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가지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였으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야겠다고 혼자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 몇 가지 주제 중에서 'Hunting Warhead' 팟캐스트를 소개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n번방 사건을 보고 이 팟캐스트는 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Hunting Warhead'는 캐나다 CBC 방송에서 만든 팟캐스트로 한때 세계 최대의 아동 성학대 사이트였던 'Child Play'라는 다크웹을 파헤친다. 이야기의 시작은 노르웨이 Verdens Gang(VG, 위 그림에서 왼쪽이 CBC 마크 오른쪽이 VG의 마크)이라는 잡지의 기자로 일하는 하콘 호이달(Håkon Høydal)로부터 시작된다.
2013년부터 이와 관련된 취재를 시작한 호이달은 2016년 가을 검거된 'Child Play' 운영자 벤자민 폴크너(Benjamin Faulkner)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벤자민 폴크너라는 사람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약 4시간 거리에 위치한 노스 베이(North Bay, ON)에서 자란 20대 청년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인 데몬 페어리스(Daemon Fairless)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고 VG와 함께 팟캐스트를 만들게 된 것이다.
사실 이 팟캐스트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너무나 끔찍해서 차마 들어 보기를 권하지 못하겠다. 그 때문에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간략히 나마 소개를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성학대, 성착취 영상이 매우 큰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아성애자(Pedophile)는 전 세계 인구의 1~3%에서 나타나고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최근에는 동성애자 혹은 성전환자와 마찬가지로 소아성애자도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인식이 된다. 하지만 모든 소아성애자가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없이 살아가지만 이것이 최근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관련해서 최근 뉴욕타임즈의 The Daily 팟캐스트에서 유사한 주제가 다루어진 적이 있다. 아동 성학대 영상 신고를 담당하는 미국의 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에 2018년 한 해 동안 신고된 사진/영상이 4,50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10년 전 신고된 60만 건에 비교한다면 실로 엄청난 증가가 아닐 수 없다(NYT The Daily, A Criminal Underworld of Child Abuse, Part 1 참조).
이러한 사진/영상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웹뿐만 아니라 다크웹이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많이 공유가 된다고 한다. 벤자민 폴크너는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였던 'Child Play'를 운영했다. 전 세계의 많은 기관에서 그를 쫓았는데 결국 그가 'Child Play' 사이트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반 웹사이트에 올린 질문 글에서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가을 그가 캐나다에서 미국 국경을 넘자 미국의 Homeland Security에서 마침내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우선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이 혐의 또한 정말 끔찍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 35년형을 선고받는다. 아직 그가 운영한 다크웹 사이트에 대한 재판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어쩔 수 없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 사람'으로 포장하며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런데 이 벤자민 포크너는 기자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악한 사람이었다. 첫 번째 재판 과정에서 검사 측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그는 'Child Play'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다크웹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리고 재판에서는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취재를 위해 녹음된 통화에서는 전혀 죄를 뉘우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친척의 아이 성학대 사진을 유포했으면서도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정말 충격적이다. 소아성애자가 마침 소시오패스인 데다가 IT 전문가일 경우 정말 엄청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작년 기사에서 읽은 손 모 씨라는 사람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기사를 검색해 보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더 경악스럽다. 3년 동안 이러한 사이트를 운영했는데도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실명도 보도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한국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이 사람이 형을 선고받은 것이 2018년인데, 2019년 미국에서 그가 운영한 사이트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람은 미국에서 수사 결과 발표만 없었다면 평생을 조용히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하콘 호이달과 같은 기자가 한국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벤자민 폴크너는 아동 성학대 사이트를 운영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을 받지는 안았지만 아마도 평생 감옥에서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법이 더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벤자민 폴크너는 자신이 한국에서 붙잡히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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