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한국에 있었을 때는 가족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중고 준중형 자동차를 탔다. 한국이야 대중교통이 워낙 잘되어 있으니 고작 일 년에 8,000km 정도밖에 타지를 않았다. 그래서 자차를 보유한 약 7년간 큰 문제없이 타고 다녔다. 가끔씩 오일 교체하고 어쩌다 한 번씩 전체 점검받는 정도였다. 캐나다에 비하면 수리 비용이 워낙 싸니 뭐 특별히 큰돈이 들었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는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고 운전을 워낙 많이 하기 때문에(앞의 글들에서 이야기했듯 요즘에는 일과 개인적인 용도로 일 년에 7만 km 정도를 운전한다) 차를 손 볼 일이 워낙 많다. 계절에 따라 타이어를 교체해주어야 하고 엔진 오일도 자주 교체해야 하고 다른 소모품들도 곧잘 교체를 해주어야 한다. 사실 내가 운전하는 7만 km 전부 개인 차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5~6만 km 정도는 회사 차를 타는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야 내가 관리를 해야 하지만 어쨌든 비용은 회사에서 내기 때문에 그저 때가 되면 정비소에 맡기고 찾아오면 된다. 이것도 많이 하다 보니 은근히 어느 정도 감이 생기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오일, 브레이크 등 소모품의 교체 주기는 자동차 회사에서 추천하는 주기보다 오래 타도 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정비소에서 '이것은 회사 차니까 그런 것들은 지금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200불 이상 비용이 발생하는 정비는 정비소가 회사 차량 관리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끼리 서로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승인이 거절될 확률이 높은 것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를 손보면 어느 정도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것이 개인 차량을 정비받을 때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나도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조금 더 있다면 캐나다에서 사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으로 핸디맨들이 많이 있어 한 아저씨는 여름이면 60년대 닷지(Dodge) 자동차를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뜯어고치기 바쁘다. 그리고 그 집 반대 방향에는 나보다 젊은 영국 아저씨가 사는데 젊지만 손재주가 좋아서 타이어 교체나 오일 교환 정도는 언제나 스스로 한다. 비록 내가 잘 못하더라도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되는데 엊그제 발생한 일이 그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에서는 '엔진 경고등'이라고 불리는 경고등이 있다. 영어로는 Malfunction Indicator Lamp (MIL)라고 부르는데 작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몰던 회사 차에 이 경고등이 뜬 후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처음에는 엔진 오일을 갈라는 소리인가 싶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엔진에 이상이 있어서 발생하는 경고등이라고 하길래 깜짝 놀라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다 고쳤다는 연락을 받고 차를 찾으러 갔을 때 궁금해서 무엇이 문제였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뭐 그냥 별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특별히 발견되는 문제는 없고...'라며 말을 흐렸다. 한마디로 리셋을 하니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래 놓고 130불을 청구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차피 정비 비용은 회사에서 내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내 개인 차량에서 이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곧바로 예전 기억이 나면서 이거 돈 많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앉아서 코를 베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나와 같은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이 이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는 것을 보니 약간은 흔한 문제인가 싶었다. 이놈의 미국차는 잔고장도 많구나 싶었다.

 

어쨌든 이 등이 들어온 경우 엔진에 문제가 있거나 트랜스미션 혹은 배기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OBD II 리더를 이용하면 대략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차의 경우 킬로 수가 그리 높지도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이 등이 들어온 적이 많다는 것을 보니 어쨌든 예전처럼 리셋을 하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선 정비소에 갈 때 가더라도 OBD II 리더를 사서 문제를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을 나서려는데 창문을 통하여 위에 등장한 그 영국 아저씨가 보이는 것이었다. 와이프가 계속 사러 가기 전에 영국 아저씨나 닷지 아저씨에게 그 기계가 있나 물어보라고 했는데 마침 영국 아저씨가 보여서 얼씨구나 달려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이 아저씨는 그 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전석 아래에 있는 단자에 이 리더기를 꽂고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떴다.

 

OBD 단자는 대부분의 경우 운전석 앞쪽 아래에 위치해 있다
OBD 리더를 꽂고 자동차의 전원을 켜니 기계가 자동으로 시작되고 발견된 문제를 알려주었다

 

 

이상 코드는 P0456 코드로 배기 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 이 영국 아저씨도 같은 문제로 인하여 엔진체크 등이 켜졌고 결국 어떻게 어떻게 해서 부품만 사다가 고쳤다고 한다(은근히 영국 아저씨 말은 알아듣기 어렵다. 자동차 용어도 나오고 말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주유 뚜껑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이 코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내 차의 경우 주유 뚜껑은 없지만 왠지 최근에 말통을 이용하여 기름을 넣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이 문제가 있다고 당장 차가 멈추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이 리더를 이용해서 우선은 에러 메시지를 없애보았다. 그리고 시동을 걸어보니 다행히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정말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정말 영국 아저씨 덕분에 큰돈 굳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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