브라운이 린든 존슨 부통령에게 보낸 편지.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 다녀온지 채 3주도 되지 않았을 때 작성되었다. 꽤나 정확한 예상이라 약간은 놀랍다.

 

 

그리고 몇 주 후 1961년 5월 5일. 미국도 알랜 셰퍼드(Alan Shepard)를 우주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였고 이에 대한 미국민들의 큰 지지를 확인한 존 F 케네디는 1961년 5월 25일 미국 국회 연설에서 1960년대가 지나가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또한 1962년 9월 12일 미국 텍사스 라이스 대학교에서 다음의 유명한 연설을 하게 된다.

 

 

위 동영상의 약 1:00부터 나오는 장면이 이 연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지금 들어 보아도 참으로 대담하고 멋진 연설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가 달에 가겠다'가 아니라 '우리가 달에 가기로 하였다 '라니! 당시 소련에 밀리고 있는 미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대담한 연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대담한 케네디의 연설과 그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머큐리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1963년 5월까지 미국은 소련에 계속 뒤처진 상태였다. 미국은 1963년 5월 15-16일 마지막 머큐리 미션인 아틀라스 9호 (Atlas 9 - Faith 7)를 통해서 하루 동안 지구 궤도(Earth Orbit)에 우주인을 올려놓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소련은 우주인을 며칠 동안이나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것에 성공하였고 1963년 6월에는 최초로 여성인 발렌티나 테레쉬코바(Valentina Tereshkova)를 우주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게 된다.

 

한편 머큐리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무렵 이미 실제로 인간을 달에 내려놓는 것이 목적인 아폴로 프로그램(Apollo Program)이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NASA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머큐리 프로젝트와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아폴로 프로그램 사이를 연결해 줄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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