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12월 8일 작성

 

 

Experience Report 승인이 완료된 이후 해야 할 일은 바로 Law and Ethics Seminar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아마 다른 주에서는 이러한 세미나가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스카추완에서는 PPE (Professional Practice Exam)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 세미나에 참석해야만 한다.

 

이 세미나는 이틀 16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Professional Engineer 와 관련된 법률 지식을 교육하고 P.Eng가 되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준다. 1년에 2번밖에 진행되지 않으며 한 번은 사스카툰에서 또 한 번은 리자이나에서 진행된다. 나의 경우에는 운이 좋게 2015년 가을에 리자이나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어서 사스카툰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다. 이틀에 걸쳐해서 그런지 참석 비용도 꽤나 비쌌다. PPE 시험 비용이 포함된 이 세미나의 비용은 당시 320불이나 되었다.

 

교육은 예상 외로 꽤나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나쁜 일을 하면 안 되고 착한 일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법률 관련된 내용은 캐나다 법 체계가 대충 어떻게 이루어져 있구나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P.Eng로 일을 하면서 심각하게 잘못하였을 경우에는 협회에서 그것을 조사하고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의로 결과를 조작한다거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자신의 도장을 찍는다거나 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징계를 받는 절차가 소송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우리 나라에도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나라에도 기술사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기술사의 도장 없이 엔지니어들이 알아서 검토하고 일을 진행한다. 이때 "엔지니어"의 정확한 기준도 없고 나중에 일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일단 공대를 졸업하면 모두 엔지니어가 되는데 과연 공대를 졸업했다고 엔지니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결국 서류에 도장을 찍은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혹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누가 잘못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결국 소송에 들어가서 그 도장 찍은 사람의 잘못이 얼마나 있는지를 따지게 되지만 말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관련자들이 조금 더 책임감있게 행동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세월호 사건 때 그 배를 중고로 들여와서 내부 구조를 무리하게 바꾸어서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그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여기서 발생한다면 그 구조 변경 서류에 도장을 찍은 엔지니어가 지금쯤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가지 어려웠던 일은 역시나 내가 다른 세미나에서도 겪었던 그런 어려움이었다. 이런 세미나에서는 꼭 참석자들끼리 모여서 토론을 하고 발표를 하게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참으로 할 말이 없다. 한국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캐나다에서 오래 일을 한 것이 아니라서 할 이야기도 없다. 게다가 학교를 여기에서 나온 것도 아니라서 이런 토론에 익숙하지가 않다.

 

여기도 한국과 비슷한 점은 있어서 이틀째 교육이 끝나갈 때쯤에는 일부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기도 했지만 나는 끝까지 남아 이틀 동안 혼자서 열심히 잘 들었다. 이 세미나를 듣고 나니 이제 남은 것은 PPE 시험과 마지막 1년 Experience Report 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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