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태어나서 무지개를 본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특히나 끝에서 끝이 연결된 무지개는. 그것도 그럴 것이 한국은 산도 많고 높은 건물도 많아서 도시에서 그렇게 큰 무지개를 보기는 정말 힘들다. 그래도 캐나다에 와서 완전히 연결된 무지개를 지금까지 두 번 볼 수 있었다. 처음 보았던 것은 사스카추완에서 살던 2015년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놀라웠는지 무지개를 보고 나서 글을 썼었다.

 

 

2015년 6월 22일

엊그제부터 천둥도 치고 비가 조금씩 왔다. 그런데 이곳은(사스카추완의 리자이나를 말함) 전혀 산이 없고 사방이 뻥 뚫려 있기 때문에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의 변화도 심하다. 구름도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깜짝 놀랄 정도이다. 그래서 비가 오더라도 조금 비가 오고 또 해가 조금 나왔다가 다시 흐려졌다가 다시 해가 나왔다가 천둥이 쳤다가...

 

오늘도 하루 종일 흐렸다가 갑자기 오후에는 햇볕이 쨍쨍했는데 저녁이 되어(저녁이 되어도 해가 지지를 않는다, 요즘에는 무려 17시간 동안 해가 떠있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있으려니 천둥이 치면서 비가 내렸다. 그러다가 씻고 나와서 창문을 보다가 말 그대로 '헉'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눈 앞에 엄청나게 거대한 크기의 무지개가 보였는데 혹시나 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정말로 무지개가 둥그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기억으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결되어 있는 무지개를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녀석을 실제로 보다니....

 

앞서 말했듯 일기의 변화가 심하여 어느새 무지개가 흐려지고 있었다. 조금 더 빨리 나와서 사진을 찍을걸 아쉬웠다.

 

2015년 6월 22일. '이것은 쌍무지개!'

 

2015년 6월 22일. '어느새 흐려지고 있어서 아쉬웠다'

 

 

2020년 3월 29일

오늘 이곳 온타리오의 킹스턴은 하루 종일 흐리고 종종 비가 내렸다. 그래도 오후에는 비가 조금 그쳐서 또다시 뒷마당에 나가서 놀 수 있었다. 놀고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모든 가족들이 씻고 나서 창밖을 보았는데 창밖으로 엄청난 것이 보였다. 그래서 가족 모두 잠옷만 입고 있었지만 이이들을 데리고 얼른 뛰어나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14개월짜리 막둥이는 그저 내 품에 안겨 뭐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러고 보면 무지개는 정말 짧은 순간 사라지는데 사진을 찍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니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서 곧 무지개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안 좋은 일들만 가득한데 오랜만에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이야 말로 제대로된 무지개를 찍을 수 있었다. 쌍무지개에다 밝기도 밝았다.

 

꾸러기 녀석들은 그저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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