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전 글

 

 

드디어 아폴로 11호 이야기까지 오게 되었다. 비록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는 글들이지만(생각보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여기까지 오는데 달 착륙 50주년을 훨씬 지나버린 탓도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중간에 멈출 수는 없고 끝장을 봐야 한다. 게다가 아폴로 11호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아폴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11번째 글이다.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다.

 

1969년 7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발사된 아폴로 11호. 당시 약 75만명의 사람들이 이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서 모였다고 한다. 

 

1969년 5월 달 궤도에서 루나 모듈을 테스트하는 아폴로 10호 미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NASA는 드디어 1969년 7월 16일, 인류 달 탐사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하여 아폴로 11호를 발사한다. 잘 알려진 대로 아폴로 11호 비행 멤버들은 커맨더인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루나 모듈 파일럿인 버즈 올드린(Edwin "Buzz" Aldrin Jr.), 커맨드 모듈 파일럿인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로 구성되었다. 

 

이 중에서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루나 모듈에 탑승하여 달에 착륙하게 된다(비록 버즈 올드린이 '루나 모듈 파일럿'이었지만 실제로 루나 모듈 조종의 대부분은 '커맨더'가 한다).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는 커맨드 모듈에 남아 약 100km (60마일) 상공에서 달 궤도를 돌면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한편 만화 '20세기 소년'에서도 등장하듯 마이클 콜린스는 달까지 가고도 궤도에 남아있어야 해서 동정의 대상의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마이클 콜린스는 사람들이 기억이라도 해주지 똑같이 달 궤도에서 루나 모듈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던 아폴로 12, 14, 15, 16, 17호의 커맨드 모듈 파일럿들은 속이 더 상할 것이다.

 

비록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커맨드 모듈 파일럿의 역할 또한 나머지 비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했다. 만약 루나 모듈이 달 표면으로 하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루나 모듈과 커맨드 모듈이 다시 만나 도킹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때 루나 모듈이 다시 상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이 달 표면과 충돌하기 전에 커맨드 모듈이 내려가서 구조를 해주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구조에 실패한 경우 혼자서 지구로 돌아와야 했다. 마이클 콜린스의 인터뷰를 들어 보면 당시 여러 상황을 대비해서 구조 시나리오를 세워놓았지만 사전에 연습을 할 수는 없어서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될지 많은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아폴로 11호 커맨드 모듈 Columbia에서 불리되어 멀어져가는 루나 모듈 Eagle. 마이클 콜린스는 루나 모듈과 연결되는 터널 문을 닫을 때 자신이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살아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1969년 7월 16일 지구를 출발하여 3일 동안의 항해 끝에 달 궤도에 도착한 아폴로 11호는 7월 20일 루나 모듈이 커맨드 모듈에서 분리되어 본격적으로 달 착륙 과정(Power Descent)에 들어가게 된다. 루나 모듈의 달 착륙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끊임없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 통신(Communication)

처음 발생한 문제는 루나 모듈과 휴스턴에 있는 미션 컨트롤과의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루나 모듈에 설치된 안테나는 우주 비행사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비행 데이터도 함께 지구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션 컨트롤에서는 루나 모듈의 현재 상태(속도, 높이, 연료 등)를 알 수 없게 되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당시 미션 컨트롤의 플라이트 디렉터였던 진 크란츠 (Gene Kranz)는 이러한 상황에 큰 압박을 받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시점에서 착륙을 계속해 나갈지 아니면 포기(Abortion) 해야 할지의 결정은 플라이트 디렉터만 내릴 수 있었는데 정확한 정보 없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는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진 크란츠는 그래도 불완전하게나마 들어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착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게 된다. 

 

나중에 닐 암스트롱은 '모든 것을 다 연습했는데 통신이 끊기는 상황은 연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만약 착륙 과정 중 통신이 끊기면 우주 비행사 스스로 착륙을 계속 진행할지 포기할지를 결정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연습을 안했기 때문에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상황은 분명 달 착륙 과정에서 큰 위기 상황이었다.

 

 

두 번째 문제: 루나 모듈의 속도

통신 문제가 다 해결되기도 전에 루나 모듈과 미션 컨트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루나 모듈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된 속도보다 20 ft/s (6 m/s) 정도 빨랐는데 만약 이 속도가 35 ft/s (10.6 m/s) 빠르게 된다면 착륙을 포기하고 상승하여 커맨드 모듈과 랑데부를 진행하여야 했다. 그리고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경우 한 가지 문제가 더 발생하게 된다. 나중에 달 표면에 가까워졌을 때 처음 계획된 착륙 지점을 지나쳐 버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후에 분석한 결과로는 커맨드 모듈과 루나 모듈이 분리될 때 두 모듈을 잇는 터널의 공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했는데 공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포도주 병에서 코르크 마개가 튀어나가듯이 루나 모듈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것이다(다른 가설들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진 크란츠는 인터뷰에서 이 원인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그 이후로 루나 모듈의 속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아서 착륙이 계속 진행된다. 

