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2월 3일 작성

 

 

오늘부터는 내가 킹스턴에서 살면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일하고 있는 TSSA 소개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

 

Technical Standards and Safety Authority, 즉 TSSA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 중의 하나로 기관의 설립 근거는 온타리오의 Technical Standards and Safety Act, 200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온타리오의 Ministry of Consumer and Commercial Relations 의 한 부서였는데 1997년 분리되어 현재는 Non-profit Organization 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Ministry of Government and Consumer Services 의 관리 및 감독을 받는다.

 

안전이라고 한다면 그 영역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식품 안전, 교통 안전, 산업 안전 등등. 그중에서 TSSA 가 담당하는 영역은 다음과 같다.

 

 

1. Boiler and Pressure Vessel / Operating Engineers Safety Program

내가 속하여 있는 Program 이다. 말 그대로 Boiler 와 Pressure Vessel 등 Pressure Equipment의 안전을 담당한다. 주로 하는 일은 Boiler / Pressure Vessel 설치 & 주기 검사, Pressure Piping 검사, Pressure Welding 관련 검사, ASME Shop 검사, 원자력 발전소 관련 검사 등이 있다.

 

온타리오의 TSSA가 사스카추완의 TSASK나 알버타의 ABSA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온타리오에서는 산업용 보일러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Power Engineer 라고 부르지 않고 Operating Engineer라고 부른다. 그리고 TSSA에 이 Operating Engineer의 영역만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별도로 있다. 그런데 아직도 왜 굳이 나와 같은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 와 Operating Engineer Inspector 가 별도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 명이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전문적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온타리오만의 또 하나 독특한 점으로는 바로 원자력 설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에는 총 19기의 원자력 Reactor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 뉴브런즈윅에 있는 1기를 제외하고 나머지가 모두 온타리오주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타리오에는 다른 주와는 달리 원자력 발전소 관련 산업이 발달하여 있으며 그에 관한 일부의 검사를 TSSA가 담당을 하고 있다.

 

사실 원자력 설비의 안전은 Provincial Act 가 아니라 Federal Act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Provincial 기관인 TSSA 가 원자력 설비의 안전을 담당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캐나다의 원자력 안전의 담당 기구인 CNSC (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에서 일부 업무(원자력 설비 제작 검사 등)를 TSSA에 의뢰하여 검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2. Fuels Safety Program
이 영역은 나로서는 아직까지 잘 파악이 안 된 분야이다. 말 그대로 Gasoline, Propane이나 Natural Gas 같은 Fuel 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곳인데 참으로 분야가 넓고 복잡하여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곳이다. 현재까지 내가 지켜본 바로는, 주유소 검사, Natural Gas Line 검사, Boiler Burner에 연결되는 Gas 또는 Fuel Oil Line 검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무수히 많은 자격증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냉/난방 업체가 TSSA 인증 업체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Fuels Safety Program에서 발행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도대체 나로서는 그 회사들이 도대체 무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길을 다니다 보면 Air Conditioning 및 Heating 업체의 트럭에 TSSA # 라고 적혀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로서는 도대체 저 번호가 무슨 번호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아무리 다른 Program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회사인데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를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알 수 없는지는 다음의 표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표는 Fuels Safety Program에서 발행하고 있는 자격증들을 보여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증들이 저렇게 쓸데없이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잘못된 Bureaucracy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Fuel Safety Program 에서 발행하는 자격증들의 List. 50개는 족히 넘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3. Elevator / Amusement Devices / Ski Lift
TSSA 홈페이지를 보면 3개가 각각 분류되어 있지만 여기의 Inspector 들은 3개의 영역을 함께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 묶었다.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 놀이동산의 놀이기구, 스키 리프트를 검사한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온타리오에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수도 많고 규제도 꽤나 심해서 그쪽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가 보다 (엘리베이터 업체 입장에서는 악명이 높다고 할까).

 

온타리오에 사시는 분이라면 은근히 쉽게 이들이 하는 일을 볼 기회가 있다. 어느 온타리오에 설치된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TSSA Certificate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Certificate이 없는 대신에 등록번호만 적혀있는 경우도 있음).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Certificate.


.
4. Upholstered and Stuffed Articles
마지막으로 소개할 Program 은 Upholstered and Stuffed Articles라는 곳으로 흔히 USA라고 불린다. 인형이나 가구 속에 들어가는 충진재를 검사하는 곳 같다. 심지어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어사전으로 충진재를 검색해 보니 검색이 안될 정도이다.

 

아무튼 Random으로 인형이나 매트리스와 같은 가구 속을 검사한다는 것 같은데 이 또한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심지어 작년에 법이 바뀌어 온타리오에서는 더 이상 이 분야를 규제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2019년 7월 1일이면 이 업무가 종료될 예정인데 그곳에 속해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고 나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가 더욱 낯설어진 느낌이다. 내가 일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곳이다. 아무튼 회사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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