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15일 작성

 

 

약 3년 반 동안 캐나다에서 살면서 몇 가지 후회되는 일들이 있다. 지금이라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뭐 그리 엄청난 것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자동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고 그저 개인적으로 몇 가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만 고려해서 사려던 차를 딱 정해 놓았었다. 당시에는 자식도 한 명이었고, 캐나다에서 살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큰 차보다는 연비가 적당하고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차를 사고 싶었다.

 

그러다가 현지에 와서 차를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내가 원래 마음에 두고 있던 차는 가족들이 계속 반대하여 그냥 다른 차를 사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고른 차가 토요타의 Rav4였다. 당시에는 나름 철 지난 모델을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에게는 필요 없는 옵션들이 많이 달려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잘 산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리저리 짐 싣고 다닐 일이 많아지고 가족도 한 명 더 생기고 나니 이 차를 산 것이 참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비슷한 가격의 미니밴을 사거나 낮은 트림의 더 큰 SUV 샀어야 했다. 문제는 내가 차에 대해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처음 차를 살 당시 산타페와 Rav4가 같은 급(크기)의 차량인 줄 알고 토요타가 현대차보다도 싸니 이것을 안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너무 한 가지 차량만 생각을 해서 다른 차들을 안 찾아봤다가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 같다.

 

물론 가족수가 적고 도시에 산다면 Rav4도 무척이나 훌륭한 선택일 것이다. 2017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트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팔린 차이니 분명 Rav4가 훌륭한 차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다음과 같은 차를 고르겠다.

 

중고라면 혼다의 Pilot과 같은 대형 SUV. 혹은 중고차 시장에 넘쳐나는 기아의 Sedona나 Dodge의 Grand Carnival.

새 차라면 Chrysler의 Pacifica, 혼다 Odyssey, 토요타의 Sienna.

 

 

2. 세탁기/건조기

리자이나에서 처음에는 렌트한 집에서 살다가 일 년 후 드디어 내 집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이사를 갈 때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야 했다. 당시에는 어찌 된 일인지 살고 있던 집에 광고지(Flyer)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많이 팔고 있는지, 할인은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어느 날 회사 근처에 있던 Sears Outlet 매장에 가보았다. 마침 가서 보니 이런저런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는데 가격은 둘째 치고라도 세탁기와 건조기가 짝이 맞지 않아 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냥 나와서 점심이라도 먹을 겸 다운타운에 있는 몰에 갔다. 그러다가 그 몰 안에 Sears가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마침 세탁기와 건조기가 할인을 많이 하길래 괜찮다 싶어서 그곳에서 샀다. 그런데 내가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보험이나 Warranty 같은 것을 좋아한다. 마침 판매하는 사람이 Warranty 이야기를 하길래 고민 끝에 5년 Warranty를 함께 구입하기로 하였다. 만약 그 기간 동안 Warranty를 쓰지 않으면 나중에 상품권으로 돌려준다길래 손해 볼 것은 없겠다 싶었다. 

나중에 이사를 해서 보니 매주 광고지(Flyer)들이 들어왔는데 그것을 보니 Lowe's나 Home Depot에는 세탁기/건조기의 물건도 다양하고 행사들도 참 많이 있는 것이었다.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하는 후회가 되었지만 뭐 기계 자체는 그럭저럭 쓸만해서 좋은 공부 했다 생각하였다.

 

그랬는데 작년 초(2017년)부터 계속 Sears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사실은 그 훨씬 전부터 나왔다) 결국 망해버렸다. 그리고 기존에 판매되었던 Warranty는 그냥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뉴스를 보고는 내 다시는 Warranty 따위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3. GIC (Guaranteed Investment Certificate)
다들 그렇듯이 처음 캐나다로 떠날 때 전세금 등 모든 돈을 긁어 모아 송금을 했다. 그래서 통장에 꽤나 현금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어디에 잘 넣어서 수익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은행에 찾아가 상담 후 딸을 위해서 RESP도 개설하고 TFSA도 개설하여하였다. 그러고도 남은 돈들을 펀드와 정기예금이라고 할 수 있는 GIC에 나눠 담았다. GIC에 돈을 넣을 당시 기간을 선택해야 했는데 아직 한국에서 보낼 돈도 약간 더 있었고 하니 향후 3년 정도는 찾을 일이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결국 3년짜리 GIC에 돈을 넣었다.

 

향후 3년 정도 찾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이 돈은 당장 1년이 지나자 찾을 일이 생겼다. 그다음 해에 리자이나에서 집을 사서 다운페이먼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GIC는 중간에 해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쉽긴 하였지만 펀드와 같이 환급 가능한 돈을 모두 모으니 어쨌든 이 돈을 찾지 않고도 다운페이먼트가 가능하여 다행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앞으로는 또다시 찾을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이 GIC에 들어있는 돈이 당장 3개월 후 또 필요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직장을 찾아 리자이나에서 킹스턴으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리자이나의 집이 팔리지 않았을 때여서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이 GIC에 들어있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만기 전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지금도 절대 안 되나 싶기는 하지만 아무튼 절대 안 된다니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와이프도 나보다 더 많은 금액을 GIC에 넣었기 때문에 결국 통장에 돈은 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돈들만 찾을 수 있었어도 킹스턴으로 이사하고 집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고생스러운 시간이라 생각하기가 싫다.

 

아무튼 캐나다에서 처음 와서는 돈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돈을 장기간 묶어 놓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약 5년 정도 살아 보고 나서 그래도 저금할 돈이 있다면 그때 돈을 묶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 내가 GIC, 뮤추얼펀드, ETF 등에 한참 빠져있어 곧 이와 관련된 글들을 쓸 예정이다. 참고로 이렇게 돈이 언제 필요한 상황에서 위험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수익이 내고 싶다고 한다면 GIC 보다는 Bond EFT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 국제 이삿짐

이것은 앞의 일들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짐을 보낼 때 무엇을 보내면 좋을까 싶어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정확히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빨랫대를 쓰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서 쓰던 복합기(프린터)도 놓고 가기 아쉬워서 변압기까지 사서 짐으로 부쳤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 보니 IKEA나 JYSK에만 가도 빨랫대가 엄청 많았다. 복합기는 부피는 무지하게 큰데 변압기 용량이 적어서 잘 안 쓰게 되었다. 그냥 한국에서 중고로 팔고 여기서 싸게 사는 것이 훨씬 나았을 뻔하였다. 그 외에도 불필요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참고로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의 한글책을 많이 가져와서 후회했다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이사를 참으로 많이 다녔어도 책들은 박스에 집어넣기 편해서 그런지 가져온 것을 그다지 후회하지 않는다.

 

결론은 무엇이든 자기가 필요한 것을 보내면 될 듯한데, 빨랫대와 전원이 맞지 않는 전자제품들은 굳이 안 가져와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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