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12월 13일 작성

 

 

Law and Ethics 세미나와 PPE (Professional Practice Exam) 시험을 마친 것이 2015년 가을이었다. 이제 E.I.T에서 P.Eng가 되기 위해서 남은 관문은 캐나다 경력 1년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캐나다에서 일한 경력으로 Final Experience Report를 제출해야 했다.

 

이번에도 Experience Report를 한 번에 통과받기 위해서 열심히 작성하였다. 마침 내가 캐나다에서 1년 경력을 채운 것이 2016년 4월 13일이었고, 약 보름 정도 후가 Experience Report 제출 마감일이었다. 이번 마감일을 놓친다면 두 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기한에 맞추려고 2016년 4월초부터 리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써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대략 어떻게 써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는 나의 Supervisor가 직접 리포트를 검토하고 Comment를 쓰고 서명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물론 지난번도 그렇게 해야하지만 한국 사람들끼리는 그렇게 철저하게 하지 않으니)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을 했다고 쓰기는 물론 불가능하였고, 내가 실제로 했던 일이라도 너무 과장되게 쓰기는 눈치가 보였다..

 

그리하여 또 몇 날 며칠에 걸쳐서 리포트에 쓸 사례를 생각해 내고 문장을 쓰고 또 썼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을 몇번이나 검토 후 다시 이렇게 고치고 저렇게 고치고는 했다. 다행이었던 점은, 어쩌다 보니 앞서 글들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의 이란 아저씨와 일을 같이 하게 되는 바람에 꽤나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일을 한 경험들이 리포트를 쓰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Incident Investigation 이라든지 Welder Test라든지 일반 Inspector 들은 잘해보지 못한 일을 하여서 쓸 것이 조금 생겼다.

 

어쨌든 일을 시작한지 딱 1년이 되었을 때 이렇게 완성된 리포트를 출력하여 우리의 Chief Inspector 아저씨에게 가져다주었다.아저씨는 검토를 곧 하겠다고 했지만 워낙 바쁜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검토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나 바쁜 사람이냐면 메일함에는 안읽은 메일이 3,000 ~ 4,000 개 정도가 있을 정도였다 (나쁜 뜻은 아니다. 이 아저씨는 매우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데 마감일은 다가 오는데 역시나 이 아저씨로부터 아무런 말이 없자 마감일 하루 전에 아저씨 방에 가서 혹시 검토가 끝났는지 물어보았다. 바쁘면 그냥 다음 마감일에 제출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랬더니 오늘까지 검토를 하겠다고, 마침 나뿐만 아니라 예전에 일을 같이 했던 사람의 리포트도 검토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마감일 전날 오후 늦게 내 Supervosior가 서명한 리포트를 받을 수가 있었다. 보통 이러한 리포트는 메일로 보내지만 내가 제출하는 날이 마감 당일인 데다가, APEGS의 사무실이 리자이나에 있었던 관계로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직접 사무실로 가서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또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면서 매일같이 APEG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 서류 상태를 확인하였다. 사실 P.Eng가 별 것은 아닌데 그래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개인적으로 목표를 세운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캐나다에서 P.Eng가 되기였다. 당시에 나에게 P.Eng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P.Eng 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P.Eng가 되었다는 사실은 적어도 1년 정도는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하면서 밥을 벌어 먹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P.Eng가 된다면 인생의 큰 목표 중의 하나를 이룬 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매일같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2016년 6월 6일 APEGS 홈페이지에서 내 Experience Report 상태가 '승인'으로 바뀐 것을 확인하였다. 꽤나 기쁜 마음에 당시에 가끔씩 글을 쓰고 있던 캐나다 관련 카페에 '드디어 캐나다에서 첫번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라고 글도 적었다. 아직 정식 Letter를 받으려면 또 한 두달은 기다려야 하지만 얼마나 기뻤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그런데 참으로 놀랍고도 슬프게도, 내가 바로 그런 글을 쓴 다음 날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갔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심지어 퇴근 시간도 한참이나 남았지만 먼저 들어가도 된다고 하였다.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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