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11월 3일 작성

 

어느새 킹스턴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한 기간이 지난번 회사에서 일한 기간과 얼추 비슷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예전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점점 잊혀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하는 일이 그곳과 매우 비슷하면서도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디테일의 차이라고
한다면 사스카추완과 온타리오 Regulation의 차이라고 할까, 기억이 뒤죽박죽 되면서 더욱 헷갈리는 것 같다. 그래서 어서 TSASK에서 했던 일 정리를 마무리해야 될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에 할 이야기는 QMS / QCP Auditing이다.

 

우선 QCP (Quality Control Program)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보일러를 설치하고나, Pressure Piping을 제작한다거나 압력 용기를 수리해야하는 경우에는 TSASK에서 발행하는 자격증 내지는 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TSASK에서는 이런 회사들을 Audit (감사 혹은 인증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해야 한다. 이때 그 회사들의 Quality Control Program을 점검하고 과연 이 회사가 그런 일들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Act & Regulation이나 다른 Code들은 잘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러한 Audit 후 이상이 없으면 Certificate을 발행하게 되고 3년 동안 Certificate에 적혀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 3년이 지난 후에는 다시 Audit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ASME에서 ASME Certificate Holder 들을 Audit 하는 것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QMS (Quality Management System) 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Contractor 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QCP 와 다르게 QMS는 보일러나 압력용기를 소유하고 있는 Owner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사스카추완의 Act 와 Regulation에서는 모든 보일러, 압력용기의 검사는 TSASK Inspector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Owner가 QMS Certificate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이때에는 자기들이 보유한 Inspector들이 직접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때 그 Inspector들은 TSASK에서 발행하는 Pressure Equipment Inspector 자격이 있어야 함).

 

그런데 왠만큼 큰 회사가 아니고서야 자신들이 직접 Inspector를 고용하거나 3rd Party 회사와 계약해서 검사를 진행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있었을 당시에는 사스카추완을 통틀어서 9개 정도 회사만 이 QMS Certificate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 대다수가 알버타에 본사를 둔 큰 Oil & Gas 회사들이었다.

 

참고로 사스카추완의 QMS / QCP 시스템은 기본적으로는 알버타의 QMS / QCP의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QCP Audit의 경우 알버타에 비해서 무척이나 단순하다. 알버타나 온타리오의 경우 그런 Audit의 경우 보통 이틀 동안 진행되며 실제로 무엇인가를 제작해서 (이러한 행위를 Mock-up Job이라고 한다) Quality Program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다. 그런데 사스카추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철저하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보통 서류 위주로 검사를 한다. QMS의 경우 알버타에서는 보일러나 압력용기를 얼마 이상 (기준은 모르겠음) 보유한 회사들은 무조건 QMS Certificate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수백 개의 회사가 QMS Certificate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회사들을 상대로 Audit을 하는 것이 이 일의 핵심이었는데 이 일 또한 이란 아저씨와 같이 다니면서 나 또한 이 일을 꽤나 많이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에서 Audit 신청을 하면 그들의 Quality Control Manual을 송부하는데 이것이 짧게는 20 - 30 장 정도, 많게는 300 - 400 장 정도의 문서이다. 그러면 Auditor가 그 회사에 연락을 해서 Audit 일정을 잡고 이 매뉴얼을 검토하게 된다. 나는 처음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공부삼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Audit에 참가할 경우 대부분의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보았다. 많이 읽다 보니 이게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어디가 이상하고 어느 부분을 보완해야 될 지 점점 보이게 되었다.

 

검토가 끝난 이후에는 그 회사의 담당자를 만나서 보통 2시간 정도 그 매뉴얼과 그 회사에서 샘플로 가져 온 Job Package를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게 된다. 처음 몇 번은 이란 아저씨와 함께 미팅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나 혼자서 미팅을 하게되었다. 담당자와 1:1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보니 은근히 영어 공부도 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QMS Audit의 경우에는 QCP Audit 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우선 사무실에서 QMS 매뉴얼을 가지고 Audit을 한 후 그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현장으로 가서 실제로 이 QMS 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한 번은 이 현장 Audit을 위하여 리자이나에서 편도로 5시간을 걸려서 현장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주로 사스카추완과 알버타와의 경계에 Oil Field들이 많이 있는데 이 현장이 그중에 하나였다. 사스카추완 고속도로에서 운전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길이 평평하고 무척이나 심심하여 운전하다가 졸려서 혼났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총 3개의 QMS Audit에 참여했다. 그 중에 한 회사는 캘거리에 본사를 둔 Oil 개발 회사였다. 엄청난 오일 가격 폭락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16년 초였기 때문에 그 회사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직원의 90% 정도가 해고되었고, 10개 층 정도를 사용하던 본사 사무실도 이제는 2개 층만 사용한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이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그 회사 Audit을 위해서 처음으로 사스카추완주 밖으로 출장도 다녀왔는데 다녀오고 나서 바로 그 다음주에 해고 통지를 받게 되었다. 그때의 참담함이란.

 

아무튼 마침 그때 일을 하면서 써놓은 글이 2개 있어서 이 블로그에다 옮겨 보았다.

세계는 넓고 (운전)할 일은 많다
캘거리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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