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최근 캐나다와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되었다. 인구가 12.5만 명인 우리 동네에서도 현재까지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한국과는 달리 보건 당국에서 개인 정보를 이유로 성별, 연령대, 최근 여행 여부 정도만 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어제 지역 뉴스를 보다 울분에 찬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자기네 콘도(한국으로 치면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당국에서는 그렇다 아니다도 말을 안 해주고, 그 사람이 집에만 있었는지 아니면 접촉자가 있었는지도 말을 안 해준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온갖 소독차가 와서 소독을 하고 있었다. 그 시민은 인터뷰 중간 '삐(아마도 BS라고 한 듯하다)' 처리까지 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을 보면서 이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인터뷰가 나온 시점에서도 우리 동네 보건 당국에서는 지역 감염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문제는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주 정부에서도 지역 감염이 나타나고 나서야 지역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우리 동네에서 오늘 발생한 2명의 확진자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서 드디어 지역 감염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2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역시 공개되지 않고 아직까지는 그저 의료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발표되었다.

 

2020/03/25 기준 미국과 캐나다의 확진자 수. 참고로 캐나다 인구는 약 3,500만 명, 미국은 약 3.3억명. 인구수를 고려해 본다면 한국이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어제 뉴욕타임즈의 The Daily 팟캐스트에서 'Why the American Approach Is Failing'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요약하면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 한국처럼 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 되어서(실제로 이 에피소드가 나오기 하루 전 캘리포니아에서는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져서 더 이상 확진자 동선 추적을 포기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15일 동안 미국 전체를 봉쇄하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Why the American Approach Is Failing

“Shelter in place” orders and the closing of businesses are a reaction to the failure to act earlier to prevent the spread of the coronavirus.

www.nytimes.com

 

더욱 무서운 점은 이 팟캐스트에서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는 기자가 바로 지난 2월 27일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 기자인데(The Daily - The Coronavirus Goes Global) 당시 했던 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 기자가 한 말이 맞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어떻게 한국은 그렇게 많은 검사를 빨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캐나다 전역에서 하루에 몇 건의 검사가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자료는 찾기가 어려웠지만 현재까지 약 14만 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검사를 받아도 검사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인데 오늘 뉴스에 소개된 한 의사의 경우 9일째 검사 결과를 듣지 못해서 집에서 격리 중이고, 온타리오에서만 1만 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참고로 한국은 현재 기준 약 36만 명이고 많을 경우 하루에 1.8만 명이 검사를 받음). 언론에서는 분석하는데 필요한 화약약품이 부족하여 그렇다는데 어쨌든 한국이 대단하긴 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든 개인 정보를 이유로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절대 한국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콘도에 사는 사람이나 같은 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빨리빨리 확진 여부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캐나다는 워낙 동네마다 사정이 다르니 다른 지역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지 모르겠다).

 

끝으로 더욱 스트레스인 것은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고, 앞으로도 계속 해고가 일어날 것이다. 그 때문에 캐나다 정부에서는 약 1000억 달러(약 92조 원)의 긴급 재정을 투입할 정도이다. 내 경우 일은 점점 줄고 있으나 위에서 매일 전화가 와서 어떻게든 검사를 찾아서 하라고 한다. 참으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가 없다. 경험상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든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어도 은근히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상황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지 못해서 모두 집에 있는데, 돈을 벌자면 일을 나가야 하고, 그나마도 점점 일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은 언젠가는 해고가 되는 정말 힘든 상황이다. 

 

정말 어서 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과연 그럴 수 있기는 한 것일까 걱정이 되지만.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