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오랜만에 예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방글라데쉬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근 1년 만에 통화를 해보는 것 같았는데 그곳(Regina, Saskatchewn)은 모든 것이 얼었다고 했다. 이곳(Kingston, Ontario)의 이번 겨울은 너무도 따뜻하여 참으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쪽은 역시나 엄청 추운가 보다. 어젯밤에는 체감온도가 -47 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전국 뉴스에도 에드먼튼이 영하 30도 정도까지 내려가서 북극보다 추웠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당시에 해고를 당했지만 보상(Severance Pay)까지 받고 이곳으로 이사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따로 없는 듯하다.

 

아무튼 당시 회사에 방글라데쉬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 통화를 한 아저씨 말고, 그의 대학 친구이자 캐나다에서 다시 만나 함께 일하고 있는 아저씨도 생각이 났다. 이 아저씨는 특히나 종교적인 사람이었는데 라마단 때가 되면 음식을 못 먹어서 (일은 안 하고) 힘없이 앉아 있기만 하였다. 

 

어느 날 이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 보니 Quran이야기가 나왔다. 그랬더니 얼마 후 나에게 Quran을 읽어보라며 한 권 가져다주었다. 그 이후에 이사를 몇 번 하느라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 책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당시 적었던 글을 옮겨 와 본다('Vintage Writings'에 넣기에는 너무 최근 글이라 다른 카테고리에...).

 

 


(2015년 5월 29일 작성: 그러고 보면 내가 이 회사를 2015년 4월에 들어갔으니 회사 생활 매우 초기 때의 일이다)

 

 

2003년 1학기(대학에서 다섯 번째 학기)

 

나는 당시에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군대를 가지 않고 있었다. 10명이 넘는 친구들 무리 중에서는 나와 다른 친구 한 명만이 군대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게다가 나는 그 학기부터 이중전공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에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서양사학과를 선택하였다. 나의 원래 전공은 재료공학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아무튼 그래서 그 학기에 서양사학과 수업을 하나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서양사학과 특강이었다. 수업 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교수님이나 강사님이 뭔가 특정한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학기의 특강 주제는 이슬람 문명사였다. 특이하긴 하다. 동양사학과도 따로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사정이라 함은 바로 당시에 강의를 하셨던 분이 정수일 씨라는 것이다. 사실 당시까지는 그분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간첩 활동을 하다가 구속되었고 2000년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분이다. 어쨌든 출소 이후에 처음으로 강의를 하시게 된 것이고 하니, 뭔가 때가 맞아서 서양사학과에서 특강을 하시게 된 것 같다.

 

친구들은 대부분 군대에 가 있었기 때문에(안 갔더라도 나와 함께 서양사학과 수업을 들을 정신 나간 친구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수업 시간에는 혼자였겠지만 이상하게도 당시에 수업을 했던 내용들이 많이 생각이 난다. 그때까지 이슬람에 대해서 배워 볼 기회도 없었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는데 수업을 듣고 나서 조금은 이해가 넓어지지 않았나 싶다.


종교의 뿌리가 기독교와 같고(이슬람에서는 예수도 한 명의 선지자일 뿐이라고 했다) 우리가 '코란'이라 말하는 Quran은 사실 꾸란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고, Quran은 아랍어(Arabic)로만 적혀서 원래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Quran 자체가 일종의 문법책이 되어 버려 Quran에 적힌 천 몇 백 년 전의 Arabic이 현재에도 그대로 쓰인다는 등등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수업 외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누군가 그분의 예전 활동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으니 그것에 대해는 답하지 않겠다고 하여 다시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물어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해(2003년) 5월에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상당히 안타까워했다는 점이다(공격 당일 오후에 수업을 했었다).

 

지금까지의 나와 이슬람의 끈은 이 정도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보니 방글라데쉬 아저씨들이 꽤나 많이 있고, 다들 친절하기도 하여서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어느 날 회사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할 말을 찾다가 그중 한 아저씨에게 옛 수업 생각을 하며 Quran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 의도는 '예전에는 Quran을 다른 언어로 잘 번역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정도였는데 그 아저씨는 번역된 Quran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나 보다. 그러면서 다음에 영어로 된 Quran을 한 번 가져다주겠다고 했는데 몇 주가 지나고 오늘 갑자기 나에게 줄 것이 있다고 하시며 조그만 Quran을 하나 주는 것이었다.

 

 

 

 

 

국제기드온 협회에서 나누어 주는 성경책과 비슷한 사이즈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진짜 Quran'이었다. 초반부를 읽어 보니 아담도 나오고 사탄도 나오고 한다. 교양과 학문을 넓히기 위하여 좀 더 읽어 본다면 물론 좋긴 하겠지만 어머니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본다면 사탄에 씌었다고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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