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11월 30일 작성

 

 

APEGA에서 APEGS로 E.I.T.를 이동한 후 P.Eng가 되기 위해서 첫 번째로해야 할 일은 협회에 Experience Report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엔지니어 협회도 기관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도 APEGS와 완전히 똑같이 진행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E.I.T에서 P.Eng 지원을 위해서는 이 Experience Report를 제출해서 총 4년의 경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1년은 반드시 캐나다 관련 경험이어야 함. 최근 글들을 업데이트하면서 보니 협회별로 캐나다 경력 요구사항이 조금 다른 듯하다. 따라서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협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APEGS의 경우 P.Eng 지원을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Law and Ethic'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세미나에 참석을 하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Experience Report를 제출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세미나를 참석해야지만 PPE (Professional Practice Examination)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 Experience Report 제출이 E.I.T.에서 P.Eng로 가는 길의 시작점이라고 하겠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일을 했을 때 첫 번째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4년 정도 일했고, 그다음 회사에서 또다시 3년 정도 일을 했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APEGS의 Guide에 따라 회사별로 2개의 리포트를 제출하려고 했다. APEGS의 Guide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 즉 대학을 졸업하고 E.I.T.가 된 경우, 최소 3회의 Experience Report를 제출해야 한다. 처음 1년 일을 한 후 한 번, 그리고 중간에 한 번, 끝으로 마지막 4년을 모두 채운 이후 한 번을 써야 한다.이때 회사를 옮기거나 하는 일이 바뀔 경우 또다시 새로운 리포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회사별로 2개의 리포트를 쓰려고 했지만 이것을 쓰는 것이 워낙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두 번째 회사에서 한 일이 엄밀하게 말하면 엔지니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첫 번째 회사에서 일한 경력만을 가지고 리포트로 쓰기로 했다.

 

참고로 오늘 다시 APEG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얼핏 보니 International 경력인 경우에는 4년의 경력에 대해서만 리포트를 쓰면 된다고 한다. 이때 최근의 경력, 일반적으로 제출일로부터 2년 전까지 기간이 들어가도록 작성해야 된다고 쓰여있다(Experience Report Guide, Aug/2017). 내가 리포트를 제출했던 당시에는 저런 문구를 못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약간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 2년 전까지의 경력이 포함되어야 한다면 두 번째 회사에서 일한 일에 대해서도 리포트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를 준비할 때 마침 회사에 E.I.T.에서 P.Eng가 되려고 준비를 하는 방글라데쉬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그 아저씨와 이 리포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아저씨는 방글라데쉬에서 10년 이상 Mechanical Engineer로
일을 했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학 석사까지 마쳤지만 Experience Report 승인이 3번이나 거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 일한 경력 인정은 포기하고 그냥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4년에 대해서만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리포트 승인 거부가 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정말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다가 거부가 된다면 나도 여기에서 4년이나 추가로 경력을 채운 다음에야 P.Eng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 번에 36개월의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 리포트를 쓴 후, 몇 번이고 다시 고쳤다.

 

이 리포트는 지금 돌아봐도 꽤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이었다. 이 리포트는 총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영역 별로 소영역이 있는데 이 소영역 중에서 2~3가지를 골라서 내가 했던 일을 써야 한다.

 

그럼 각각의 영역과 소영역에 대해서 살펴보자.

 

1) Application of Theory

   A) analysis

   B) design and synthesis

   C) testing methods

   D) implementation methods

 

2) Practical Experience

   A) Studying or being exposed to existing engineering works

   B) Application of equipment in larger systems

   C) Limitations of practical engineering

   D) Significance of time

3) Management of Engineering

   A) Planning

   B) Budgeting

   C) Project Control

   D) Scheduling

   E) Supervision

   F) Risk assessment

4) Social Implications of Engineering

   A) The value or benefits of engineering works to the public

   B) Safeguards to protect employees and the public and mitigating adverse impacts

   C) Engineering activity and the public at large (e.g. educational programs)

   D) Interest and involvement in the broader social implications of engineering

   E) Significance of regulatory agencies on the practice of engineering

그런데 내가 이 나라의 엔지니어 제도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지어 어떤 항목은 도대체 무엇을 써야 될지도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Practical Experience의 "Significance of time" 항목의 경우 프로젝트의 기한을 지키려고 열심히 일했던 것을 써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PPE 시험을 준비하면서 관련 책을 읽어 보니 저 항목들은 캐나다의 (아마도) 모든 엔지니어 협회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의미에서 물어보는 것이구나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만약에 내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리포트를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러한 항목들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써야 하는데 그냥 대충 쓰면 방글라데쉬 아저씨처럼 거부를 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리포트를 쓸 때 협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들어가야 한다.

 

Every point in your reports should contain specific information on:

o What you did ‐ specific engineering / geoscience project example, background (if necessary to provide context), circumstances, your role / responsibilities

o How you did it ‐ your tasks, methods, challenges, your role

o Why you did it ‐ reasons including your role / contribution

o What the outcome was ‐ outcome of the situation / project, include your contribution

 

예를 들어 리포트를 쓸 때 우리가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데 모두 열심히 일해서 어느 성과를 이루었다고 쓰면 안 된다고 한다. 즉, "'내가" 무슨 프로젝트에서 이러저러한 엔지니어로 일을 했는데 어떤 점이 힘들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주어진 예산과 기간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와 같이 나를 중심으로 아주 자세하게 써야 했다(자세한 것은 APEGS Experience Guideline 1 & Experience Guideline 2 참조).

 

리포트를 쓰면서 보니 무엇보다 다양한 예시를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내가 안 했던 일을 했다고 하기는 그렇고, 했던 일을 아주 잘 포장하여 리포트를 작성하였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입사할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랑 어딘가 모르게 맞닿아 있다고 할까나.

 

당시의 Experience Report.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썼다.

 

리포트를 완성한 다음에는 내가 리포트에 적었던 기간 당시의 Supervisor에게 서명을 받아야 했다. 캐나다에서의 이야기라면 내가 그 회사를 떠났더라도 전에 일했던 Supervisor가 당연히 검토하고 서명해 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국에 있는 옛날 팀장님에게 이것을 보내는 것은 미친 짓과도 같은 일이라 그렇게 하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상도의는 지켜야 할 것 같아서 당시에 같이 일했던 선배에게 확인을 받았다.

 

그렇게 서명까지 받은 이후 우편으로 APEGS로 리포트를 제출하였다. 아마 APEGA의 경우에는 이 리포트도 온라인으로 쓰는 것 같았는데 여기는 아직 종이로 잘 출력해서 서명을 한 후 보내야 했다. 이 리포트의 경우 2~3달 정도에 한 번씩 Cut-off 날짜가 있고, APEGS에서는 그 기간 중에 제출된 리포트를 검토하고 Committee 승인을 받아서 1~2달 후에 결과를 알려준다. 만약 이 Cut-off 날짜를 놓치면 마냥 2~3달을 기다려야 한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리포트를 쓴 덕분인지 다행히 한 번에 리포트를 승인받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총 36개월의 경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당시 레터를 보니 2015년 7월에 승인을 받았다. 이제 앞으로 P.Eng가 되기 위해서는 Law and Ethic 세미나 참가, PPE 시험 통과 그리고 1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을 한 후 마지막 리포트를 쓰는 일이 남았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