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2월 16일 작성

 

 

앞의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TSSA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로 일을 하려면 TSSA Certificate of Competency와 National Board In-service Commission이라는 두 가지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닌다. 그 외에도 입사 한 지 1년 이내에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이 두 개나 더 있다. 모두 National Board의 자격증으로 하나는 Authorized Inspector (AI) Commission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N Endorsement (Authorized Nuclear Inspector, ANI)이다.

 

이 자격증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SME Certificate Holder, 즉 ASME Stamp 를 가지고 있는 압력용기나 보일러 제작 회사에서 장치 제작 후 자신들이 만든 장치에 ASME Stamp를 찍기 위해서는 ASME Boiler and Pressure Vessel Code 에 따라 장치를 제작하고 ASME Authorized Inspector (AI) 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AI는 반드시 Authorized Inspection Agency (AIA)에 고용되어 있으며 National Board 의 AI Commission을 보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N Endorsement는 마찬가지로 ASME BPV Code에 따라 제작되는 원자력 발전소 설비의 검사를 할 수 있는 Authorized Nuclear Inspector 자격이다.

 

참고로 이쪽 업계가 생소한 분들을 위하여 장치 제작 후 왜 ASME Stamp 를 찍는지 설명드리자면, 압력용기나 보일러 제작 시 기준이 되는 ASME BPV Code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캐나다/미국 국내에서 사용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할 때도 이 ASME BPV Code에 따라 제작되었음을 증명하는 ASME Stamp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온타리오의 경우 ASME Shop 이 무척이나 많이 있고, Nuclear Shop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위의 2가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이다.

 

 

두 자격증 모두 미국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Columbus, OH)에 있는 National Board Training Centre에서 교육을 들어야만 시험을 볼 수 있다. 나의 경우 2016년 12월에 AI Commission 교육을 다녀왔고 바로 이어서 2017년 1월에 N Endorsement 교육을 받았다. 그중에서 오늘 이야기를 할 것은 AI Commission이다.

 

사실 이 AI Commission 교육은 내가 TSASK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부터 가려고 했었다. Layoff 한참 전에 Chief Inspector 아저씨가 교육을 듣고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교육의 기간이 2주나 되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2016년 봄에 어떻게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Chief Inspector 아저씨에게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러자 Chief Inspector 아저씨는 나에게 교육 신청 시 사용할 코드를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이 교육은 교육비만 무려 USD 3,200인데 National Board에 속하여 있는 기관(Jurisdiction)의 경우 2명까지는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코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한참이 지나도 코드를 보내주지를 않자 다시 한번 물었는데, 자기가 안 보내주었냐며 곧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또다시 코드를 보내주지 않길래 그냥 가지 말라는 소리인 것 같아서 (앞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사스카추완의 경우 ASME Shop이 겨우 3개밖에 없기 때문에 이 자격이 그리 급하지는 않음) 그냥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왜 나에게 코드를 안 알려주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을 해 보자면, 첫째 그 아저씨가 워낙 바빠서 그냥 까먹었다. 아니면 둘째, 이미 2016년 봄 그 당시부터 나의 Layoff가 예정되어 있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업료는 무료라도 비행기 등 출장비가 들 테니) 안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지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리자이나에서 National Board Training Centre가 있는 콜럼버스에 가려면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가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도 당연히 비행기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Supervisor에게 들어보니 그냥 다들 회사 차를 몰고 간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GTA (Greater Toronto Area)에서 출발할 경우 콜럼버스에 6~8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다들 운전을 해서 가나 보다.

 

나는 킹스턴에서 출발을 해야 되니 콜럼버스까지 10~11시간은 걸리고 한 겨울이라 운전하기가 쉽지 않아서 비행기를 타고 갈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놈의 회사가 비용에 엄청나게 민감하여 회사 차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갈 경우 현지에서의 렌터카 비용은 지원해 주지 않아서 그냥 차를 몰고 가기로 하였다. 마침 나와 함께 교육을 듣게 된 토론토 지역의 Inspector 아저씨가 회사 차를 받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토론토에서 만나서 함께 내려가기로 하였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 사이 총 3주 동안이나 AI Commission 교육과 N Endorsement 교육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와이프와 자식들을 한국으로 잠시 보내고 공항 근처에 있는 TSSA 본사 건물에서 다른 Inspector 아저씨를 만나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이 아저씨는 나보다 젊은 인도 출신의 아저씨였다. 이 TSSA도 TSASK와 마찬가지로 Inspector 들의 나이가 다들 많아서 나보다 젊은 사람이 몇 명 안되는데 이 아저씨는 그중 한 명이었다. 젊지만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 후 캐나다에서 석사를 마치고 알버타의 한 Engineering / Inspection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때려치우고, 온타리오로 넘어와서 다시 대학원에서 Nuclear 관련 석사 과정을 듣다가 TSSA의 Nuclear Inspector로 입사를 하여, 당시에는 일도 하면서 주말에는 수업도 듣는, 경력을 쓰는데만 네 줄이 필요한 아저씨였다.

 

처음에는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남이랑 그 먼 길을 같이 내려가는 것이 엄청이나 어색할 것 같아 별로였다. 그런데 가다가 보니 은근히 이야기도 통하고 성격이 괜찮은 아저씨여서 오고 가는 길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가는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점심 전에 출발했는데도 완전 깜깜해진 이후에나 콜럼버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나 길고도 잡다한, 이상한 글이 될 줄 몰랐다. 어떻게 쓰다 보니 별의별 신변잡기가 다 들어갔기 때문에 우선은 여기서 잠깐 쉬고 Part 2를 나중에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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