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여름 낡은 시대의 유산 - Governor General of Canada이라는 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캐나다 총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논란이 되는 캐나다 총독은 줄리 파예트(Julie Payette)로 과학자이며 우주비행사로 우주에 두 번이나 다녀온 사람이다. 당시 가장 큰 논란은 그녀가 그녀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매우 가혹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매일같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으며, 회의 때마다 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끔찍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한다(언론에서는 Toxic Work Environment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2020년 7월 CBC를 통해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 이러한 주장이 방송된 이후 독립된 기관에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이 전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최근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조사 결과가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우 놀랄 만한 수준의 내용이었는지 그녀는 바로 사임을 하고 말았다.

 

 

캐나다 총독이었던 줄리 파예트와 그녀의 친구이자 비서였던 아순타 디 로렌조. 두 명 모두 직원들을 매우 가혹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이번 일로 2017년 그녀를 총독으로 임명한 저스틴 트루도가 정치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당시 트루도는 자신의 정부를 Feminist Government라고 부를 정도로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썼기 때문에 여성이면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줄리 파예트를 차기 총독으로 지목하면서 이 시대에 걸맞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총독이라는 자리가 평소에는 있든 없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에 웬만큼 못하지 않고서야 방송에 소개될 일도 별로 없다. 게다가 현재 트루도 정부는 소수 정부(Minority Government)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으로도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은데 이번 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트루도가 그녀를 임명하겠다고 말했던 순간부터 그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들렸다. 첫 번째는 2011년 이혼 조정 중이었던 남편을 폭행하여 기소된 것이다(2주 후 기소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넉 달 전 자동차로 보행자를 치어서 사망하게 한 사실도 알려졌다(이것은 8개월 경찰 조사 끝에 기소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들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다 해결된 사항들이라며 언급을 거부하였고, 그녀는 예정대로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작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이후 그녀가 전에 일했던 몬트리얼 사이언스 센터(Montreal Science Centre) 및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에서도 동일한 문제로 사임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참고 기사). 그녀가 캐나다 총독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아무리 보아도 인성이 글러 먹은 사람으로 보인다. 

 

예전에 방송이나 신문 기사에서 그녀를 소개할 때를 보면 항상 우주에 두 번이나 다녀왔고 총 6개(영어,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고 소개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 아닌가 싶다. 

 

 

(2021.1.22 업데이트)

어제 줄리 파예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 언론에서 그녀의 입장문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저스틴 트루도가 기자에게 대답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줄리 파예트도 그녀의 임명을 추천한 저스틴 트루도도 괴롭힘을 받은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줄리 파예트야 원래 인성이 글렀다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저스틴 트루도는 2019년 SNC-Lavalin 사태 이후 여러가지로 매우 실망스럽다. 아마 저렇게 해서는 다음번 선거에서 참패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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