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한국에서 나를 알던 사람들이 지금 나의 주량(酒量)을 듣는다면 분명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의 직장 생활이야 대부분 비슷하듯 나도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회식도 많고 술도 많이 마셨다. 지방에서 근무했을 때는 일주일에 2~3번 회식은 기본이었던 것 같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술을 못 마시지도 않기 때문에 회식 때면 술을 참 많이 마셨다. 가끔 주량 이상으로 술을 마셔야 했던 적도 있지만 술을 마시다가 인사불성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집에 간다거나 밖에서 필름이 끊기는 일은 없었다(그래도 와이프 증언에 다르면 집에 도착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지 술 먹고 오면 참 헛소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캐나다에 오고 나서는 주로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조그마한 도시들에서 살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술 마실 일도 별로 없었다. 이민 초기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맥주도 사다 마시기도 했고, 캐나다 산 와인도 사다 마셔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시들해져 그냥 오타와에 갈 일 있을 때 가티노(Gatineau)에 있는 코스트코에 들러(*) 가장 싼 맥주를 한 두 박스를 사다가 가끔씩 마시는 정도가 되었다. 

 

(*) 참고로 술 값은 온타리오보다 퀘벡이 훨씬 싼 데다가 온타리오에서는 코스트코에서 맥주나 와인을 팔 수 없지만 퀘벡에는 가능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오타와 갈 일도 거의 없어서 술을 못 사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렇게 6년 이상을 술 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는 오백 두 잔 정도면 한계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이제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양의 술을 하루에 다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다!

 

 

가끔씩 혼자서 사 먹는 술이지만 그나마 좋아하는 술은 사이다(Cider) 종류의 술들이다. 사이다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음료를 말한다. 나도 처음 사이다가 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살다 보니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어쩌다가 사이다가 탄산음료를 뜻하게 되었는지가 신기하다.

 

어쨌든 모든 맥주가 맛이 다르듯 사이다도 제조사에 따라 맛이 다 다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맛이 괜찮은 것이 Somersby Cider(써머스비 사이다)이다. 이 사이다의 알코올 도수는 4.5% 이지만 과일주이기 때문에 달달한 것이 음료수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캐나다에서 판매 중인 써머스비 사이다들. 왼쪽 세 개는 마셔봤고 오른쪽 두 개는 아직 못 마셔봤다.

 

캐나다에서 판매 중인 써머스비 사이다는 온타리오에서 만들어 진다

 

나는 캔에 Made in Canada라고 적혀있고, 제조사가 칼스버그 캐나다이길래 처음에는 캐나다 회사를 칼스버그가 인수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이 제품은 2008년 덴마크에서 처음 개발되었고 이후 여러 나라에 진출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이 써머스비 사이다가 한국에도 진출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당연히 없을 줄 알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약간 김이 새 버리고 말았다(하지만 얼핏 보니 한국에는 사과맛의 사이다만 있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사과맛, 배맛, 블랙베리맛, 수박맛, 루바브(보통 파이를 만드는 약간은 달콤한 채소)맛 사이다가 판매되고 있다. 그중에서 사과맛, 배맛, 블랙베리맛만 마셔보았지만 사과맛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셔볼 만한 것 같다. 물론 사과맛도 맛은 있지만 다른 브랜드의 사이다들이랑 비슷하기 때문에 굳이 마실 일이 있다면 다른 맛을 맛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온타리오에서의 판매 가격은 $3.20 정도인데 가끔 가다 25센트씩 세일을 한다. 나는 그때 몇 개 사놓고 마시고는 하는데 인기가 좋은지 세일하는 맛들은 금방 다 팔리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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