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발견한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의 자동차 번호판을 발견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별로 번호판을 발행하기 때문에 모든 주의 번호판이 다른 데다가 각각의 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번호판을 발행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자동차 번호판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심상치 않다. 그런 번호판을 보면 이것은 어느 주에서 온 차일까, 색깔이 특이하네, 저 마크는 뭘까, 저 동네의 슬로건 저렇구나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어서 만약 어떤 자동차가 생소한 번호판을 달고 나타나면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곳이나 살았던 곳의 번호판을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처음 사스카추완에서 이사를 와서 그 희귀한 번호판을 달고 이 동네에 나타났을 때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나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자기는 어디에서 살았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나 또한 길에서 아주 가끔씩 사스카추완 번호판을 만나게 되면 운전하는 사람이 궁금해서 한 번씩 쳐다보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전 처음 온타리오에 와서 운전을 하다 보니 거지 같은 번호판들이 눈에 띄었다. 번호판이 오래되었는지 알파벳과 숫자가 다 벗겨지고 있었는데 대낮에도 번호판을 잘 볼 수가 없었다. 경찰 아저씨들이 잡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저렇게 껍데기가 벗겨지다가 어느 순간에는 은색판만 남게된다

 

그런데 계속 살다 니 저렇게 흉물스러운 번호판들이 꽤나 자주 눈에 띄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거대한 무엇인가 숨어있음을 느낀 나는 왜 그럴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2012년 무렵 온타리오에서 발행되었던 번호판들 중 많은 수가 이러한 박리 현상을 보여 많은 불만을 낳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발행일로부터 5년 이내에는 무상으로 교환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온타리오의 흉물스러운 번호판 문제가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의 번호판이 등장하여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것의 주인공은 바로 다음의 새로운 온타리오 번호판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저 번호판은 2020년 2월부터 발행이 되고 있다. 기존의 번호판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바꾸며 등장한 이 번호판은 등장하기 전부터 말이 많긴 하였다. 2018년 새롭게 들어선 보수당 정권(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of Ontario)에서 번호판 디자인 교체를 추진하였는데 이때 기존 번호판의 슬로건이었던 'Yours to Discover'을 'A Place to Grow'(승용), 'Open for Business'(상용)으로 바꾸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보수당에서는 선거 때부터 Open for Business를 외쳤기 때문에 번호판까지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난을 들었으나 어쨌든 밀어붙여서 우선 승용차용 번호판이 먼저 교체되었고 곧 상용차용 번호판도 교체된다고 한다.

 

그런데 새롭게 발행된 번호판이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온타리오의 한 경찰관(공교롭게도 우리 동네 경찰관 아저씨이다)이 트위터에 위와 같은 내용을 트윗하며 '새로운 번호판이 밤에는 도대체 읽을 수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이러한 사실이 많은 언론에 소개되며 결국 새로운 번호판 발급을 일시 중지하게 되는 사태까지 되었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입은 살아서 '지난 정권에서 만든 벗겨지는 번호판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지가 궁금하다.

 

 

참고로 처음 두 사진은 우리 동네 이웃의 자동차 번호판을 찍은 것이다. 그 이웃은 또 공교롭게도 지난 정부가 싸놓은 똥을 치우려다 이번 정부가 싼 똥을 밟게 되었다. 그래도 새 번호판은 겨우 3주 정도밖에 발행이 되지 않았으니 나중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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