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지난 2019년 10월 연방 선거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자유당(Liberal Party)이 2015년에 이어 다시 한번 집권에 성공을 하였다. 물론 재집권에 성공하였다고는 하여도 4년 전에 비해서는 잃은 것이 많은 선거였다. 4년 전에는 자유당이 여유롭게 과반을 차지하며 Majority Gorvernment를 구성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반에 13석이 모자라는 Minority Gorvernment가 되고 말았다.
아래 선거 결과 지도를 보면 빨간색(자유당)이나 파란색(보수당)이나 주황색(NDP)이나 차지하는 지역이 비슷하게 느껴지나 온타리오와 퀘벡의 도심부에는 (한국의 수도권과 같이) 많은 의석이 배정되어 있어 결국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드디어 어제부로 (2019년 11월 21일) 새로운 내각이 들어섰는데 앞으로 과반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를 끌고 나갈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상기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캐나다 서부의 알버타와 사스카추완 지역은 NDP 1석을 제외하고 47석 모두를 보수당이 승리를 하였다. 그 결과 집권당인 자유당에서는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을 대표할 수 있는 의원이 없어서 앞으로 연방 정부와 그쪽 주정부와 소통이 잘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얼핏 지난 선거 결과들을 살펴보니 자유당이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에서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이번에는 저쪽 사람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분노의 근원은, 나를 3일 동안 잠 못 들게 만들었던 그것과 동일하다(예전 글 리자이나: Layoff - 경기 위축 참고). 즉, 오일 경기 위축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하고 회사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연방 정부에서는 그들을 위해서 해주고 있는 것이 없으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현재는 오일 경기가 최악이었던 2014 - 2016년 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알버타에서 생산한 원유를 실어 나를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륙에 위치한 알버타와 사스카추완 입장에서는 생산된 원유를 항구로 보내야 하는데 기존에 있던 송유관 설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송유관과 철도로 원유를 주 밖으로 보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미국 텍사스 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다. 생산은 많은데 팔 수 있는 곳이 적다면 답은 하나다. 가격이 똥값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알버타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Western Candian Select (WCS) 가격과 서부 텍사스 중질류 (WTI) 가격 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만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2018년 말에는 그 차이가 약 45불에 달했다. 즉 생산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미국에 수출을 하니 결국 미국 회사들만 신이 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회사 입장에서는 캐나다 회사들이 이 원유를 다른 곳에 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가격을 후려 친 것이다. 따라서 비록 원유 가격은 급락했지만, WCS는 거저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미국 오일 회사들의 수익률이 꽤나 좋았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니 알버타 정부에서는 총 원유 생산량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WCS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있다.
이렇게 말은 길게 했지만 결국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캐나다의 Equalization Payment라는 것이다. 캐나다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The Constitution Act, 1982' 36조 2항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Parliament and the government of Canada are committed to the principle of making equalization payments to ensure that provincial governments have sufficient revenues to provide reasonably comparable levels of public services at reasonably comparable levels of taxation."
간단히 말해서 캐나다의 모든 주 정부가 비슷한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방 정부에서는 '균등 분배금(Equalization Payment)'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주에서는 이 분배금을 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주에서는 연방 정부로부터 이 분배금을 받게 된다.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의 분노는 여기서 더 극대화가 된다. 아래의 최근 몇 년간 이 분배금의 현황을 살펴보자.
상기 표에 등장하는 6개 주는 소위 말하는 'Have Not' Province들이다. 반면 여기 등장하지 않는 알버타, 사스카추완, BC, 뉴펀들랜드 앤 래브라도는 'Have' Province이다(온타리오의 경우 2019-2020에는 Have Province). 지난 10년간 퀘벡과 온타리오에서 이 Equalization Payment를 통해서 받아간 돈이 어마어마하다.
그렇지만 2014년 이후 오일 경기 위축으로 엄청나게 큰 고통을 받는 동안에도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에서는 연방 정부로부터 돈을 받기는커녕(이것 말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받기는 함) 훨씬 기반시설이 발달해 있는 퀘벡과 온타리오에 10억 불이 넘는 돈을 내어주고 있으니 분노가 폭발할 만하긴 하다. 게다가 가만히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퀘벡에서는 알버타에서 캐나다 동부로 원유를 보내고자 하는 Energy East 송유관 프로젝트도 기를 써서 반대하고 있으니 할 말 다했다.
사실 이 Equalization Payment가 단순히 알버타나 사스카추완에서 에너지 자원으로 벌어 들인 돈의 일부를 퀘벡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나눠주는 것은 아니다. 각 주정부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일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이를 Fiscal Capacity라고 함) 연방 정부에서 개인의 소득세, 법인의 소득세, 천연자원에서 발생한 이득 등을 종합하여 각 주별로 분배를 하는 것이다(심지어 어떤 경우에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세금이 낮은 알버타에서는 이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고 하는 전문가 말이 있음).
하지만 아무렴 어떠하리.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용을 해야 한다. 결과를 바꿀 수 있든 없든 분노를 발산해야 하니 알버타의 주지사인 제이슨 케니가 매일 같이 Equalization Payment가 잘못되었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지난 5년 동안 알버타, 사스카추완 그리고 온타리오에 살게 되면서 가끔씩 이 Equalization Payment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처음 이것의 존재를 들은 것은 사스카추완이었다. 그곳에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사스카추완을 한 번 가보시면 알 것이다. 그곳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그런데 훨씬 살기 좋다는 온타리오나 퀘벡에서 이 돈을 받아 간다고?
아마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당시 나의 생각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Equalization Payment에 대하여 관심이 있으시면 다음의 관련 기사를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s://www.cbc.ca/news/politics/jason-kenney-equalization-payments-1.5334164
https://www.cbc.ca/news/politics/fixing-equalization-formula-challenge-options-1.536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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