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3월 3일 작성

 

 

이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나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ion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일의 경우 크게 장치 설치 후 진행하는 설치 검사(First Inspection)와 설치 이후 1~3년마다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주기 검사(Periodic Inspection), 그리고 수리 및 변경 검사(Repair / Alteration Inspection)로 나눌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나의 본연의 임무가 되어야 할 이러한 검사들이 실제로는 내 업무에서 겨우 20~30%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일했던 TSASK에서는 내가 엔지니어 업무와 Inspector 업무를 섞어서 보는 특이한 위치였음에도 내 일의 50~70%가 이러한 검사였다. 보통의 TSASK Inspector의 경우에는 이러한 검사들이 그들 업무의 80~90% 정도는 차지할 것이다.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래 보았자 일개 말단 Inspector의

생각일 뿐이라서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일들이 TSSA에서는 중요도가 낮은 이유로 크게 다음의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로 사스카추완과는 다르게 주기 검사와 수리 검사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검사를 할 수 있다. 특히 주기 검사의 경우 대부분 보험회사에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TSSA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만약 어떤 장치의 검사 주기가 지났어도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책임은 Owner에게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따라서 TSSA에서는 검사 주기가 지난 장치들에 대해서 전혀 관리를 하지 않는다. 

 

TSASK에서는 매 분기별로 검사 주기가 다가오는 장치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기한 내에 검사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일을 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리스트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온타리오 내에 정확히 몇 기의 보일러와 압력용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통계조차 알 수 없다. 보일러와 압력용기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이 자기 구역 내의 보일러와 압력용기의 갯수도 알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이 참으로 우습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나마 요즘에 개선을 하려고 있기는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작년 주정부로부터 감사 결과 검사 주기가 지나버린 장치들에 대해서 관리를 안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제야 부랴부랴 밀려있던 검사들을 하느라 약간 난리였다. 이제야 이러는 것이 약간 이해가 안 된다.

 

두 번째 이유로는 TSSA의 경우 업무의 가장 우선순위가 Shop Inspection이기 때문에 다른 검사들의 중요도가 낮다. Shop Inspection의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이해가 되기는 한다. 왜냐하면 온타리오에는 많은 ASME Shop이 있는데 온타리오 내의 유일한 ASME Authorized Inspection Agency(AIA)인 TSSA에서 제 때에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들의 손해와 원망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장치들에 대한 검사보다 만들어지고 있는 장치들에 대한 검사를 우선시하는 이러한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온타리오 내에서 만들어지는 장치들이 온타리오 내에서만 사용된다고 한다면 어쨌든 온타리오의 안전을 위하여 TSSA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검사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이 ASME Shop들에서 만들어지는 장치들은 온타리오 내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이나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장치들까지 굳이 TSSA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검사를 해야 하나 싶다. 이러한 ASME Shop 검사는 당연히 다른 ASME AIA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캐나다의 보일러, 압력용기 Code인 CSA B51에서 캐나다 내에서의 ASME AIA는 Jurisdiction만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캐나다에서도 미국과 같이 ASME AIA가 될 수 있는 곳을 제한하지 않거나, 아니면 적어도 TSSA 내에 ASME Shop 검사만 하는 부서를 따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온타리오의 Boiler and Pressure Vessel Inspector라면 온타리오의 Boiler and Pressure Vessel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누군가가 온타리오 내에서 보일러나 압력용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치를 설치한 이후 반드시 TSSA로부터 설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언뜻 당연한 소리인 것 같지만 놀랍게도 위에서 설명한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보일러나 압력용기가 TSSA 검사 없이 사용되고 있다.

 

 

Boiler 설치 후 TSSA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위의 보일러는 설치업체에게 그렇게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검사를 받지 않았고 떠나 버렸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온타리오에서는 Pressure Piping 설치를 위해서는 Licence가 필요하지만 보일러나 압력용기 설치를 위해서는 Licence 가 필요 없다(다른 Licence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는 함). 그래서 Piping 설치 업체가 보일러나 압력용기도 함께 설치 후 Piping 검사만 받고 떠나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설치 검사의 경우 검사 자체는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 National Board Inspection Code NBIC-23이라는 Code에 따라 문제없이 설치되었는지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장치에 붙어있는 Nameplate를 통해서 설계압력이나 CRN 등록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Manufacturer's Data Report 가 있을 경우 그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그다음에는 Safety Valve의 Set Pressure를 확인하여 장치의 설계 압력을 초과하지 않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 외의 법적인 요구 사항들이, 예를 들어 보일러의 경우 Low Water Cut Off 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등등, 잘 지켜졌는지 살피고 이상이 없을 경우 Inspection Report를 발행하게 된다.

 

TSASK에 있을 때 주기 검사와 함께 많이 해보았던 검사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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