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13일 작성, 2023년 2월 10일 업데이트(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썼는데 이 글의 조회수가 꽤나 높아서 문장을 가다듬고 조금 더 정보를 업데이트하였다)

 

 

그렇다. 무엇이든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캐나다 생활의 좋은 점은 대개 단순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도 된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덜하다, 자연환경이 좋다 등등. 그런 것 말고도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천국이겠고, 덥고 습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의 겨울이 길어서 좋을 것이고(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사람 많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동네가 조용해서 좋을 것이다.

 

반대로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곳은 정말 심심하기 그지없다.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해가 떨어지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강아지들 산책시키는 사람만 종종 보일 뿐이다. 겨울에는 5시가 되기도 전에 해가 떨어지니 밤이 차~암 길다. 

 

밤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으니 대부분의 가게들은 9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는다. 게다가 주말이나 휴일에는 더더욱 조용하다. 친구들끼리(만약 '친구'가 있다면!) 저녁에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없다.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해도 세금이랑 팁까지 주어야 하니 한국 돈으로 만원은 주어야 한다. 당연히 대리운전도 없어서 음주운전을 안 할 수도,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세금과 물가가 너무 높다. 월급쟁이의 경우 월급의 30~40% 정도는 각종 세금과 연금, 보험 등으로 떼어간다. 소비세(Sales Tax)도 어마어마하여 세율이 가장 낮은 알버타주가 5%이고 나머지 주는 11~15%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세가 아무리 높아도 10% 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나다의 소비세가 참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유, 과일, 채소, 고기와 같이 먹는 것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세금이 붙음). 

 

물가도 상당히 높아서 가까운 미국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나 유류 및 공산품들은 미국보다 20~40% 정도는 높은 것 같다. 인터넷, 핸드폰, 위성 TV 같은 IT 비용도 무지막지하여 이 비용으로만 한 달에 300불 이상은 지출해야 하는 가정이 많다.

 

의료 시스템 또한 캐나다의 큰 단점이다. 한국은 병원 하나는 정말 편리하고 빠르지만 여기는 너무 느리다. 경험상 어디가 아파서 패밀리 닥터에게 진료를 예약하면 보통 다 나을 때쯤 의사를 만나게 된다. 실제로 내가 2019년 8월에 운동을 하다가 무릎을 다쳤는데 패밀리 닥터를 만나고, 전문의를 만나고, MRI를 찍고, CT를 찍고, 수술을 받는데 까지 총 3년 정도 걸렸다. 

 

응급실도 느린 것은 마찬가지여서 피가 철철 흐르거나 어디가 잘렸거나 가슴에 통증이 오지 않는 이상 응급실을 가도 기다리다가 낫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아, 이것은 기다리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최근(2023년 1월) 캐나다 동쪽에 위치한 노바스코샤에서 30대 여성과 60대 여성이 일주일 간격으로 응급실에서 기다리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느리기만 한 것이라면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뇌출혈이 있는데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했다던지, 암이 아니라고 했는데 한국에 가서 진료해 보니 바로 암이라고 진단을 받았다던지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을 보면 오진도 상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걱정해 본다. 

 

나는 그래서 의료만큼은 캐나다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사는 분이 미국은 캐나다와 똑같이 오래 기다리는데 돈도 많이 받는다고 하여 그나마 병원비는 들지 않는 여기가 미국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병원비는 공짜이지만 치과나 처방이 필요한 약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서 별다른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빨이 썩어서 구멍이 날 때까지도 치과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캐나다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직업 및 교육에 관한 것이다.

 

첫째로 여기는 직업에 대한 차별이 적다. 여기도 물론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좋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대학을 안 나왔다던가 몸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시받을 일은 없다. 우리나라에서야 대학 못나오고 몸 쓰는 직업을 가지면 결혼도 하기 힘든 실정이지만 여기서는 용접사, 목수, 전기기사 등 기술자들은 워낙 돈도 잘 벌어서 결혼도 별 문제가 없다(우리 옆집 아저씨 딸도 변호사인데 목수 남편과 살고 있다).

 

나의 직업인 엔지니어의 경우도 나는 캐나다에서 새 삶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로 차이는 것이 엔지니어라서 그런지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참 낮다. 전국적으로 공대가 무지하게 많고 어떻게든 입학만 하면 졸업하는 것은 쉽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지만 캐나다는 나라 크기에 비해서 공대 정원이 적은 것 같고 무엇보다 공대를 졸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Professional Engineer(P.Eng)가 될 정도의 교육과 경력을 갖추고 있으면 전문직으로 대우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여기서 받고 있으니 공대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 생활의 장점 두 번째는, 약간은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영어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꽤나 큰 장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일할 때부터 느낀 것인데, 사실 서양 회사들의 엔지니어들이라고 해보았자 능력면에서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 달랐던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영어였다. 회의를 하건 협상을 하건 영어로 해야 하는데 일단 말하는 것에서부터 지고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보니 캐나다 사람들은 일을 더럽게 못해서 우리가 한국에서 일했을 때의 1/3 만큼만 해도 여기 사람들보다는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결국 영어가 문제인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평생 원어민만큼 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그래서 종종 만약 내가 영어권 국가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러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었을테니 나도 여기 사람들처럼 일을 더럽게 못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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