 

사실 미션 당시에는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션 내내 루나 모듈의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 문제: 프로그램 알람

더 이상 속도가 증가하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곧바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아폴로 11호 달 착륙 과정에서 가장 큰 위기였던 1202 (트웰브 오 투) 프로그램 알람이다. 착륙을 약 7분여 남긴 상태에서 닐 암스트롱은 갑자기 루나 모듈의 컴퓨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1202 알람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미션 컨트롤에 이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다음 녹취록(*)을 살펴보면 얼마나 당시의 상황이 다급한지 알 수 있다.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 발사 후 102시간 38분 29초 경과 시점에서 컴퓨터에서 프로그램 알람을 확인하고 곧 1202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때부터 미션 컨트롤에서는 이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난리가 나지만 12초가 지나도 미션 컨트롤에서 답이 없자 재차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또다시 답이 없자 6초 뒤 어서 이것이 무엇인지 답을 달라고 긴급하게 물어본다. 

 

닐 암스트롱은 향후 인터뷰에서 이 알람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미션 당시 심장 박동 수를 보면 갑자기 150 정도로 상승을 하였다고 한다. 무척이나 다급했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02:38:29 Armstrong Program alarm.
102:38:30 Mission Control It's looking good to us. Over.
102:38:33 Armstrong 1202; 1202.
102:38:35 Aldrin 1202.
102:38:39 Public Affairs Good radar data. Altitude now 33,500 feet.
102:38:45 Armstrong What is it?
102:38:46 Aldrin That's in core ...
102:38:51 Armstrong Give us a reading on the 1202 program alarm.
102:38:56 Mission Control Roger. We got - We're GO on that alarm!

(*) 위 녹취록은 루나 모듈과 캡콤(Capsule Communicator, CapCom, 미션 컨트롤에서 우주 비행사들과 유일하게 직접 대화하는 사람) 사이의 대화만 나와있지만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우선 이 1202 알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미션 컨트롤과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를 다시 끄집어내어야 한다. 1202 알람은 용량이 제한적이었던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에 과부하가 생길 경우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예를 들어 착륙 과정 중에 컴퓨터가 꺼져버린다든지)를 미리 차단하고자 비행과 착륙에 반드시 필요한 일들만 진행하고 나머지 일들은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알람이었다. 이것은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MIT 엔지니어들이 만든 것으로 우주 비행사들에게 컴퓨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설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착륙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알람이 발생한 것을 듣고는 모두가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착륙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프로그램 개발 책임자였던 마가렛 해밀턴(Margaret Hamilton)은 최근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알람은 '절대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알람'이었어요. 충격적이었지요.

어떻게 착륙 직전에 이 알람이 발생할 수 있지?

말도 안 돼! 이것은 꿈일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미션 컨트롤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미션 직전에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폴로 11호 발사 약 2주일 전 루나 모듈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처음 보는 컴퓨터 알람 '1210'이 발생하였다. 비행 중 가이던스 시스템 확인을 담당했던 가이던스 오피서(Guidance Officer, GUIDO라 불림) 스티브 베일(Steve Bales)은 알 수 없는 알람이 발생하자 착륙 포기를 결정하였고 이로 인해서 미션 컨트롤과 시뮬레이터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런 것으로 착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큰 논쟁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진 크란츠(플라이트 디렉터)는 스티브 베일에게 착륙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알람과 그것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라고 요청했다. (그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았던) 스티브 베일은 NASA 엔지니어이자 소프트웨어 전문가였던 잭 가맨(Jack Garman)에 이것을 요청하였고 그는 일주일 후 MIT를 비롯한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에서 발생할 수 모든 알람과 그에 따른 대처 방법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1202 알람이 발생했을 때 잭 가맨과 스티브 베일은 재빨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일주일 전 작성된 대청 방법에 따르면 이 알람이 발생한 이유를 모르더라도 이것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다른 데이터들이 정상적일 경우 계속 미션을 진행해도 된다고 되어있었다. 따라서 잭 가맨과 스티브 베일은 계속 진행해도 된다고 외쳤고 무척이나 다급했던 상황을 고려해 캡콤이었던 찰리 쥬크(Charles Duke)는 플라이터 디렉터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에게 알람을 무시하고 계속 간다고 말을 하였다.

 

곧이어 또다시 1202 알람이 발생하자 버즈 올드린은 루나 모듈의 고도(Delta H)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이 알람이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의 확인은 미션 컨트롤에서 대신해주기로 한다(지구 상에 설치되어있던 컴퓨터의 용량의 훨씬 컸으니). 이후에도 착륙 과정에서 총 네 번의 1202 알람과 비슷한 유형의 1201 알람이 한 번 발생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그냥 무시하는 수준이 되고 만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알람들이 발생했던 이유는 루나 모듈의 고도를 확인하는 레이더의 문제로 가이던스 컴퓨터가 불필요한 연산을 계속하게 되는 바람에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까지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으나 시간 관계상 다음 글로 넘어가야겠다. 얼마나 많은 독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까먹기 전에 빨리 썼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참고로 놀랍게도 이 글들은 사실 팟캐스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오늘의 이야기들은 다음의 팟캐스트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Ep.07Michael Collins: Third man’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Ep.07 Michael Collins: Third man

Without the astronaut who didn’t step on the moon, Apollo 11 wouldn’t have succeeded

www.bbc.co.uk

 

Ep.08 ‘We’re go for powered descent’

 

BBC World Service - 13 Minutes to the Moon, Ep.08 ‘We’re go for powered descent’

The 13 minutes begin. Eagle is going too fast. There are communications problems

www.bbc.co.uk

 

 

다음 글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