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미국 동부를 육로로 여행하다 보면 고속도로에서 E-ZPass라고 적혀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하이패스라는 소리이다.

미 동부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E-ZPass (www.flickr.com/photos/perspective/24311619438)

 

그런데 미국은 땅도 넓고 주마다 법도 다르니 미국 전역에서 E-ZPass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 그림에서 같이 주로 미국 동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E-ZPass가 사용가능한 지역

 

 

어쨌든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에서 미국으로 자주 내려간다고는 하여도 그동안 E-ZPass가 필요할 일은 별로 없었다. 미국에서 유료도로를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고 가끔 이용하면 그냥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미국을 못 내려가다가 작년(2022년)에 정말 오랜만에 뉴욕 주에 내려가 보니 톨게이트 자체가 사라져 버려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당연히 돈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톨게이트가 없어서 적지 않게 당황하고 말았다. 옆에 세워져 있는 표시판을 보니 우편으로 고지서가 날아온다고 하는데 참 찜찜하기 그지없었다. 토론토의 악명 높은 407 고속도로를 생각해 본다면 우편으로 고지서가 날아오는 경우 생각보다 큰 비용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407의 경우 톨 비용에 카메라 촬영비, Trip Charge, Account Fee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비용이 청구되고는 한다. 

 

그래서 우편으로 날아오기 전에 톨 비용을 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내가 사용한 기록이 뜨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 만에 나의 기록이 확인이 되었고 다행히 407과 같이 터무니없는 비용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이 무렵부터 나도 E-ZPass 같은 것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원리로 작동할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고 말았다. 단말기(Transponder)는 어디에서 구하고 또 그것에 껴서 사용할 카드는 어디에서 산단 말인가? 그래서 그냥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또다시 미국에서 유료도로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사용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올여름에 킹스턴에서 워싱턴 DC까지 내려갈 일이 있었다. 뉴욕 주에서 펜실베니아 주까지 내려간다면 유로도로를 지날 일이 거의 없는데 펜실베니아 주에서 메릴랜드 주까지 내려가니 유료도로를 많이 통과해야 되었다. 그런데 델라웨어를 빼고는 돈을 받는 톨게이트가 하나같이 없었다. 나중에 일일이 찾아서 내려면 참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나중에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내려고 봤더니 뉴욕 주 시스템과는 달리 캐나다 주소는 입력이 안 되는 곳도 있어서 그냥 고지서가 날아오면 내자고 생각하고는 말았다. 

 

과연 고지서가 언제 날아올 것인지, 혹은 캐나다까지 날아오기는 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면 귀찮기 그지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E-ZPass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것을 찾아보기에는 Reddit만 한 것이 없는데, 구글에 'Ez pass canada reddit'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하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질문과 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검색을 해보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캐나다 주소로도 뉴욕 주의 E-ZPass 사이트에서 E-ZPass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이때까지도 내 머릿속에는 하이패스 생각이 가득하여 그것을 발급받는다는 것이 단말기(Transponder)를 발급받는다는 거인지, 아니면 카드까지 같이 준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그지없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쨌든 누군가는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캐나다 주소로 E-ZPass를 받았다니 나도 일단은 신청하고 어떻게 되는 것인지 보자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E-ZPass New York에 접속해서 회원 가입 후 캐나다 주소를 입력하고 비용 USD 25를 결제하였다. 예상과는 달리 결제할 때 우편비가 추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25불만 내면 캐나다까지 배송을 해준다는 것인가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트를 뒤져보아도 캐나다 배송에 관련된 안내나 우편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느니 내가 잘못한 것이면 아깝지만 25불을 날린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서 컴퓨터를 꺼버렸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내가 E-ZPass를 신청한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엊그제 집에 와보니 내 앞으로 미국에서 UPS로 무엇인가 배달이 되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싶었는데 열어보니 E-ZPass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우편 비용도 안냈는데 미국에서 캐나다까지 UPS로 보내주다니!!

 

나에게 배송된 뉴욕 주의 E-ZPass. Transponder 또는 Tag라고 부른다.

 

이것을 받고 나서 보니 이것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이 녀석은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었다. 하이패스의 경우 톨게이트를 지나면 단말기에 꽂혀있는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E-ZPass는 별도의 카드가 필요하지 않고 이 단말기가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나의 E-ZPass 계정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식이다. 그리고 만약 내 계정의 잔고가 10불 이하로 떨어지면 내가 입력해 놓은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25불이 결제되는 듯).

 

 

가장 놀라운 사실은 내가 회원 가입을 하면서 결제를 했던 비용 25불은 그대로 내 계정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단말기 비용도 우편 비용도 받지 않는다는 소리인데, 토론토의 407을 생각한다면 무슨 자선 사업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나조차 처음에는 일 년에 몇 번이나 쓸까 싶어서 굳이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단말기를 사는데 별다른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온타리오에서 미국에 내려갈 일이 있으신 분들은 이것을 굳이 신청하지 않으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캐나다에서 뉴욕 주 E-ZPass 신청 방법

 

E-ZPass New York에 접속하여 캐나다 주소로 회원 가입 후 USD 25을 결제. 끝!

 

 

E-ZPass New York에 접속하여 Sign Up

 

그다음 화면에서 본인이 살고 계신 캐나다의 주를 선택

 

Individual Account에서 온라인 등록 클릭. 하지만 정말 팩스로 보내고 싶으시다면 오른쪽 클릭. 

 

자동차 번호판, 신용카드, Discount Plan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끔씩 미국에 내려가는 사람의 경우 Discount Plan은 별로 해당사항이 없을 테니 그냥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물론 미국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당연히 USD 신용카드나 환전 수수료가 적은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구하는 정보들을 입력하고, 자동차 번호판 입력하고, Discount Plan 선택하고(별로 해당 사항이 없으실 듯), 25불을 결제를 하면 된다. 참고로 입력된 차 종류만 같다면(예를 들어 승용차는 승용차) 자동차 번호판이 달라도 E-ZPass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음은 회원 가입 후 볼 수 있는 My Account. 

 

 

처음에 결제한 25불이 그대로 남아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이 녀석을 실제로 이용해 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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