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20일 작성

 

 

캐나다와 한국의 직장 생활을 비교할 때 너무 알려진 사실들, 예를 들어 남들 눈치를 안 보고 퇴근할 수 있다,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회식이 없다 등은 또 이야기해 보았자 식상하니 약간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몇 가지 해보고자 한다.

 

내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싫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주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팀의 팀장이나 그 위의 임원들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Royal Family'라고 불리는 사람들 앞에서는 온갖 조심을 하고 무조건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약간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물론 1세대 기업가들 중에서는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 대기업을 경영하는 2~3세들 중에서는 과연 그렇게 존경 받을 만한 기업가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어느 누구든 그렇게 부유환 환경에서 공부하고, 외국도 한 번 다녀오고 한다면 그 정도 경영은 할 수 있을 텐데 그저 'Royal Family'라고 엄청난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약간은 이상했다.

 

그러나 더 슬픈 사실은 그런 사람들의 잘못을 덮어 주기 위하여 우리와 같은 일반 회사원들이 온갖 거짓말과 불법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 2015년 7월 경에 쓴 글에서 일부를 가져와 본다. 당시에 세금 회피처로 유명한 나라의 금융 자료가 누출되어서 전두환 가족들의 비밀 계좌도 나오고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최근 삼성 본관 주소와 재무실 임원(당시 직원) 이름으로 된 HSBC 비밀 계좌가 발견되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김 전무는 뉴스타파에 “계좌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면서 아버지는 평범한 봉급쟁이였으며 아버지가 해외계좌를 왜 개설했는지, 돈의 출처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개인 계좌일 뿐 회사와는 관계없다”라고 밝혔다.

 

도대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도 안타깝고, 저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저 김 전무도 불쌍하다. 저 김 전무라는 사람도 엄청나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후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해서 삼성의 전무까지 되었을 텐데... 나나 내 자식은 저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 캐나다에 왔다고 한다면 멋진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캐나다 직장 생활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크게 두 가지 점이 별로이다.

 

우선 이곳은 해고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정규직으로 한 번 들어가면 그렇게 가차 없이 자르지는 않는데 여기는 Full Time이건 Part Time이건 Contractor건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심지어 노조원도 필요에 따라 잘라 버릴 수가 있으니 말을 다했다. 여기 사람들이야 그런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직장을 다니다 와서 캐나다에서 해고를 한 번 당해 본다면 그 충격이 생각보다 엄청나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는 정규직의 해고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캐나다도 물론 계약직(Contractor)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하게 해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이 받는 각종 혜택(Benefit)이 없는 대신 월급이 높은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캐나다의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많은 경우 기술직(Trades)은 이동(Travel)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땅도 무지하게 넓기 때문에 프로젝트 현장이 자기 집 근처에 있을 확률이 극히 낮다. 집에서 3~4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현장이 있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예전에 Oil and Gas 업계가 활황이었을 때 온타리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버타로 일을 나갔다. 그러한 사람들의 경우 현장에서 주말 없이 3주 동안 일하고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가족들과 한 주정도 보내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이야 집에서 아무리 멀어도 그 어디든 4~5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지만 캐나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하다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캐나다에 왔다가 가족을 영영 못보는 수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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