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1월 28일 작성

 

 

킹스턴으로 이사를 오기 전 살았던 리자이나에서는 겨우 일 년 반 정도 살았지만 그래도 리자이나와 그 주변 동네에 대해서 꽤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길 이름만 들어도 대충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첫째 검사를 다니면서 시내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지역 뉴스를 꽤나 자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스턴에 온지 벌써 일 년 반 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뭔가 이곳에 대해 리자이나만큼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 이제는 길 이름을 들어도 거기가 어디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다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 이제는 검사를 다닐 때 대부분 킹스턴 외부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이곳은 지역 방송국이 딱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집에서는 HD 방송으로 나오지가 않아 지역 방송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2018년)에 텔레비전 서비스를 바꾸면서 이제는 지역 뉴스를 가끔씩 보고 있다. 처음 10분 정도만 보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동네에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리자이나는 규모로 따지면 작은 도시이지만 사스카추완의 주도였기 때문에 지역 방송국도 몇 개 있었다. 그리고 주 의회 건물이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주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CBC 라디오를 들어도 대부분 오타와 지역의 뉴스가 나오고 주 의회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심이 조금 줄었다. 아무튼 이러한 점 때문에 아직도 킹스턴과 온타리오에 대해서 낯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살기가 좋은 곳은 분명한 것 같다.

 

 

킹스턴은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오타와로부터는 2시간 정도 남서쪽에 몬트리올에서는 서쪽으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도 토론토와 오타와 그리고 토론토와 몬트리올 사이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며 인구는 약 124,000 명이다.

 

이곳은 캐나다의 수도가 오타와로 이전하기 전인 1841년부터 1844년까지 캐나다의 최초 수도였던 곳이다. 19세기 초 미국과의 전쟁 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캐나다의 육사/공사/해사라고 할 수 있는 Royal Military College(RMC)가 위치해 있다.

 

하지만 캐나다 역사를 조금 더 알게 되니 킹스턴을 '캐나다 최초의 수도'라고 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2017년에 캐나다가 생긴 지 150년이 되었다고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행사를 하였다. 즉 1867년 7월 1일에 캐나다, 정확하게는 Dominion of Canada가 성립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킹스턴을 '캐나다 최초의 수도'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Upper Canada와 Lower Canada가 합쳐지면서 생긴 'Province of Canada'의 최초 수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과 더불어 다운타운에서 출발하는 1000 Islands (천 섬) 유람선이 있기 때문에 토론토에서 몬트리올이나 오타와로 향하는 단체 관광객이 반드시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60분인가 90분인가 하는 천 섬 유람선을 탄다면 천 섬 입구까지만 갔다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그 배를 타려고 온다는 점이다.

 

그 외 유명한 것들로는 캐나다에서 괜찮은 대학에 속하는 Queen's University 가 있다는 것과 킹스턴과 그 주변에 연방 교도소가 (최근에 문을 닫은 것까지) 무려 9개나 있다는 것이다. 왜 킹스턴에 이렇게 교도소가 많은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앞집에 사는 교도관 아저씨와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인 Kingston Penitentiary가 이곳에 들어섰기 때문에 관리의 용이함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교도소들도 그 주변에 많이 들어선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킹스턴의 경제를 살펴보자면 우선 이 도시는 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은 아니다. 그저 큰 변화 없이 무척이나 안정적인 도시이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에드먼튼이나 리자이나의 경우 계속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 유입이 무척이나 많은 곳이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넘쳐나고 평균 연령도 꽤나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곳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유입될 일이 없다. 그래서 이곳의 평균 연령이 캐나다의 평균 연령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2001년 자료: 38.1 vs 37.6). 그리고 이민자가 별로 유입될 일이 없기 때문에 인종 구성도 93% 가 백인이고, 토론토만 가도 그렇게 많은 중국인이 겨우 1.6% 라고 한다.

 

다음의 Major Employer List (Wiki 자료)만 보아도 별로 인구 유입이 없을만하다.

 

최근 뉴스에서 들은 말로는 현지 사람들이 '킹스턴에 공부하러 왔다가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하러 떠나고 은퇴하고 돌아온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는 듯하다. 그만큼 일자리가 없어서 퀸즈 대학교의 학생들은 졸업하면 바로 킹스턴을 떠나는 것 같다.

 

 

 

그래도 살아 보니 킹스턴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괜찮은 곳인 것 같다. 우선 알버타나 사스카추완에 비해서 날씨가 무척이나 온화하다. 리자이나에서는 5월은 되어야 봄이 오는 것 같았는데 여기는 그곳보다 봄이 한 2주 정도 빨리 오고 가을이 한 2주 정도 늦게 와서 겨울이 무려 1달이나 짧은 것 같다.

 

그리고 도시가 Lake Ontario와 접하고 있기 때문에 경치가 꽤나 아름답다. 또 조금만 가면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가 있어서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미국도 가까워서 국경까지 가는데 40분 정도면 된다.

 

끝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아직까지는 시골 인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대도시의 차가움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킹스턴의 Lake Ontario Park 에서 호수를 바라 본 풍경. Lake Ontario 의 모습 참으로 볼만한 광경이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경우 토론토나 밴쿠버로 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을 보면 다음의 불변의 진리가 떠 오른다.

 

사람이 20평 살다가 30평으로 이사 갈 수는 있어도 40평 살다가 30평으로 이사 갈 수는 없다.

 

 

추가로 한 가지 내용을 추가하자면,

 

현재 GTA 지역의 집값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서 부모님이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서야 일반적인 직장인이 집을 사기에는 참으로 힘든 것 같다. 토론토와 주변 집 시세를 보면 단독 하우스는커녕 타운하우스도 거의 백만 불을 주어야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킹스턴은 아직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다. 단독 하우스의 경우 20~30년 정도 되고 방이 3개인 경우 30~40만 불 정도이다. 물론 최근에 지어진 집들은 60~70만 불도 하고 다운타운 근처에는 백만 불짜리 집들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도 온타리오라서 그런지 점점 집값이 오르고 있다. 매년 5~10%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최근 새롭게 지어지는 집들도 참 많은데, 항상 사람 유입이 적다고 하면서 그렇게 집을 많이 지어도 다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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