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10월 19일 작성

 

 

이번에는 WPS (Welding Procedure Specification) 과 PQR (Procedure Qualification Record) 검토를 했던 일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이쪽 업계에 계신 분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아무튼 간단히 WPS/PQR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용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용접을 해야할지를 설명한 문서와 (WPS) 그렇게 용접을 했을 때 강도와 취성과 같은 특성이 괜찮더라 (PQR) 를 나타낸 문서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WPS/PQR 이다.

 

ASME Code를 이용해서 용접으로 압력 용기나 보일러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WPS/PQR은 필수적인 문서인데, 놀랍게도 캐나다에서는 각 주별로 자신들이 사용할 WPS/PQR을 미리 TSASK, ABSA, TSSA와 같은 기관에 제출하고 도장을 받아야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압력 용기나 Piping이 외국에서 제작되는 경우는 약간 다를 수가 있는데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TSASK의 경우 이 일은 일반 Inspector 들의 업무는 아니었고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다. 주로 Engineer 출신의 Inspector 가 이것들을 검토했는데 마침 내가 아퍼 쓴 글에서도 몇 번이나 등장했던 그 이란 아저씨가 이것을 담당했기 때문에 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것들의 검토를 담당하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WPS/PQR을 검토할 일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현장에서 용접을 하거나 보수 (Repair) 작업을 할 때 WPS/PQR은 보지도 않았고 그 누구도 그것을 찾지 않았다.그저 용접을 스틱으로 할거나 티그로 할거냐, 한다면 용접봉은 무엇으로 할 거냐,PWHT가 필요하면 어떻게 할거냐 정도만 따져보고 용접이 진행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일했을 때는 아직 Junior Level이었기 때문에 나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WPS/PQR 없이 작업 지시를 하고 검사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가 그나마 조금 WPS/PQR을 검토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API 510 시험을 준비하면서 받았던 교육에서 이것들을 검토하는 방법을 조금 배웠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한 번 배우고 나서 API 510 시험 볼 때만 조금 써먹고는 쓸 일이 없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캐나다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서 독학으로 이 WPS/PQR 을 검토해 나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소요되는 일인데 나는 그나마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다시 공부하기도 하고, 이란 아저씨에게 물어도 보면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란 아저씨가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내가 만약 TSASK에서 보통의 Inspector로 일했으면 이런 것 검토할 일이 없어서 공부가 안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 아저씨가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시간이 있음에도 은근 슬쩍 나에게 떠 넘기는 바람에 꽤나 많은 WPS/PQR을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럴 때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이것이 또 하다 보면 은근히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서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검토를 해서 문제가 없으면 도장을 찍어 주게 된다. 그리고 다른 CRN Number 체계와 비슷하게 일련번호를 매기고등록된 주를 나타내는 번호를 붙힌다 (예를 들어 1234.3).

 

 

도장을 찍은 WPS의 예 (복사본이라 흑백임). Western Canada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저런 식으로 WPS 앞장에 Cover Page를 만들어서 BC/AB/SK 주에서 등록 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압력용기와 피팅류와 같이 다른 CRN 등록과는 다르게 WPS/PQR은 다른 주로 Transfer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저쪽 주에서는 문제없이 통과를 했는데 여기 주에서는 이것저것 수정해야 된다는 Comment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알버타에서 미리 등록된 것은 꽤나 믿을만해서 알버타의 ABSA 도장이 찍혀있으면 대부분 쉽게 검토가 가능했다.

 

지금은 내가 WPS/PQR 검토 후 도장을 찍어주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용접사 시험이나 Shop 검사 시에는 그것들을 검토해야 하고, Client 가 새로운 WPS/PQR 을 개발할 때는 컨설팅도 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쌓았던 경험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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