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다가 화장실 휴지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내가 일을 나가는데 옆동네(인구 1만 명 정도)를 지나야 해서 그곳에 있는 월마트에 들러 화장지를 사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부모님들께서도 TV에서 보셨다면서 여기 사람들이 왜 화장지를 못 사서 난리냐고 물으셨다.
사실 나도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다들 화장지를 못 사서 난리이기는 하다. 분명 평상시에는 공급이 모자라지는 않을 텐데 다들 누가 사니까 혹시 몰라 따라서 사고 있고, 그런 모습들이 TV에 나와서 더욱 광적으로 화장지를 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화장지 생산이나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몰라 사놓는 것이다고 말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별로 말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공산품들과 달리 화장지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캐나다 내에서 생산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실제 캐나다에서 제지 산업은 꽤나 큰 편이다). 그리고 물류가 문제가 된다면 화장실 휴지보다는 먹을 것에 더 많은 걱정을 해야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도대체 화장실 휴지를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코스트코가 문을 열기 전부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30분 정도 먼저 문을 열어 한 사람 당 하나씩 화장지를 팔고, 그것도 곧 떨어진다고 한다. 무엇이든 구할 수 없게 되면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게 마련인데, 다행히 우리는 본격적인 패닉이 시작되기 전인 3월 초에 집안의 화장지 재고가 낮아져서 코스트코에서 하나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시간이 흘러서 그때 사놓은 화장지를 점점 사용하고 있다 보니 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 일을 나가다가 옆동네에 잠시 들러서 화장지를 산 것이었다.
경험 상 화장지는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이 최고이기 때문에 한동안 다른 곳에서 살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른 곳에서 화장지를 사 보니 사람들이 왜 화장지에 목매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사람들이 왜 코스트코 화장지에 환장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코스트코 화장지와 일반 화장지는 크기와 가격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가 사는 화장지 한 팩에는 6개 들이 팩 5개, 총 30개 휴지가 들어있다. 그런데 포장지에 써져있는 화장지 면적 정보를 보니 코스트코 화장지 12개가 일반 화장지 30개 정도의 면적이었다(코스트코 6개 들이 한 봉지 면적 29.6 m2 vs 일반 화장지 30개 면적 56.9m2). 이렇게 훌륭한 코스트코 화장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모든 사람들이 코스트코 화장지에 목매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요즘 사태를 보면서 여기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재기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밀가루나 계란, 우유를 사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특이하게도 고기 중에서 닭고기를 사 모으는 것은 의외였다. 와이프의 증언에 따르면 마트에 갈 때마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남아있으나 닭고기는 언제나 다 팔렸다고 한다. 또한 다른 것보다 먼저 피넛버터가 바닥이 나는 것도 특이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피넛버터를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그 외에도 감자, 파스타 소스, 파스타 면, 시리얼 등이 구하기 어렵다.
어서 이 사태가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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