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2월 6일 작성

 

 

본사에서 진행된 이틀 동안의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그다음에는 한동안 다른 Inspector들을 따라다니는 Training을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의 Training이 필요하였다.

 

우선 첫째로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Training이다. 즉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지역을 다른 사람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ASME Shop Training이다. 이것은 캐나다 그리고 온타리오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필요하다. 앞의 글들에서 가끔씩 설명한 적이 있는 CSA B51 (캐나다의 Pressure Equipment 관련 Code)에 따르면 캐나다 내에서 Authorized Inspection Agency(AIA)는 각 주의 Regulatory Authority, 즉 TSSA, ABSA, TSASK와 같은 기관만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이쪽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즐거운 이야기인 줄 알 것이다. 들어보니 한국에서는 AIA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여 검사원이 영업도 해야 될 정도라는데 캐나다는 독점이니 그럴 걱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 내에서만 사용될 CSA B51 Pressure Vessel 뿐만 아니라 캐나다 혹은 전세계로 팔려 나갈 ASME Pressure Vessel과 보일러도 오직 우리와 같은 기관만이 검사를 할 수 있다. 사실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과도한 규제라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나와 같은 Inspector 가 ASME Shop에서 제작되는 압력용기와 보일러 등을 검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Inspector가 National Board의 Authorized Inspector (AI) Commission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 Commission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National Board에서 2주 동안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할 예정).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닌데 최종적으로 이 Commission을 받기 위해서는 ASME Code 일이 진행되는 Shop이나 Field에서 총 80시간의 Training을 받아야만 된다.

 

물론 사스카추완에서 일할 때도 이 자격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사스카추완 전체에 ASME Shop이 3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Inspector가 다 이 Commission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그 Shop들이 일도 많지 않아서 80시간의
Training 시간을 채우려면 2~3년은 족히 걸렸다.

 

그런데 여기 온타리오에는 ASME Shop 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GTA(Greater Toronto Area)를 담당하는 Inspector의 경우 자기 구역 내에 ASME Shop 만 4~5개씩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든 Inspector가 기본으로 AI Commission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신규 Inspector 채용 시에도 1년 이내에 AI Commission을 취득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사실 입사 초반에 토론토에 오래 묶고 있을 때 이 ASME Shop Training 시간을 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지역에는 ASME Shop 이 없었던 관계로 나의 Supervisor가 그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앞으로 할 일을 배우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 말에 우리 동네에도 ASME Shop 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 내 구역에서 진행되는 신규 발전소 공사 현장에도 ASME Boiler Assembly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다시 시간을 쌓기 시작하여 결국 2017년 3월에야 80시간을 채울 수가 있었다. 한창 시간을 쌓아야 할 때는 매주 2~3번씩 토론토를 갔는데 2시간 30분 이상을 운전하고 가서 겨우 1~2시간의 Training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해야 할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한동안 무척이나 고생하였다.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무척이나 무책임한 내 지역의 전임 Inspector 때문이었다. 내가 입사를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사람이 Auditor라는 위치로 일종의 진급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 사람을 지켜본 결과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진급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만약 그 사람이 그렇게 무책임하지 않고 자신이 개판을 쳐놓은 ASME Boiler Assembly 일을 조금만 더 같이 했어도 내가 토론토에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이 1~2달 만에 필요한 시간을 다 채웠을 것이다.

 

그 사람을 따라서 내가 앞으로 담당하게 될 지역을 2주 정도 같이 다니면서 보니 그것 말고도 하는 짓이 정말 가지가지였다. 내가 여태껏 만나 본 Inspector 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다. 도대체 Regulation이나 ASME Code는 알고 있을까 싶을 정도인 사람이었는데 진급까지 한 것을 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여기서 할 일이 내가 사스카추완에서 해오던 일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전임 Inspector로부터는 배울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2016년 9월 초부터는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주 속이 시원했다.

 

또다시 글을 옮기다 보니 열이 받는다. 정말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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