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2020년 1월 25일 처음으로 토론토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나 한동안 급격한 확산 없이 잠잠한 편이었다. 캐나다 내 확진자 일일 통계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지난 3월 10일 라디오 뉴스에서 한 의사가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당시 그랜드 프린세스(Grand Princess)라는 크루즈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여 샌프란스시코 근처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배에는 약 240명 정도의 캐나다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캐나다 연방 정부에서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크루즈 여행 자제를 권고하였다.
마침 이 때는 온타리오에서 일주일간의 봄 방학(March Break, 3/16 ~ 3/20)을 앞두고 있을 때이기도 하였다. 보통 이 시기가 일 년 중 공항이 가장 바쁜 시기 중에 하나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문제가 되니 사람들이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크루즈 여행 자제를 권고할 정도였으니.
그때 토론토의 한 의사가 라디오에 나와서(원래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의사이다) 하는 말이, '정부에서 크루즈 여행 자제를 권고하다니 놀랍다. 지금 캐나다의 확진자 수는 60명이고 인구가 10배 많은 미국의 확진자 수는 600명 정도이다.... 생각해 봐라. 이 넓은 나라에서 의사가 코로나 확진자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이 부분은 사실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대충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 일은 절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ZERO 다. ZERO! 걱정하지 말고 여행을 가라'
들으면서도 약간 이상했다. 지금까지 다른 뉴스에서 들어왔던 내용과 달랐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도 달랐으니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2020.3.19 업데이트: 캐나다 내 코로나 확진자 자료를 찾았다)
아래를 보면 3/10 경에는 확진자가 100명 이하였으나 이제는 700명을 돌파하였다. 정말 무서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저 무책임한 의사가(어제 TV 뉴스를 보니 또 나와서는 병원에서 쓸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 이야기가 무색하게 이틀 후에는 온타리오 정부에서 봄 방학 이후 2주 동안 학교를 열지 않는다고 발표를 했으며 저스틴 트루도 총리의 아내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되었다. 그러더니 온타리오에서는 테이크 아웃을 제외하고는 식당 영업을 제한하였으며 극장,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이 문을 닫고 말았다. 또 어제는 온타리오에서 비상 상태(State of Emergency)를 선포하였고 자영업자나 해고된 사람들을 위해서 경제적 지원을 마련하느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인구가 12.5만 명 정도라 토론토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서는 한가한 편이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사람들이 조급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이 한적한 곳에서도 동네 마트가 텅텅 비고 있다. 이곳에서도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코스트코에는 휴지를 사고자 아침부터 긴 줄을 서고(심지어 사기도 어렵다) 마트에 있는 고기나 빵이 무서운 속도로 빨리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부프로펜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안 좋다는 소식이 있어 아세트아미노펜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심지어 LA에 사는 지인은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구할 수가 없다고 하여 여기서 조금 사서 보내 주기도 하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살아야 할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관련 카페에서는 심심치 않게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들리고, 해고 통보(Layoff)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 해고라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어느새 4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둘째의 출산을 1달 앞두고,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집을 산지 3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불안한 것은, 올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 되기 전부터 예년보다 검사가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검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에서는 오늘 괜찮다가도 갑자기 내일 어려워지면 곧바로 해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파리 목숨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이 4년 전 내가 처했던 상황보다는 낫지만(예를 들어 당시에는 노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Seniority가 가장 낮았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대로 검사가 줄어들어서 갑자기 나가라고 한다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값이 70센트 대로 내려갔지만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이제는 자식도 3명이고 갚아야 할 모기지도 많이 남았으니 일단은 돈을 아껴 써야겠다. 그리고 휴지도 좀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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