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2월 24일 작성

 

 

이제부터 한동안은 현재 내가 TSSA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예전에 TSASK에서 일했을 때나 지금 TSSA에서 일하고 있을 때나 내 직업의 명칭은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로 동일하다. 그런데 사스카추완과 온타리오의 법에 은근히 차이가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같은 일을 하는 것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는 일의 차이가 꽤나 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앞으로 3회에 걸쳐서 이야기를 할 Pressure Piping 검사에 관한 것이다.

 

내가 캐나다의 모든 주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BC주부터 매니토바주까지는 우리와 같은 Jurisdiction이 Pressure Piping을 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온타리오에서는 법에서 예외를 인정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Pressure Piping을 TSSA에서 직접 검사를 한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과연 어느 나라가 Pressure Piping을 정부나 정부 관련 기관에서 직접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지만, 법은 법이고 나는 사람들이 그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사람이니 어쨌든 따르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Pressure Piping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은근히 우리 주변에 Pressure Piping이 많이도 있다. 예를 들어 화력 발전소가 있다고 한다면 그 속에 수많은 스팀 배관이 있고, 화학 공장이라고 하면 수많은 프로세스 배관이 있다. 그 외에도 요즘 동네 마다 하나씩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있다고 한다면 거기에도 스팀 배관이 있다. 심지어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타이어에 바람을 넣기 위하여 압축 공기 배관이 있다. 그리고 캐나다에는 어느 동네에도 하나씩 있는 아이스링크에도 Refrigeration Piping이 있다.

 

온타리오에서는 그런 배관들을 신규로 설치하거나 보수를 한다면 TSSA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겨우 1~2m 정도 되는 배관이라도 TSSA에 배관의 디자인을 등록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인지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이렇게 정부에서 이러한 검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더 안전해 질지는 의문이다. 

 

한국에도 만약 이러한 법이 있다면 한국의 정유소나 화학공장마다 우리와 같은 검사원이 상주를 하고 있어야 될 것이다. 아마 정유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온타리오에서도 정유소와 화학 공장이 모여있는 Sarnia 지역에는 인구가 1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도시이지만 TSSA Inspector가 3 ~ 4 명이나 배정되어 있다.


 

킹스턴 퀸즈대학교에 설치된 지하 스팀 배관. Pressure Piping이 설치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가서 검사를 해야한다

 



내가 담당을 하고 있는 지역에는 GTA 지역처럼 제작 Shop이 많이 없기 때문에 내 업무의 60~70% 정도가 이 Pressure Piping 검사 업무이다.

 

사실 이 검사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신규 발전소와 같이 큰 프로젝트의 경우야 한 곳을 몇 번이나 방문해야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압력 테스트를 진행할 때 한 번 방문하여 이 배관이 TSSA 등록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용접 관련하여 실제로 사용된 WPS/PQR 및 Welder's Certificate을 확인한다. 또 현장에서 사용된 자재들의 Material Test Report (MTR)를 확인한다. 끝으로 압력 테스트에 이상이 없으면 Piping Data Report Form에 서명을 하게 된다.

 

보통 이러한 검사의 경우 1시간 이내에 검사가 끝난다. 그래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검사를 가야 하면 검사보다 차 타고 현장에 가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은 내 구역이 아닌 곳에 대타를 뛰느라 왕복 4시간 거리를 달려서 10분 정도 검사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무지 편하기는 하지만 나에게 공부가 된다거나 보람이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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