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동쪽으로 401 고속도로를 달리면 코버그 (Cobourg, Ontario)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나온다. 내가 일을 하면서 담당하는 구역이 바로 이 도시부터 시작하여 동쪽으로는 브락빌(Brockville, Ontario)까지이다. 마침 이 코버그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설비 제작 회사에 일이 많아서 매주 2번씩 검사를 가야 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킹스턴에서 약 1시간 30분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운전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코버그라는 도시에서 서쪽으로 10분만 더 가면 포트 호프 (Port Hope, Ontario)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또 나온다. 비록 이 곳은 내가 담당하는 구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버그에서 무척이나 가까운 관계로 자주 대타를 뛰어야 한다. 조그마한 도시이기 때문에 일은 많이 없지만 아주 특이한 공장이 하나 있어서 가끔씩 가고 있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을 정제하는 곳인데 정식 명칭은 Cameco Port Hope Conversion Facility이다.
이 공장의 기원을 이야기하려면 거의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20~1930년대 캐나다의 노스웨스트 테리토리(Northwest Territories)에서 우라늄 광산이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우라늄 자체보다는 우라늄 광석에서 분리해 낼 수 있는 라듐이 더 쓸모가 있었다고 한다. 라듐이 암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주변 사람들에게 암을 더 유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우라늄 광석에서 라듐을 분리하려면 많은 화학 제품들이 필요했는데 캐나다에서 가장 화학 산업이 발달한 곳이 토론토와 그 주변인 온타리오 남부(Southern Ontario)였다. 그런데 마침 포트 호프에 밀 종자를 세정하던 설비가 운휴 중이어서 그 설비를 이용하여 1933년 처음 라듐 정제소 (Radium Refinery)가 포트 호프에 들어섰고 2차 세계 대전 발발 전까지 라듐을 정제하게 된다.
그 후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유럽에서 더이상 라듐을 수입하지 않게 되자 이곳에서도 라듐 정제를 멈추게 된다. 하지만 곧 미국에서 원자 폭탄 개발을 위하여 많은 양의 우라늄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곳에서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하여 우라늄을 정제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도 원자 폭탄을 위한 우라늄을 한동안 계속 정제하다가 1960년대 미국이 캐나다산 우라늄 수입을 중단하자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마침 1970년대 초부터 온타리오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활발하게 지어졌고 이 포트 호프의 정제소는 현재까지도 우라늄 다이옥사이드 (UO2)와 우라늄 헥사 플루오라이드 (UF6)를 분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UO2는 캐나다의 원자력 발전소에 연료로 사용되고 UF6는 외국으로 수출).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이곳은 캐나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설비이다. 그래서 이 공장에 한 번 들어가려면 절차가 아주 까다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여기에서 정제하는 우라늄의 방사선 수치가 높기 때문에 피폭의 우려가 있어 공장에서 나올 때는 피폭 검사기를 통과해야 한다. 한 번은 검사를 하려고 들고 있던 가방을 땅에 내려놓았는데 혹시라도 방사선 물질이 땅에 떨어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주의를 받았다. 자신들이 정제하는 것들에 손이 노출되면 처음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몇 시간 뒤 손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잘 알아들었나 모르겠다).
어쨌든 이러한 무시무시한 공장이 있는 포트 호프는 사실 이것보다는 매년 이 맘 때쯤 볼 수 있는 연어들로 유명하다. 연어들이 알을 낳으려고 온타리오 호수에서 포트 호프를 관통하는 가나라스카 강(Ganaraska River)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멋지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몇 번이나 포트 호프에 다녀왔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는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런 사실을 듣고는 더 늦기 전에 한 번 가족을 데리고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서 보니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는 연어들이 무척이나 많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 사람들이 연어만큼이나 많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중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보러 오는지 잘 모르겠다. 중국 사람들이 연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토론토에 중국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까?
사진을 찍은 곳에서 조금 더 시내 쪽으로 내려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한 중국 아저씨는 1m는 족히 되는 연어 두 마리를 잡아서 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 정도 크기의 연어 두 마리를 잡아가면 기름값은 뽑고도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사실 셋째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그리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사람이 없는 평일에 와서 본다면 꽤나 재미있는 구경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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