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22일 작성

 

 

내가 지난번에 일했던 TSASK에서는 모든 Inspector들이 리자이나나 사스카툰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이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월/금은 회사로 출근을 하고 나머지 요일은 자기가 맡은 곳으로 가서 중간에 호텔에서 묶든지 하면서 검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반면에 지금 일하고 있는 TSSA에서는 모든 Local Inspector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기가 맡고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한다. 내가 하는 재택근무는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재택근무 방식, 즉 집에서 머물면서 컴퓨터와 전화로 일을 하고, 스카이프나 컨퍼런스콜로 회의도 하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재택근무를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검사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서류일을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택근무는 재택근무이긴 하니까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하려고 한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업무의 유연성(Flexibility)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40시간의 업무만 잘 해낸다면 내가 7시에 일을 시작하든 10시에 시작하든 심지어 하루 일을 하지 않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중간에 일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검사를 3시 전에 끝내고 학교에서 딸을 데레온 후 집에서 애들과 놀다가 재우고 나서 밤에 컴퓨터로 검사 리포트를 입력해도 큰 문제가 없다. 또한 내 집이 사무실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전혀 없다. 내가 검사를 위하여 집에서 출발한 그 시간부터 일을 하는 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출퇴근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첫째로 도대체 회사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다. 만날 일이 없으니 이런 것 저런 것을 물어보기도 어렵고 남들은 어떻게 검사를 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그리고 너무 가끔씩 만나니 한국에서처럼 동기나 선후배는 아니더라도 심지어 회사 동료라고 느낄만한 친분을 쌓기가 어렵다.

 

둘째로 집에서 근무하니 일과 사생활과의 구분이 모호하다. 애들 재우고 밤마다 컴퓨터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릴 경우 1시간, 메일이 많이 들어올 경우 2~3시간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은근히 스트레스이다.

 

셋째로 일이 너무 없을 경우 일하는 시간을 채우기가 어려워 난감하다. 사무실로 출퇴근을 한다면 검사가 없더라도 Code를 보거나 업무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하다못해 남의 일이라도 도와줄 텐데 집에서 근무하니 일이 너무 없을 경우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난감하다. 특히나 내가 맡은 지역이 은근히 검사가 여유로워서 가끔씩 어떻게 시간을 채우나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갑자기 넘칠 듯이 일이 많아져 아쉽게도 이 고민은 많이 줄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업무 방식을 모두 해보니 어린아이들이 있는 입장으로서 아무래도 유연성이 큰 재택근무가 더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첫째 딸 아이가 일어날 때쯤 출근해서 잠들고 나면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이들이랑 같이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놀다가 학교에 내려 줄 수도 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이가 학교를 마칠 때 데려올 수도 있다. 그래서 아쉽게도 첫째 아이가 크는 과정을 다 지켜보지 못했는데 둘째 녀석은 크는 과정을 잘 지켜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