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1월 18일 작성

 

 

TSSA에서 합격 연락을 받고 나서는 이제 내가 다니던 회사에 나의 떠남을 알릴 차례였다. 그래서 다음날 회사에 가서 'TSSA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기존의 Layoff Notice에 변동 사항이 없으면(즉, 해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회사 떠날 예정이다(사실은 해고당하는 것이겠지만)'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Chief Inspector 아저씨와 HR 담당자가 분주해졌다. 그리고 나를 불러서 다시 이야기를 했는데 요약하자면,

 

얼마 전에 회사 실적과 전망을 Update 했는데 숫자가 예전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의 해고를 취소할 의향이 있으니 나에게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해 달라고 하였다.

 

내가 그 회사 사람들을 원망하게나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쁜 뜻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겨우 1~2 달 사이에 전망이 바뀌었다는 것이 약간은 말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내보내려고 일부러 전망을 어둡게 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 능력이 형편없었을 것이다.

 

그냥 회사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대로 애초에 나를 내보내려고 했다기보다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연차가 높은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하려고 이러한 일을 벌인 것 같긴한데 회사가 약간은 어설펐다고 할까, 아니면 내보내고자하는 아저씨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완전히 잘못 예측했다고 할까...

 

그래서 어느 순간 공은 나에게 넘어와 있었다. 언제까지 답을 해달라고 했는데 사실 이미 떠나기로 거의 마음을 먹은 상태여서 다시 그 결정을 뒤집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회사를 안달 나게 만들기 위해서 우선을 생각 후 알려 준다고 하였다.

 

물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둘째의 출산, 산지 얼마 안 된 집과 엄청난 모기지, 3,000km가 넘는 이사 거리, 또다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으로의 이사, 현재보다 낮아지는 급여 등등을 생각하면 그냥 이곳 리자이나에 뿌리를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래의 두 가지 생각이 결국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로는 내가 회사에 남는다고 하여도 나의 Seniority는 제일 낮을 것이다. 이미 몇 명을 내보낸 상태이기 때문에 한동안 사람을 안 뽑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또 다시 경기가 안 좋아져서 다시 한번 Layoff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결국 또다시 나가야 할 사람은 나일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로는 어느새 정이 들은 리자이나, 사스카추완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곳을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답을 해달라고 한 마지막 날 회사에 미안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는 그동안 하던 일을 마무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결국 나는 공식적으로는 회사에서 해고가 되어 떠나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단체협약에 따라서 이런저런 Severance를 받고 회사를 나갈 수 있었다.

 

한국의 상황으로 생각한다면, 이직을 하려는데 (물론 이직의 계기는 내가 아니라 회사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일반 퇴직금에다가 희망퇴직 보너스도 받으며 이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나.

 

 

이렇게 리자이나에서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2017년 8월 초부터 리자이나 관련 글을 쓰기 시작해서 2018년 1월 중순에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이사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할 말이 참으로 많이 있으나 이 블로그의 주된 주제가 캐나다의 직장 생활이기 때문에 다음 킹스턴 관련 글을 쓸 때 조금 설명하는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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