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2월 19일 작성

 

 

2016년 12월 중순에 National Board AI Commission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연말연시를 보내자마자 다시 N Endorsement 교육을 들으러 콜럼버스에 내려가야 했다.

 

참고로 N Endorsement는 Nuclear Inspector를 위한 자격으로 앞의 글들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온타리오주에는 Nuclear Reactor도 18기나 운영되고 있고 여기저기 원자력 발전 설비들을 제작하는 Shop 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TSSA Inspector에게 마지막으로 요구되는 필수 자격이다.

 

약간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캐나다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캐나다에서 개발한 CANDU Reactor 들이다. 이 CANDU Reactor에 들어가는 설비는 캐나다 고유의 CSA N285.0 이라는 Code에 따라 제작된다. 물론 이 CSA N285.0도 Boiler and Pressure Vessel 제작을 위한 CSA B51 Code와 유사하게 기본적으로는 ASME BPVC Section III 를 따르도록 하면서 그 외에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들어있는 식이다. 어쨌든 캐나다 내에서 CANDU Reactor를 위한 설비가 제작되는 경우에는 N285.0에 따라 ASME Stamp가 요구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 ASME Authorized Nuclear Inspector (ANI)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설비의 검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TSSA 내부적으로 적어도 이 N Endorsement 교육을 듣고 시험을 통과하여야만 그런 설비의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N Endorsement 교육은 5일 동안 수업이 진행되고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오전까지 수업을 한 후 오후 4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번에는 캐나다에서 콜럼버스로 내려갈 때 다른 사람을 태우지 않고 혼자 운전을 해서 가게 되었다. 그래서 킹스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토론토를 거쳐 원더걸스의 선예가 살고 있다는 Burlington에 들렀다. 마침 그곳에 IKEA가 있기 때문에 아침도 먹고 필요한 것들도 좀 샀다. 이렇게 한 번 시내 나갈 때 볼 일을 좀 봐야 한다.

 

그리고 국경을 건너 운전을 하는데 이번에는 내려가는 길에도 눈이 꽤나 왔다. 눈이 엄청 와서 거의 앞이 안 보일 정도였는데 고속도로에 'Lake Effect Snow'라며 주의하라고 적혀있었다. 나중에야 이 'Lake Effect Snow'라는 현상을 알게 되었는데 아무튼 이 효과로 Great Lakes 주변에서는 캐나다 쪽보다 미국 쪽으로 눈이 더 자주 많이 오나 보다. 아무튼 이 험한 길을 뚫고 다시 콜럼버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 날 강의실에 가보니 30명 정도가 수업을 들으러 모여있었다. 이번에는 AI Commission 수업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2명, ABSA에서 2명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침 한국에서 오신 분이 한 분 계셨다.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이쪽 업계에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반가웠다. 5일 동안 식사도 같이 하고 검사 관련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였다.

 

수업은 꽤나 어려웠다. 무엇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원자력 쪽에는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용어 자체가 매우 낯설었다. 용어가 귀에 익지를 않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그곳에서 만난 한국분이 연습 문제를 공유해 주셨는데 그것을 풀어보니 대충 어떤 식으로 시험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있었다.

 

수업에서 나눠주는 숙제와 매일 아침에 보는 퀴즈 그리고 연습 문제를 풀어 보니, 원자력 설비의 경우 압력용기와 보일러와는 다르게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 제한적인 것 같았다. 워낙 설계한 사람이 결정하는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시험에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만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한 식으로 접근을 해서 공부를 하니 다행히 이번 시험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참고로 N Endorsement의 경우 AI Commission (또는 예전의 A Endorsement)를 받은 후 일 년 이상 지난 후 신청을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N Endorsement 시험까지는 마쳤지만 아직 ASME Shop Training 80시간을 채우지 못하여 AI Commission 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 이후로 열심히 Shop Training 시간을 채워 2017년 3월 말에 AI Commission을 받을 수 있었으나 여전히 AI Commission 경력 일 년을 채우지 못하여 N Endorsement는 받지 못하였다. 다음 달 말이 되자마자 N Endorsement 신청을 해서 이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해야겠다. 

 

AI Commission 취득 후 1년이 지난 2018년 4월에 드디어 N Endorsement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이 있었다. 어쨌든 이제는 원자력 쪽 검사의 경력도 조금은 생겨서 나중에 이쪽으로 밥을 벌어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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