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6년 2월 11일 한 카페에 썼던 글임

 

 

IMF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낯선 제목일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캐나다는 넓고 운전할 일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하는 일의 절반은 리자이나와 그 주변 지역 보일러 검사이고 그 나머지 절반이 Quality Management System (QMS) 검토라던지 사고 원인 조사, Regulation 검토 등의 업무입니다. Inspector 업무가 절반이고 Engineer 업무가 절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마음이 편하기로는 Inspector 업무가 편하고, 일이 재미있기로는 Engineer 업무가 낫습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한참 보일러 검사로 바빠서 한동안 리자이나 지역을 벗어날 일이 없었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QMS Audit을 위하여 저 멀리 Coleville이라는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동네를 다녀왔습니다. QMS 관련된 업무는 개인적으로 이란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과 일을 같이 하는데 이 아저씨가 약간 답답한 것이, 일을 할 때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하면 좋은데 참 계획 없고 생각 없이 일을 해서 같이 다니기 까다롭습니다.

 

2주 전에 사무실에서 1차적으로 Audit을 할 때 대충 검사를 갈 곳이 어디인지 말이 나왔는데 그 이후로 확인도 안 하고 전날에야 2월 9일 9시까지 현장으로 갈테니 정확한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저씨랑 몇 달 같이 일해 보니 괜히 중간에 끼어들었다가 골치 아픈 일들이 아주 많아서 왠만하면 그냥 보고만 있는데 결국 그러한 이유로 갑작스레 왕복 9시간 거리의 Audit을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저는 성격상 어디 가면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아저씨는 보통 가다가 커피 사러 들어가고, 가다가 내려서 담배 피고, 시속 110km 도로에서는 110km 이하로 달려서 어디 가면 참으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중간에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운전을 해서 결국 그 먼 동네에 5시간 만인 11시에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 아무 것도 없는 곳입니다. 멀리 멀리 전봇대 사이로 보이는 검은 것이 뉴스에 자주 나오는 Pump Jack 입니다

 

Pump Jack에서 Oil을 뽑아내면 지하의 배관을 통해서 Tank로 보냅니다. Tank에 모인 Oil들을 또 사진과 같은 Oil Battery로 보내 Oil에서 물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여 이곳저곳으로 보내게 됩니다

 

금번에 방문한 지역은 알버타와의 경계에 가까운 Oil Field 지역인데 사실 사스카추완도 꽤나 Oil 이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제가 가진 자료에 따르면 알버타에서 하루에 274만 BBL의 Oil을 생산하는데 사스카추완에서도 50만 BBL/day 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뉴스에서 들었을 때 이곳의 생산량이 캐나다에서도 2위이지만 북미에서도 5위라고 하던데 그것을 보면 꽤나 생산량이 많은 편입니다. 그 덕에 알버타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Oil 값의 하락으로 약간 힘들어지고 있는데 1불 하락 시 세수가 2000만 달러 부족해진다고 하니 주정부가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아무튼 사무실에서 미팅을 2시간 정도 하고 현장에서 한시간 넘게 검사도 하고 다시 돌아와 마무리를 하니 어느새 4시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문화라면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딜 가든 점심을 제공하거나 같이 먹지 않기 때문에 그때까지 밥을 못 먹었습니다. 처음에 일 시작했을 때는 무척이나 배가 고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냥 어느 순간 배고픔이 줄어들게 됩니다. 다이어트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생기고요. 한국에서 일할 때 해외로 출장 다녀 보면 그래도 상대편에서 샌드위치 정도는 준비해 주던데 캐나다에서는 딱 한 번 샌드위치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4시에 나와서 근처의 Kindersley 라는 곳에서 기름도 넣고 햄버거를 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주유소는 마침 한국분이 운영하고 있어서 워홀로 일하고 있는 젊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일 하면서 한국 사람 2번 만나봤다고 하네요. 결국 또다시 5시간이 걸려 최종적으로 9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제가 운전을 안했으면 10시에 집에 도착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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