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주에 소개했던 '본격적인 메이플 시럽 제조기 - 1' 이후 다행히 이번 주에는 날씨가 조금 풀려서 나의 메이플 나무들은 수액을 열심히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목요일(3월 10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날 하루 만에 약 3L의 수액을 모을 수 있었다.

 

710ml 병을 꽉꽉 채운 나의 수액들. 고래가 물을 뿜듯 뿜어내는 저 수액을 보라!!

 

결국 한 주 동안 약 7L의 수액을 모을 수 있었고, 나는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수액을 졸여 보았다(Sugaring). 그런데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집에서 졸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전날 잠을 자다가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많은 양의 수분이 증발한다면 집안이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밖에 있는 바비큐 기계에서 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우리 집의 바비큐는 크기가 매우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냄비를 올려놓고 가열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돌이켜 보면 이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다. 만약 집에서 했으면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서 모든 창문에서 물이 줄줄 흘렀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혹시라도 집에서 수액을 졸이려고 생각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쯤에서라도 단념하는 것이 정말 좋으실 것이다.

 

다행히 바베큐에 냄비 두 개가 들어갔다

 

수액을 졸여서 수액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수액을 열심히 졸인다
  2. 표면에 거품이 생기면 중간중간 걷어낸다
  3. 색깔이 시럽 색깔을 띠고 주걱으로 졸여진 수액을 펐을 때 방울방울이 아니라 주르륵 흐르면 불을 끈다(이것이 말이 쉽지 처음 해보는 사람은 이때가 어느 때인지 알기란 절대 쉽지 않다)
  4. 커피 필터로 한 번 걸려낸 후
  5. 시럽을 집안으로 가져 들어가서 104도(219 F)까지 가열한다

 

 

위의 내용은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비록 시럽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뭐 졸이다 보면 알겠지 싶어서 열심히 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오래 걸렸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물은 그다지 줄지가 않았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랑 동네 공원도 다녀오고 점심도 먹었지만 아직까지 다 졸여지지는 않았다. 동그란 냄비가 아니라 네모나고 넓은 사각 냄비가 있었다면 표면적이 넓어서 훨씬 빨리 졸여졌을 텐데 그런 것이 물론 없었기 때문에 아쉬웠다.

 

네 시간이 지나도록 다 졸여지지가 않자 가스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스 미터기를 보니 15초마다 약 1 cubic foot의 가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을 세제곱미터로 환산한 후 시간을 곱해 보니 시간당 약 70.34센트의 가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네 시간 졸이자면 3달러 정도가 드니까 그렇게 많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본료와 세금을 제외하고 순수 가스비만 고려해 본다면 이 정도 금액은 한 달 가스 사용량의 3~5%는 될 것이다. 자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4시간이 경과하자 물이 많이 증발하여 매우 빠르게 졸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어느 시점에서 불을 꺼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멈추기에는 너무 묽은 것 같아서 계속 젓고 젓고 또 저으며 언제 불을 끌까 고민을 하였다.

 

결국 졸이기 시작한 지 4시간 30분이 경과했고 색깔은 매우 이상하고 거품도 많지만 이제는 다 졸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물론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제 책에 쓰여있는 대로 이 '시럽'을 필터에 통과시키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시럽'이 필터를 통과하기는커녕 그냥 그 안에서 굳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뭔가 싶었다. 일단 필터 안에서 굳어버린 '시럽'을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보니 무척 단 것이 완전히 꿀맛이었다.

 

이것은 시럽인가 설탕인가

 

결국 이것은 물기가 전혀 없어서 시럽으로 사용하기에는 불가능하였고 그저 설탕이 되어버렸다. 와이프에 따르면 시럽이 다 결정화가 되어 버려서 설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내가 아마도 시럽을 졸이면서 너무 많이 저었고, 불을 너무 늦게 껐나 보다. 

 

이미 색깔이 이상한 것이 이때도 늦은 것 같다. 이 상태가 되기 전에 이미 불을 껐어야 했다

 

시럽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설탕 만들기에는 성공한 것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메이플 설탕이나 사탕을 팔기도 하던데 이렇게 시럽을 결정화시켜서 만드는 것인가 보다.

 

 

설탕을 그냥 먹기도 그래서 와이프는 이것을 버터에 녹여서 재빨리 마들렌을 만들었다. 정말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였다. 만약 와이프가 군대에 가서 취사병을 했다면 취사병 최초로 별을 달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수액은 결국 마들렌으로 재탄생되었다. 시럽 만들기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게다가 나의 메이플 나무들은 이제 몸 좀 풀렸는지 정말 엄청난 양의 수액을 뿜어내고 있다. 일단은 계속 말통에다가 수액을 모으고 있는데.... 

 

내가 다음 주에 또다시 수액을 졸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저의 올해 시럽 제조기의 대망의 끝(?)은 다음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