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20일 작성

 

 

이번에는 간략히 캐나다 노조와 한국 노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국에서는 노조에 가입되어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노조 자체에 대하여 그리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 같긴 한데 뭐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이만 생각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캐나다 와서 노조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생겼다. 처음 일했던 TSASK라는 곳이 주정부 관련 기관이라 입사 후 자동으로 사스카추완 주정부 직원 노조 (SGEU)에 가입된 것이다. 그리고 노조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던 불과 1년 6개월 동안 이러한 저런 일을 겪으면서 노조에 대해 생각을 해 볼 기회가 있었다.

 

우선 개인적으로 캐나다 노조와 한국 노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캐나다에서는 노조원이건 아니건 회사에서 필요시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의해서만 노조원의 해고가 가능하겠지만 결국 회사에서 자르고자 한다면 그러한 절차와 방법을 따라서 그냥 보내 버릴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는데, 왠지 한국에서는 불법 파업 등의 심각한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노조원을 해고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에 노조원을 해고한다면 다른 노조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노조원을 내보낼 때 무조건 늦게 들어온 순서대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즉, 제일 늦게 입사한 사람이 가장 먼저 잘림. 이를 Seniority라고 말함) 같은 노조원을 해고한다고 해도 다른 노조원들은 '내 차례까지는 오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면 이러한 해고가 당한다고 하여도 '단체협약 (Collective Agreements)'에 따라 그나마 비노조원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첫째로, 해고 통지(Layoff Notice)를 받을 때 약간 유리하다. 사실 비노조원의 해고 시에도 법적으로 아래와 같이 사전에 서면 통지를 주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mount of notice required if an employee has been continuously employed for at least three months
Period of employment Notice required
Less than 1 year 1 week
1 year but less than 3 years 2 weeks
3 years but less than 4 years 3 weeks
4 years but less than 5 years 4 weeks
5 years but less than 6 years 5 weeks
6 years but less than 7 years 6 weeks
7 years but less than 8 years 7 weeks
8 years or more 8 weeks

* 상기 표는 온타리오의 경우. 다른 주는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보통 법으로 정해진 기간 전에 통지를 주지 않고 그냥 그 기간만큼의 급여를 미리 줘 버리고 당장 집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불법은 아닌 것이, 돈은 받았으니 잘린 마당에 그 기간 동안 출근할 이유가 없을 뿐). 그래서 출근하는 길에 통장을 조회해 보았을 때 회사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많은 돈을 넣어 준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조원의 경우 노조별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해고 통지 기간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60일 전에 통지를 주었고, 그날 당장 집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둘째로, 해고에 따른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Severance'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에 잘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노조원이 해고당하는 것보다는 약간의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일한 기간이 길어서 Seniority가 높은 경우 예전 글에 소개했던 다양한 Option들에 따라 해고 자체를 피해 갈 수 있다.

 

해고에 관한 것 말고도 내가 미국이나 캐나다에 있는 노조를 보면서 이래서 노조가 필요한 것이구나 느낀 것이 있다. 한국 노조의 경우 정확히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동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노조가 있고 비정규직 노조로 나누어진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노조가 얼마나 평등하게 대우를 받는지 모르겠다. 즉, 어느 자동차 공장에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데 두 노조가 얼마나 유사한 조건으로 단체협약을 하는지 모르겠다.

 

캐나다의 경우 아직까지 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 사람이 정규직, 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각각 다른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비정규직, 즉 Contractor로 일을 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정규직이 받는 혜택은 없지만 대신 월급을 많이 받기 때문에 Contractor로 일을 한다고 하여도 그렇게 심한 차별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2019.11.28 업데이트) 캐나다에서 더 살아보니 여기도 같은 직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 노조와 비노조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자동차 업계와 같은 곳은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은가 보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경우 사업장별로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상부 노조가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Unifor(자동차, 기계, 화학 등),  UA(United Association, Welder / Pipe Fitter 등), Boiler Maker, Iron Worker, Electrical Worker, Carpenter Union 등의 상부 노조의 역할이 꽤나 크다. 이러한 노조에서 임금이나 Benefit 등을 대표로 협상하고 노조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하여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조의 경우 미국, 캐나다에 걸쳐 여러 지부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만약 타 지역 지부에서 사람이 필요할 경우 그쪽으로도 사람을 보내주기도 한다.

 

물론 노조에 속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겠지만 기술직(Trades)을 고용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실력이 좋은 사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비노조원보다 비싼 시급을 주더라도 대부분 노조를 통해 사람들을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나라도 용접사, 비파괴 검사원, 비계공, 목수 등 기술직 사람들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면 미국과 캐나다처럼 훨씬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계약직 또는 알바생도 모두 노조에 가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및 알바생 차별 문제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로, 캐나다보다 기술자의 공급이 훨씬 많다. 그래서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둘째로, 임금이 높고 일을 잘하는 기술자보다 임금은 조금 낮더라도 일을 적당히 하는 기술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셋째로, 사회 인식 자체가 노조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듯하다.

 

나는 비록 캐나다에서 노조원이 아니었다면 해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노조는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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