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번 '쥐'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와 쥐와의 힘겨운 싸움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는 아직까지는 집 안에서 쥐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라디오를 듣다 보니 킹스턴 지역에도 생쥐(Mouse) 보다 더 큰 쥐(Rat)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방송에 전화를 한 청취자의 경우 자신의 집에 어느 순간부터 Rat들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캠핑 용품들을 다 갉아먹었고, 식기세척기도 손상이 되어 교체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충방제업체(Pest Control)에도 연락을 했는데 그 사람들이 다녀가고 한동안은 안 보이다가 어느새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 방송을 듣고 나자마자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검은 물체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봐오던 생쥐보다는 더 큰 것 같아서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 집에도 Rat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경험상 쥐들은 보통 겨울에 집으로 들어오기 마련이라 그래도 별일 없겠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지하에 내려가 보니 카페트 위에 뭔가 검은 물체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

 

처음에는 한 개만 있어서 설마 했는데 그 주변을 살펴보니 듬성듬성 4~5개의 검은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쥐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플래시 라이트를 들고 지하실을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하의 천장(Finished Basement라 Drop Ceiling임)을 열어 보니 놀랍게도 예전에 살던 사람이 설치해 놓은 쥐덫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 놀랍게도 홈디포 같은 곳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였는데 크기도 큰 것이 Rat용으로 보였다. 이것은 분명 예전부터 이 집에서 쥐가 출몰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쥐덫에는 아무런 쥐도 잡혀있지 않았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 온 것이 1년 정도 되었니 그동안 그리 많은 놈들이 나타나지는 않았나 보다. 그리고 만약 쥐가 잡혀있었다면 1년 사이에 그 쥐는 백골이 되어 말라비틀어져있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쨌든 지붕에는 별 흔적이 없었고 카페트에만 똥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선가 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이곳을 달려갔구나 싶었다. 그래서 우선은 주변을 샅샅이 살펴서 똥들을 치우고 제발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루 이틀 동안 별 일이 없었는데 바로 어제, 7월 1일 캐나다 데이를 맞이해서 지하에 내려가 보니 비슷한 위치에 다시 똥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되어 좀 더 상세하게 탐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찾아본 바로는 보통 쥐들이 일직선으로 뛰어가기 때문에 그 흔적들을 따라가면 대충 어디로 지나가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도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평소에는 잘 안 열어보는 계단 밑의 공간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똥이 여기에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쥐가 그곳에서 나와 여기저기를 다닌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지하에서 신나게 쥐들이 달려갔다고 생각하니 카페트 청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쥐 세끼들은 끊임없이 똥과 쉬를 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카페트 청소기로 지하도 다시 청소를 하였다(참고: 카페트 청소). 그러다가 계단 밑의 공간까지 도달을 했는데 그곳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나무판(덕트를 가리기 위해서 미용상 설치)을 들쳐보니 뭔가 나뭇잎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왜 여기에 메이플 잎이 있나 싶어서 좀 더 열어보니, 이게 웬걸!! 이것은 나뭇잎이 아니라 박쥐였다!!!

 

실제로 박쥐들은 거꾸로 메달려있다!!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 없던 나는 일단은 문을 닫았다(무서워서). 그리고는 완전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인가!!! 일단 박쥐를 계속 저기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박쥐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마침 미국의 한 기관에서 만든 영상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내용이었다. 집에서 박쥐를 발견했을 경우 우선 문을 열어서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그래도 안 나간 다면 조그마한 박스로 이 놈을 잡은 후 밖에서 풀어주라는 것이었다.

 

 

훌륭한 영상이다. 집에서 박쥐가 나오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권한다.

 

우리 집에서 발견된 녀석의 경우 위치상 문을 열어 놓은 다고 나갈 것 같지는 않았다(그 사이 온갖 벌레와 동물들이 안 들어오면 다행이다). 그래서 어쨌든 잡아서 풀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영상에서 보면 밤에 잡아서 풀어주는 것이 좋을 듯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던 나는 곧바로 포획작전에 돌입했다.

 

두꺼운 장갑을 낀 후 집에 있던 신발 박스를 이용해서 이 녀석을 잡으러 갔다. 그런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위치가 참 애매하여 신발 박스로 잡기가 어려웠다. 이 녀석은 위험을 느꼈는지 고주파의 소리를 계속 질렀다. 나 또한 그럴수록 긴장이 되어 땀이 뻘뻘 났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박스를 움직여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라고 뒷마당 끝에서 상자를 열어두었다. 비록 대낮이었지만 알아서 살 길을 찾지 않을까 싶었다. 한 십분 정도 후에 떠났나 보러 가는데 마침 이 녀석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엄청 놀라서 도망을 갔지만 그래도 잘 떠났구나 싶어서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생각해 보니 카페트 위에 떨어져 있던 것이 쥐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똥의 위치가 조금 이상했기 때문인데 심지어 한 똥의 경우 땅바닥이 아니라 문 아래쪽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똥을 쌌길래 이랬을까 싶었는데 박쥐가 날아다니면서 똥을 쌌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또다시 유튜브에서 Mouse poop vs Bat poop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오호라 쥐똥은 안 부서지고 박쥐 똥은 부서지는구나!

그나마 집에 들어온 것이 쥐가 아니었고, 똥의 원인이 되는 녀석을 찾아서 밖으로 내보냈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가 되었다.

박쥐똥으로 의심되는 녀석들. 힘을 주어보니 조금 바스라졌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 뒷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다 보니 우리 담 너머로 쥐 한 마리가 엄청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딸 녀석도 함께 보았는데 이번에는 꽤나 자세히 보았기 때문에 쥐가 확실했다. 다만 크기는 분간하기 어려웠는데 왠지 꽤나 커 보이는 것이 Rat이 아닐까 싶었다. 빠른 시일 내에 홈디포에 가서 쥐약을 사다가 집 주변에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9.9.13 업데이트)

예상외로 생각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박쥐', '집에 박쥐가 들어오면' 등의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오고 있다. 한국에서야 대부분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박쥐를 만날 일이 없지만 혹시나 교외나 지방에 산다면 집으로 박쥐가 들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광견병이라고 불리는 Rabies(발음은 래비즈, 정식 한국 명칭은 '공수병'인 듯)가 박쥐를 통해서도 전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최근 (2019년 7월) 캐나다 BC주에서 21살의 청년이 박쥐와 접촉을 한 뒤, 두 달 후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 청년의 경우 박쥐를 잡은 것도 아니고 그저 낮에 길을 가다가 어쩌다 박쥐가 손에 부딪혔는데 (당연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병이 커졌다고 한다 (참고: CBC 뉴스). 

 

따라서 한국에서도 집에 박쥐가 들어온다면 절대 맨손으로 잡으면 안 되고 알아서 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장갑과 긴팔 옷을 입은 후 잡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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