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1월 17일 작성

 

 

TSSA(Technical Standards and Safety Authority)의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 자리에 지원하고 나서 열흘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TSSA의 HR 담당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는데 어느 정도의 급여를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이 회사에는 지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바로 희망 급여라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일반 사기업들에 비해 임금이 낮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급여를 요구하는 사람은 일단 필터링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모든 채용 과정을 진행한 후 마지막에 급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막판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나는 그래도 TSSA가 TSASK 보다는 훨씬 큰 기관이니 돈도 많이 줄 것 같아서 TSASK에 받고 있던 시급에 10% 정도를 올려서 희망 급여를 말했다. 그랬더니 곧 답장이 왔는데 자기네들은 이 정도밖에 줄 수 없다며 TSASK에서 받던 시급보다 15% ~ 20% 적은 금액을 제시하였다. 회사를 옮기면 시급이 오르지는 않더라도 적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시장 조사를 해보았다.

 

당시까지는 몰랐는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온타리오가 알버타나 사스카추완에 비하면 시급이 훨씬 낮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온타리오에 사람들이 많이 살다 보니 구직 경쟁이 높아져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시급이 조금 줄더라도 사스카추완에서보다 자녀 교육비랑 주거비에서 얼마 정도의 돈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 못 받아들일 정도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사스카추완에서는 5살부터 Kindergarten 이 시작되고 겨우 Half Day가 무료인데 반하여 온타리오에서는 4살부터 Kindergarten에 들어가고 Full Day가 무료이다. 그래서 거기서 절약할 수 있는 돈이 꽤나 되었다 (학기 중 한 달에 500~1000불 절약).

 

주거비의 경우에도 킹스턴(Kingston)은 리자이나(Regina) 보다도 같은 집 크기이면 10만 불 정도가 낮았다. 나중에 보니 집의 연식이 그곳보다 오래되어서 그런 탓이 크기는 했지만 그래도 온타리오의 다른 지역들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TSSA의 HR 담당자에게 답장을 하여 그 정도의 급여라면 괜찮다고 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처음부터 물어보는 질문이 정말 이 정도의 연봉이라도 승낙 가능하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 또한 나중에 알고 보니 최근에 들어온 모든 회사의 동료들이 가장 먼저 받았던 질문이라고 한다.

 

이러면 참으로 없어 보이는데...

 

아무튼 그 외에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곧바로 Skype 면접 일정을 잡았다. 그리하여 대망의 2016년 7월 6일, 드디어 오랜만에 실제 면접을 보게 되었다.

 

Skype로 진행되는 면접이었기 때문에 상의만 잘 차려입고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Skype가 연결되고 반대편에는 향후 나의 Supervisor가 될 Regional Manager와 HR 담당자가 나왔다. Regional Manager는 중국 아저씨였는데 왠지 같은 동양 사람이니 뭔가 잘 봐주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그랬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자기소개와 비슷하게 나의 Background를 설명하는 것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현재 TSASK에서 일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무엇을 했고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HR 담당자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5가지의 단어를 말하라고 해서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라고 할까나. 이번에는 기술적인 질문만 물어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질문은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되는 대로 몇 가지의 단어를 말했고 끝내 다섯 번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꽤나 뻘소리같은 말을 했는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Manager 아저씨도 이러한 질문은 뻘소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냥 웃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 이후에 물어본 것은 '검사 시에 무엇을 체크하느냐', '왜 지원하게 되었는냐', 'Relocation 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냐' 등의 평이한 질문들이었다. 지원 이유를 말할 때는 50% 정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즉, 곧 회사에서 Layoff가 진행될 것 같은데 내가 가장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Layoff 되기 전에 나가야 된다고 했다.

 

그 외에 National Board In-service Commission 이 있느냐, National Board 교육을 가려면 미국에 가야 하는데 미국 가는데 문제는 없느냐, 이력서에 P.Eng라고 썼는데 정말 그러냐 등의 질문을 했다. 끝으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현재 와이프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합격이 된다면 가능하면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이사를 가야 된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것을 고려해서 빨리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당시에 기록한 것을 보니 40분 정도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이후에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제는 합격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 정식 해고 날짜까지는 정확히 1달이 남은 시점이었다. 

 

이제 이 한 달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킹스턴으로 이사를 가느냐, 아니면 그대로 리자이나에 남느냐,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잘리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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