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9일 작성
아무도 읽지 않는 Podcast 이야기를 뒤로하고 무슨 글을 쓸까 고민을 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역시나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는데 또 막상 쓰려고 하니 가장 처음으로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또 글이 잘 써지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써볼 만한 주제를 오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쥐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리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이놈이 얼마나 성가신 놈인지 몰랐다. 60~70년대에는 쥐를 잡아다가 학교에 꼬리를 가져갔다고 하지만 80년대 태어난 나로서는 내 주변에서 쥐를 만날 일은 별로 없었다. 사실 캐나다에 와서도 처음 2년 동안은 쥐를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에드먼튼이나 리자이나에서는 이사도 자주 하고 대부분 새롭게 지어진 동네에서 살아서 그들을 만나보지를 못했던가 아니면 단순히 나의 무지로 인하여 주변에 널린 그들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킹스턴으로 이사를 와서 첫겨울을 맞이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와이프가 새벽에 차고(거라지)에 재활용품을 버리려고 했는데 무엇인가가 후다닥 달려갔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때만 하여도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설마 쥐는 아니었겠지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 나도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아! 무엇인가가 있구나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차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당시에는 쥐나 쥐똥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차고의 선반 안쪽에 군데군데 떨어져 있던 검은색 물체를 보고서도 설마 쥐똥은 아니겠지 생각하였다. 그리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 전에 살던 집은 정말 대단했는데, 이 망할 놈의 쥐 세끼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 드라이월 뒤에서 타닥타닥 타타타닥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 소리도 아주 미칠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찌직 찌직' 하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려면 정말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의 현실을 깨닫고는 거의 1년 6개월 동안 쥐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처음에는 비싼 쥐덫이 좋을 것 같아서 덫 안으로 들어가면 감전을 시켜서 죽이는 것으로, 제품 설명에 의하면 백 마리 이상도 잡을 수 있다는 쥐덫을 무려 20불이 넘는 돈을 주고 샀다. 그리고 초음파로 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들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서 설치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쥐덫은 쥐가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가져다 대면 머리를 쳐서 죽이는 기본적인 타입의 쥐덫이 싸고 가장 효과적인 것 같지만 (참고: Victor Quick Kill Mouse trap) 그때는 그러한 사실을 잘 몰랐다.
결국 초음파로 쥐를 쫓아준다는 것은 왜 이런 것을 팔고 있는지조차 모르겠고, 전기 타입의 쥐덫은 단 한 마리를 잡는데 그쳤다. 게다가 설명서 상에는 쥐가 잡히면 불이 반짝거려서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러지도 않아서 나중에 열어보니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붙어있는 쥐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다시 사용하기는커녕 그냥 덫 자체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기본에 충실한 녀석은 참 많이도 잡았다. 1년 6개월 동안 열 마리도 넘게 잡았는데 (물론 여러 군데에 덫을 놓았다), 징그럽기는 해도 나중에는 머리가 납작하게 눌려있는 녀석들을 보면 은근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본에 충실한 녀석들은 기본에 충실한 것뿐만 아니라 기본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차고를 보니 쥐덫이 내려가 있어서 또 잡혔구나 싶었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꽤나 큰 놈이라 이번에는 Mouse 가 아니라 Rat 이 잡힌 것이 아닐까 싶어서 긴장이 되었다. 가까이서 가보니 이것은 Rat 이 아니라 Bat이었다.
이럴 수가!
쥐덫에 박쥐가 잡혀있다니!
이곳에는 박쥐도 흔해서 녀석들이 가끔 집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픈데 이 녀석은 어쩌다가 나의 쥐덫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쥐덫에 잡히기에는 크기가 너무 커서 날개 한쪽이 덫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도망치려고 꽤나 난리를 부렸는지 힘이 다 빠져있었다. 살아있는 놈을 버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죽이기도 그래서 (사실 어떻게 죽여야 할지도 난감하였다) 집 옆에 놓아주었다. 그 이후로 2~3일 정도 나무에 붙어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사라진 것 같다.
그렇게 쥐와 함께 정들었던 옛집을 떠나 지난봄에 이사를 왔다. 사실 캐나다에 살아 보면 어느 동네이든 쥐가 없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집에서도 처음에 정리를 하다 보니 차고에 설치된 센트럴 베큠 안에서 말라비틀어져 있는 쥐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집에서만큼은 쥐 세끼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었다. 그동안의 쥐와의 대결 끝에 깨달은 것은 결국 방어가 최선의 공격이다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드디어 쥐약을 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부터 사람들이 쥐약을 놓으면 효과가 좋다고는 하였다. 하지만 예전 집에서는 이미 쥐들이 집으로 자주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만약 쥐 세끼들이 쥐약을 먹고 집 안, 예를 들어 벽 뒤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기분이 별로일 것 같아서 쥐약을 놓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까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집 밖에다가 Mice Bait Station이라고 하는 쥐약을 설치해 놓기로 하였다. Home Improvement 잡지에서 보니 어느 사람이 자기가 관리하는 콘도 밖에다가 이러한 것들을 여러 군데 설치해 놓으니 쥐의 침입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르고 보면 안 보이지만, 알고 보면 캐나다 슈퍼마켓이나 먹는 것을 만드는 공장에 가보면 모든 곳(적어도 내가 가본 모든 온타리오 지역에서는)에 출입문 주변으로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이러한 Bait Station 이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무래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쥐 세끼들이 이것을 참 잘도 먹는 것이었다. 8개의 먹이가 들어있는 놈을 샀는데 녀석들이 잘도 먹어치워서 3개월 만에 벌써 4개째의 새 먹이를 집어놓았다. 자식들이 많이 먹고 튼튼해졌으면 좋겠다.
그러한 덕분인지 이 집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쥐가 나오지 았았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 설치되어 있는 곳 반대쪽에도 한 두 개 더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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